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합본)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0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역시 히기시고 게이고야!’ 하는 탄성을 짓게 하는 작품이다. <용의자 X의 헌신>이래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팬이 되었고, 그 후 줄곧 그의 작품을 찾아 읽었는데 하나같이 재미가 있어서 그의 대단한 능력에 감탄을 했었다. 히가시노 게이고 사단이 있는 거 아닌가 하면서 의심을 하면서. <천공의 벌>처럼 기대에 못 미쳤던 작품도 있었지만 <나미야잡화점의 기적>이란 작품을 통해 그런 결점도 다 덮어버릴 정도로 대단한 작가라는 생각을 하면서 이 책 <비밀>을 보게 되었다.

무척 흥미로운 소재이다. 이 책을 읽기 전쯤, 이 책과 소재가 같았던 김명민 주연의 텔레비전 드라마 <우리가 사랑한 기적>을 무척 관심을 갖고 보았기에, 이 책도 그 결말을 주시하면서 읽은 책이다. <우리가 사랑한 기적>이라는 드라마는 이름과 생일이 같은 두 남자가 한 날 한시에 사망하지만 한 사람의 몸에 다른 사람이 영혼이 들어가서 한 명만 생존하게 됨으로써 영혼의 가정과 몸의 가정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과 이 남자의 선택의 문제를 다뤘다. 반면 이 책은 교통사고로 엄마와 딸이 한날 한시에 사망하지만 딸의 몸에 엄마가 들어가서 벌어지는 일을 다뤘다.

이 책의 주인공 헤이스케는 버스 추락사고로 사랑하는 아내는 잃지만 다행히도 딸은 목숨을 건졌음을 알게 된다. 그런데 알고 보니 딸의 몸에는 아내의 영혼이 들어 있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을 겪게 된다. 헤이스케는 처음에는 당황하지만, 자신과 아내가 아니면 도저히 알 수 없는 일들과 아내만이 할 수 있는 요리를 딸 모나미가 척척 해내자 그 상황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렇지만 딸의 몸을 가진 아내와는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할 수 없게 된다. 그럼에도 헤이스케는 모나미의 아빠로서, 나오코의 남편으로서 훌륭히 살아간다. 하지만 딸의 몸에 살고 있는 아내의 영혼은 성장하는 딸의 인생을 살아야 하기 때문에, 헤이스케의 아내로서만은 살 수가 없게 되는데, 작가가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갔을까는 책을 보면 된다.

읽는 내내 헤이스케의 인생이 너무 기구하다는 생각을 했다. 아내에 대한 애정도 지키고 딸에 대한 사랑도 다하면서 자기 가정을 풍비박산 낸 버스 운전자의 가족에게마저도 관심을 기울이는 헤이스케에게 왜 그런 가혹한 형벌이 주어졌는지 안타까웠다. 헤이스케에게 관심을 기울였던 모나미의 초등학교 선생님과 잘 연결되기를 내심 바라기도 했었다.

아무튼 히가시노 게이고는 끝까지 독자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결말에 대반전이 기다린다. 앞서 말한 드라마를 보면서도 그 결말에 마음이 아팠는데, 이 작품 역시도 그랬다. 이런 재미있는 소재로 흥미진진한 소설을 창작해낸 작가가 정말 대단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 개정판
박민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1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고2 때 한국프로야구가 출범했다. 아버지가 워낙 야구 중계를 자주 보셔서 나 또한 프로야구를 너무나 좋아해서, 3 때에도 야구장에 갔을 정도이다. 당시 내가 응원했던 팀은 두산 베이스이다. 두산 베어스는 미남 군단이자 원년에 우승을 할 정도로 최고의 실력을 갖춘 팀이었다. 나는 두산을 응원하면서 내 고향인 인천의 삼미슈퍼스타스 팀도 응원했다. 그래서 이 책을 더욱 흥미롭게 보았다.

