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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 개정판
박민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1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고2 때 한국프로야구가 출범했다. 아버지가 워낙 야구 중계를 자주 보셔서 나 또한 프로야구를 너무나 좋아해서, 고3 때에도 야구장에 갔을 정도이다. 당시 내가 응원했던 팀은 두산 베이스이다. 두산 베어스는 미남 군단이자 원년에 우승을 할 정도로 최고의 실력을 갖춘 팀이었다. 나는 두산을 응원하면서 내 고향인 인천의 삼미슈퍼스타스 팀도 응원했다. 그래서 이 책을 더욱 흥미롭게 보았다.
당시 상황이 어찌나 세밀하고, 당시 내가 느꼈지만 말로 표현하지 못했던 감정들을 어찌나 콕 집어서 설명해 놓았는지 이 책의 저자 박민규와 나와 함께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인지 궁금해서 검색도 해보았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그는 인천 사람이 아니라 울산 사람이었다. 이에 배신감도 들었지만, 작가는 역시 작가라는 감탄을 가지고 이 책을 다 읽게 되었다.
특히 프로에 대한 작가의 나름의 정의와 ‘프로의식’이라는 말이 교묘하게 우리 일반인을 사회의 노예로 만든다는 지적에 공감하면서 그러한 통찰을 할 수 있음에 또 감탄했다. 이 책 43쪽에 이런 글이 나온다. ‘전부가 속았던 거야. ‘어린이에겐 꿈을! 젊은이에겐 낭만을!’이란 구호는 사실 ‘어린이에겐 경쟁을! 젊은이에겐 더 많은 일을!’ 시키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보면 돼. 우리도 마찬가지였지. 참으로 운 좋게 삼미 슈퍼스타즈를 만나지 못했다면 아마 우리의 삶은 구원받지 못했을 거야. 삼미는 우리에게 예수 그리스도와 같은 존재지. 그리고 그 프로의 세계에 적응하지 못한 모든 아마추어들을 대표해 그 모진 핍박과 박해를 받았던 거야. 이제 세상을 박해하는 것은 총과 칼이 아니야. 바로 프로지! 그런 의미에서 만약 지금의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다시 한 번 예수가 재림한다면 그것은 분명 삼미 슈퍼스타즈와 같은 모습일 것이라고.‘ 244쪽에는 이런 글도 나온다. ’당시의 한국인들은 <프로>가 무엇인지 전혀 몰랐고, <섹스>라는 말은 차마 부끄러워서 입에 올리지도 못했거든. 그래서 놀란스와 프로야구가 건너온 거야. 선발대의 역할을 한 것이지. 놀란스가 와서 <섹시 뮤직>을 부르고 프로야구가 <프로>의 전파를 담당하기로!‘. 나도 당시에 섹시 뮤직을 흥얼거리고 다녔는데, 그 노래에 이런 흉악한 음모가 있었다니.... 그의 이런 지적이 사실이든 아니든, 프로에 대해 이런 생각을 해볼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깨어있다는 느낌이다.
그저 스포츠의 화려함에 열광만 할 것이지 아니라 그 이면도 들여다보는 노력을 하라는 의미에서 굉장히 좋게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 어떤 책이 나의 고등학교 시절을 이렇게나 재미있게 추억할 수 있게 만들 수 있을까. 박민규는 정말 대단한 작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