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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비의 남자 ㅣ 펄프픽션 2
이경자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책 제목만 들었을 때는 여름철을 겨냥한 추리소설인 줄 알았다. 책 표지도 그렇게 보이고 판형이라든가 책의 분량이 휴가지에서 읽기 좋은 모양이다. 그런데 펄프픽션이라고 되어 있었다. 그리고 작가는 이경자 님었다. <절반의 실패>로 유명한. <절반의 실패>는 텔레비전 드라마로도 했었다. 전에 책도 읽고 드라마도 한두 회 본 것 같은데 시간이 오래 지나서 이제는 내용도, 드라마도 거의 다 잊어버렸다. 다만 여성들이 전반의 실패를 딛고 일어서야 한다는 얘기였던 것 같다. 내 기억이 맞는다면. 여기서 절반의 실패란 부부의 반쪽인 배우자를 말하는 것이라고 나름 해석했었다. 남성의 권위에 억압받는 여성들이 자아 독립을 해야 된다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똑같은 책을 쓰신 작가는 이 책에서는 주인공에 대한 관점이 너무나 파격적으로 달라졌다. 그래서 이 글이 정말 이경자 님이 쓴 걸까 의심되기도 했다. 그래서 내가 펄프픽션의 정의를 잘못 알았나? 해서 검색도 해보았다.
이 글의 주인공 귀비의 남편은 의사였으나 수술 중 의료 사고로 환자를 사망하게 한 뒤 우울증 증세를 보여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귀비는 시어머니를 모시고 딸과 아들을 데리고 산다. 귀비는 아는 여자 둘과 부동산을 하고 있다. 귀비의 취미는 새로운 남자들을 만나고 사랑을 하는 것이다. 이런 귀비를 같이 부동산을 하고 있던 사람들도 처음에는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나 귀비의 처지를 생각하여 오히려 그녀를 측은하게 생각한다.
그녀는 남자를 가리지 않고 만난다. 그런데 그녀가 만나는 남자들은 경제적인 면이 아니라 인생이라는 전체를 놓고 볼 때 무언가 부족함이 있는 사람들이다. 이 글에서 저자는 그런 남자들을 슬픔을 간직한 사람들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귀비는 타인의 슬픔에 민감하여 반응하여 몸과 마음을 열어 보시하는 보살이라고 적어 놓았다.
처음에는 이 책이 참 쉬운 책이라고 생각했다. 또 값싼 책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선정적인 표현들이 제법 나온다. 난 이런류의 소설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헌데 자주 이 글의 의미를 생각해 볼수록 '사랑이란 뭘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마음을 주는 것은 분명 사랑이라고 하지만 몸을 주는 것은 모든 경우에 사랑이라고 하지 않는다. 작가가 그런 사랑의 경계를 허물라고 말하는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동병상련이라는 말이 있다. 아픔을 가진 자만이 아픈 자의 심정을 안다고, 슬픔을 간직한 사람만이 슬픔을 안다는 것, 그게 작가가 하려는 말이었던 같다. 그렇다고 우리 모두에게 슬픔을 가지라고 하는 것은 아니라 타인의 슬픔도 헤아릴 줄 아는 사람이 되라는 말인 것 같다. 너무나 내 일에만 집중한 나머지 타인에게는 눈길 한 번 안 주는 그런 사람이 되지 말고, 헐벗고 타인의 손가락질을 받는 사람이라도 그가 왜 그럴까?, 왜 지경이 될 수밖에 없었나? 하고 관심을 갖고 사랑을 베풀라는 말인 것 같다. 세상에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있고 우리가 알지 못하는 다양한 삶들이 많이 있다. 서로를 알아가면서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인간으로서 해야 할 일인 것 같다. 보살이 아니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