당시 상황이 어찌나 세밀하고, 당시 내가 느꼈지만 말로 표현하지 못했던 감정들을 어찌나 콕 집어서 설명해 놓았는지 이 책의 저자 박민규와 나와 함께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인지 궁금해서 검색도 해보았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그는 인천 사람이 아니라 울산 사람이었다. 이에 배신감도 들었지만, 작가는 역시 작가라는 감탄을 가지고 이 책을 다 읽게 되었다.

특히 프로에 대한 작가의 나름의 정의와 프로의식이라는 말이 교묘하게 우리 일반인을 사회의 노예로 만든다는 지적에 공감하면서 그러한 통찰을 할 수 있음에 또 감탄했다. 이 책 43쪽에 이런 글이 나온다. ‘전부가 속았던 거야. ‘어린이에겐 꿈을! 젊은이에겐 낭만을!’이란 구호는 사실 어린이에겐 경쟁을! 젊은이에겐 더 많은 일을!’ 시키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보면 돼. 우리도 마찬가지였지. 참으로 운 좋게 삼미 슈퍼스타즈를 만나지 못했다면 아마 우리의 삶은 구원받지 못했을 거야. 삼미는 우리에게 예수 그리스도와 같은 존재지. 그리고 그 프로의 세계에 적응하지 못한 모든 아마추어들을 대표해 그 모진 핍박과 박해를 받았던 거야. 이제 세상을 박해하는 것은 총과 칼이 아니야. 바로 프로지! 그런 의미에서 만약 지금의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다시 한 번 예수가 재림한다면 그것은 분명 삼미 슈퍼스타즈와 같은 모습일 것이라고.‘ 244쪽에는 이런 글도 나온다. ’당시의 한국인들은 <프로>가 무엇인지 전혀 몰랐고, <섹스>라는 말은 차마 부끄러워서 입에 올리지도 못했거든. 그래서 놀란스와 프로야구가 건너온 거야. 선발대의 역할을 한 것이지. 놀란스가 와서 <섹시 뮤직>을 부르고 프로야구가 <프로>의 전파를 담당하기로!‘. 나도 당시에 섹시 뮤직을 흥얼거리고 다녔는데, 그 노래에 이런 흉악한 음모가 있었다니.... 그의 이런 지적이 사실이든 아니든, 프로에 대해 이런 생각을 해볼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깨어있다는 느낌이다.

그저 스포츠의 화려함에 열광만 할 것이지 아니라 그 이면도 들여다보는 노력을 하라는 의미에서 굉장히 좋게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 어떤 책이 나의 고등학교 시절을 이렇게나 재미있게 추억할 수 있게 만들 수 있을까. 박민규는 정말 대단한 작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박쥐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1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1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 네스뵈의 명성은 이미 들어봤지만, 그의 작품을 읽어보기는 <박쥐>가 처음이다.

작가의 명성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에 다가가지 못했던 것은 부끄럽게도 책의 분량과 작가에 대한 낯섬 때문이다. 책의 분량은 500쪽에 달하고, 작가도 노르웨이 작가로 낯설고, 이런 류의 형사 추리물이 많아서이다.

요 네스뵈가 창조해낸 형사 캐릭터는 해리 홀레인데, 내가 기대했던 형사상은 아니었다. 노련하고 민첩한 형사를 기대했는데, 상처도 많고 사명감도 그다지 없어 뵈는 형사였지만 작품 후반부에서는 나름 형사의 진가를 보여주어서 좋았다.

