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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터법 혁명 - 세상에 무슨 일이? 4
제니퍼 팬델 지음, 이상희 옮김 / 책그릇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우리나라는 2007년 7월부터 모든 단위를 미터법으로 사용하는 것이 의무화되었다. 그래서 생활 속에서 흔히 사용하던 돈, 근, 평의 단위들을 공식적으로는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가 고기의 무게를 따질 때는 근이, 금의 무게를 따질 때에는 돈이, 집의 크기를 따질 때에는 평이 그 무게나 크기를 짐작하는 데 훨씬 더 편리하다. 그러나 국제적으로 통용이 되려면 미터법으로 통일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래서 예전의 유명한 왕들도 도량형의 통일에 심혈을 기울였던 것 같다. 도량형의 통일은 공정한 상거래의 기본이었을 뿐 아니라 백성들로부터 거둬들이는 세금을 공평하게 부과함으로써 백성들의 신뢰를 얻는 데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 같다. 초미세 수준으로 과학 기술이 발달한 요즘에는 성공적인 실험이나 제작을 위해 그 어느 때보다 통일되고 정밀한 도량형이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편리성들을 위해 국제적으로 통일된 미터법을 쓰려고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근과 평이 사용되는 것처럼 영국에서는 파운드를 사용하고 미국에서는 피트나 야드가 지속적으로 사용되는 걸 보면, 관습적으로 쓰던 도량형을 바뀌기가 쉽지는 않은 것 같다.
그래도 많은 부분에서 미터법이 정착했기 때문에 어디에서고 통용되는 무게나 길이의 단위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이런 미터법이 정착된 것은 프랑스의 피에르 메생과 장 밥티스트 들랑브르 덕분이다. 메생은 혜성을 11개나 발견한 천문학자였고 들랑브르 또한 뒤늦게 공부를 시작한 천문학자였다고 한다. 이 둘은 프랑스의 자오선을 측정한 결과를 토대로 지구의 형상을 고려해 적도에서 북극에 이르는 거리를 계산했다. 그리고 이 거리를 1천만으로 나누어 나온 수치를 길이의 단위로 삼으려했다. 그런데 여기에 오류가 있음이 발견되고 다시 이것을 수정하게 된다. 그 후 이 미터법에 의거해 ‘그램’과 같은 미터 중량 치수가 공표된다.
이 책은 이렇게 미터법이 발견되고 정착된 과정을 알려준다. 미터는 그리스어로 ‘재다’ 또
는 ‘자’를 뜻하는 말인데, 1793년부터 사용되었다고 한다. 생각보다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이전만 해도 프랑스에서는 보폭으로 토지를 측량했다고 하니 참으로 우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에서도 미터법 혁명이라고 혁명이라는 단어가 붙었듯이 이런 세상에서 미터법은 가히 혁명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미터법의 발견을 주된 이야기로 하면서 이 일을 전후한 세계사를 이것저것 소개해 준다. 유럽에서의 노예 매매 이야기, 제너의 종두법 발견, 영국이 오스트레일리아를 식민지로 삼은 일을 소개하고 있다. 또 미터법의 혁명이 일어나고 있을 때 공교롭게도 프랑스는 정치적으로 혁명기였다. 그에 대한 간략한 소개도 나온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길이 재기에 관한 것이 수학교과서에 나온다. 그래서 길이를 나타내는 미터법이 수학자가 의해 만들어졌을 거란 생각이 들기 쉬운데, 그 장본인이 천문학자라니 아이들이 무척 신기해할 것 같다. 그저 자 하나만 있으면, 그리고 저울 하나만 있으면 쉽게 잴 수 있는 길이나 무게의 단위가 이런 노력을 거쳐 만들어졌으며 그 단위를 정확히 적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