특히 이 책을 재미있게 본 것은 호주 원주민인 애버리진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내가 호주로 신혼여행을 갔다 왔기에 애버리진의 공연을 봐서 호주의 원주민이 애버리진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그들이 이 책에서 말하는 그런 아픈 역사를 지닌 줄은 몰랐다. 아메리카 인디언의 얘기를 들을 때마다 너무나 슬프고 화가 났는데, 애버리진의 역사 또한 참혹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 책에서 홀레와 함께 수사를 펼치는 호주 형사 앤드류가 20세기 호주 정부가 저지른 큰 잘못인 반인륜적인 역사의 피해자인 도둑맞은 세대를 대변하는 인물이라고 책 뒤 역자의 설명에 나와 있다. 그 설명에 따르면, <박쥐>가 출간된 1997년은 오스트레일리아 정부에서 ‘Bring them home’이라는 도둑맞은 세대 특별위원회 보고서를 발표한 해란다. 1910년에서 1970년대까지 호주 연방정부는 백인의 피가 섞인 아이들을 미개한 원주민 가정에서 구출해 문명화시킨다는 명목으로 원주민 복지법령에 의거하여 합법적으로부모에게서 강제 격리시킨다. 혼혈아들 중에서도 원주민에 가깝게 생긴 아동은 농장이나 공장의 일꾼으로 보내고 백인에 가까운 아동은 신문광고를 통해 백인가정에 입양시킨다. 이런 식으로 멀쩡한 가정을 두고 고아가 된 아동이 10만 명에 달했는데, 이들을 도둑맞은 세대라 부른단다. 이들 중 대다수는 평생 정체성 혼란에 빠져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변변한 직업도 구하지 못한 채 정신질환과 알코올중독에 시달렸는데도, 피해자에 대한 정식 사과나 보상은 이루어지지 않았단다. 작가는 이들 애버리진을 주요 등장인물로 내세워 4만 년 동안 구전된 애버리진의 꿈의 시대라는 신화를 소개함과 동시에 이들의 슬픈 박해 역사를 들려준다. 애버리진의 박해가 <박쥐>에서 다룬 연쇄살인 사건의 원인이다.

이런 역사 사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애버리진의 신화에 대해 들려주어서 흥미롭게 읽었다. 그들의 탄생설화라 할 수 있는데 꿈의 세대 이야기, 뱀이 독을 갖게 된 이야기, 오리너구리가 물에서도 살 수 있게 된 이야기, 왈라와 무라의 이야기 등 무척 흥미로웠다. 이 책 70쪽에는 성경의 창세기와 비슷한 애버리진의 창조 신화 이야기가 나온다. 저자 말마따나 4만 년이나 외따로 떨어져 그 어떤 종교도 접해 본 적이 없음에도 말이다. 그 내용은 바이아메라는 창조주가 최초의 인간이 버룩부른과 그 아내를 만들고, 그들에게 그들 근처에 있는 야란나무에 표식을 해놓았으니 만지지 말라고 한다. 그런데 야란나무는 벌때의 서식지여서 달콤한 꿈이 흐르고 있었다. 우연하게 꿀맛을 본 버룩부른의 아내가 야란나무에 올랐다가 벌때의 쫓김을 당하고 동굴로 피신하지만 그 동굴에는 야란나무를 지켜야 할 임무를 가진 나라다란이라는 박쥐가 살고 있었다. 이후 온 세상에 죽임이 퍼졌고 나라다란은 죽음의 상징이 되었다는 것이다.

아무튼 이에는 이, 눈에는 눈식의 대응은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다. ‘당한 만큼 되갚아야지하는 것이 인지상정이지만 이런 악행의 순환고리를 끊어야 문제가 해결되는 법이다. 이런 자기 반성을 하게 하면서 인간의 야만성에 대해서도 되돌아보게 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였다. 다음엔 요 네스뵈의 어떤 책을 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
나쓰카와 소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학생들은 정말 책을 읽지 않는다.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재밌게만 할 수 있는 게임과 언제든 그 게임을 할 수 있게 하는 휴대폰이 있는데, 책을 읽겠는가. 학원에 다니느라 시간이 없기도 하고. 참 안타깝다. 그런 아이들에게 책 읽기가 무엇인지를 판타지 소설로 재미있게 전달하는 것이 이 책이다.

주인공 고교생 나쓰로 린타로는 어렸을 때 부모가 이혼하고, 엄마마저 돌아가시자 할아버지와 함께 살게 된다. 할아버지는 나쓰키라는 고서점을 하는데, 린타로는 학생이기에 할아버지 사후에 그 서점을 처분하고 고모집에 가려고 했다. 그런데 할아버지의 장례식을 치른 다음날 서점에 얼룩무늬의 말하는 고양이가 나타나 책을 구해야 하니 도움을 달라고 한다. 세 개의 미궁을 통과하면 힘을 얻게 된다며 도움을 요청하는 고양이의 청을 들어준다. 그래서 린타로는 고양이를 따라 책을 가두는 자, 자르는 자, 팔아치우는 자라는 세 개의 미궁에 들어가게 된다.

이 책은 이렇게 나쓰로가 미궁을 헤쳐나오는 과정을 통해 독서의 중요성과 올바른 독서방법을 알게 하며, 나쓰로의 내적 성장을 지원한다. 그 결과, 나쓰로는 혼자서 서점을 유지하기로 한다.

이 책의 저자인 나쓰카와 소스케는 작가이자 의사다. 그는 수련의 시절에 쓴 <신의 카르테>로 데뷔했고, 이 책이 그의 첫 번째 판타지 작품이다. 그는 대학시절부터 닥치는 대로 책을 읽었으며, 책 읽는 목적에 대해 고민했고 사람들이 책을 대하는 자세를 유형화해 봤다고 한다. 이 책은 바로 그 독서유형에 대한 기록이다.

나 또한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고 있는데, 이 책을 통해 나의 독서습관을 반성할 수 있었다. 아무튼 이 책은 쉽게 읽으면서 독서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문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권일영 옮김 / 예담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런 공포스릴러물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요즘 같은 더운 날에 읽기에 좋아서 보게 되었다. <소문>은 일본 작가인 오기와라 히로시의 작품인데, 그는 <내일의 기억>으로 야마모토 주고로 상 수상, 2005년 서점 대상 2위를 차지했다고 했다는데, 이번에야 이 작가의 책을 읽게 됐다.

이 책은 입소문 마케팅에 대한 것이다. 내용은, 뮈리엘이라는 무명 브랜드의 향수 판매를 시작하면서 홍보를 위해 광고기획사에서 그 제품의 주요 판매 대상인 여고생들에게 입소문을 내기로 한다. 이를 위해 이 회사는 고교 여학생들 중 패션리더가 될 만한 아이들을 길거리에서 제품 모니터라는 이름으로 모집해 이들에게 시제품도 나눠주고 입소문도 내도록 유도한다. 그런데 입소문의 내용 중에 해외 유명인 중 누가 쓴다더라와 같은 일반적인 내용은 물론이고, 이 향수를 쓰면 한밤중에 알몸에 레인코트를 입고 나타나 여자들의 발목을 잘라간다는 살인마를 물리칠 수 있다는 끔찍한 내용도 있었다. 뮈리엘 향수에 대한 여러 소문 중 일명 레인맨이라 불리는 이 살인마에 대한 소문이 일부 학생들 사이에 퍼져 있는 상황에서 이 괴소문과 일치하는 살인사건이 연달아 벌어진다. 이 사건을 고구레라는 지역 경찰서의 형사와 나지마라는 경시청의 여형사가 파헤치는 내용이다.

그런데 결론이 아리송하다. 물론 범인은 알아냈지만, 그게 진범이 아니었나 쉽게 마지막 문장이 끝나기 때문이다. 내가 이해를 못 한 것인지... 그리고 기분도 개운치 않았다. 범인의 살인 동기가 이해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이해되는 살인 동기가 어디 있겠는가.

이 책의 WOM 마케팅 수법을 보니, 기업의 노이즈 마케팅이 연상되면서, 바른 정보를 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깨달았다.

아울러 경찰들의 애환도 잘 느낄 수 있었는데, 이것은 우리나라 경찰 사회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수사 때문에 제 때 집에 돌아가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기 생활도 없다. 심지어는 수사 중에 사망하기도 한다. 경찰관, 소방관, 청소원 등 우리 사회를 위해 애쓰는 사람들에게 늘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겠다는 생각. 모두가 이런 생각을 가진다면 서로를 좀 더 이해하여 살기 좋은 세상이 되겠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