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 폴리오 1 - 피와 죽음을 부르는 책
제니퍼 리 카렐 지음, 박현주 옮김 / 시공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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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여전히 그의 존재를 의심받고 있는 영국의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에 대한 이야기다. 그는 영국의 시골 마을인 스트래트포트 출신의 연극배우 셰익스피어가 다방면에 지식을 보이고 왕실과 귀족의 생활을 자세히 묘사한 글을 썼을 리가 없다는 의심을 받고 그의 이름의 작품들은 원작자가 따로 있다는 의심을 여전히 받고 있다. 아마 그의 신상에 대한 기록이나 그가 직접 쓴 작품들이 하나도 남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왜 그에 대한 기록과 그가 직접 쓴 희곡들이 하나도 남지 않은 것일까? 참으로 의문이다.

  이 책은 하버드 대학의 셰익스피어 전공 교수인 로잘린드 하워드(로즈)가 영국에 있는 셰익스피어 연극 전용극장인 글로브극장에서 <햄릿>을 연출하기로 한 캐서린 J. 스탠리(케이트)가 연극 리허설을 하고 있는 동안에 찾아가 그녀에게 엘리자베스 시대의 브로치가 든 상자를 주고 가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로즈는 꼭 케이트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그날 저녁에 만나기로 하는데, 케이트가 약속 장소에 나가다 보니 글로브극장에 불이 난다. 서둘러 그곳에 가니 로즈가 귀 뒤에 주사바늘이 난 채 죽어 있었다. 그런데 이 극장은 정확히 391년 전의 같은 날에도 화재가 났던 극장이었다.

  케이트는 로즈가 한 말과 수수께기 같은, 상자 속의 브로치를 통해 로즈의 죽음이 셰익스피어과 연관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로즈가 경찰에 가지 않고 자신에게 온 것은 틀림없이 경찰에는 알릴 상황의 것이 아님을 짐작하고 나름대로 로즈의 의문사를 해결하려고 애쓴다. 그 과정에서 로즈는 셰익스피어 사후 1623년에 친한 친구들과 후원자들이 출판한 셰익스피어 작품집 초판본인 <퍼스트 폴리오>를 참고로 하는데, 케이트가 로즈의 행적을 추적할 때마다 사고가 생기고 그 사고와 함께 끔직한 살인 피해자 및 퍼스트 폴리오가 도난당하는 일이 발생한다. 끈질긴 추적 끝에 케이트는 셰익스피어가 친필로 쓴 최후의 희곡 작품인 ‘카르데니오’가 존재하고 있음을 알아낸다. 그리고 셰익스피어의 작품으로 알려진 그 희곡들을 그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썼다는 게 사실임을 인정하는 깜짝 놀랄 만한 편지글을 발견하는 것으로 1권의 이야기는 끝이 난다. 2권의 이야기가 너무나 궁금하다.

  신문이나 방송에서도, 셰익스피어의 이름만 빌렸을 뿐 그의 작품들에 대한 원작자는 따로 있다는 글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이 글에서도 여러 명이 원작자로 추정되고 있다는 이야기와 함께 특히 17세기에 살았던 옥스퍼드 백작이 가장 가능성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만큼 셰익스피어의 사생활에 대해 알려진 것이 없어서 더욱 많은 관심을 끌며 추측을 낳는 것 같다.

  또한 이 책을 통해서 셰익스피어의 작품과 당시 영국의 정치 상황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어 즐거웠다. 천일의 앤이라고 흔히 불리는 헨리 8세와 앤 불린에 대한 이야기는 영화를 통해서도 본 적이 있다. 그 앤으로 인해 영국은 카톨릭 교회와 결별하고 영국 국교회를 설립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국교회 세력과 나라에서 금기시하는 카톨릭을 여전히 믿는 세력들간의 갈등과 음모로 인해 갖가지 사건들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리고 이 책의 모티브가 된 카르데니오의 내용이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의 책에도 나온다. 카르데니오는 안달루시아의 젊은 기사였는데 주인이자 친구였던 돈 페르난도의 배신으로 약혼자를 잃고 미쳐 버린다. 이것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는 셰익스피어의 카르데니오는 영국 왕 제임스1세 시대에 대단한 스캔들을 일으켰던 로버트 카와 프랜시스 하워드에 대한 이야기를 내용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영국 역사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와 셰익스피어에 대한 학자들의 지대한 관심을 들을 수 있었으며 셰익스피어의 자료들을 소장하고 있는 미국 유명도서관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었다. 참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그 어느 때보다도 셰익스피어가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그의 작품들이 영국 역사와는 어떤 연이 있는지, 그 작품으로 인해 그가 어떤 핍박을 받았는지 궁금해졌다, 아울러 <돈키호테>와는 어떤 연관이 있는지도 자세히 알고 싶어졌다. 그래서 2편의 내용이 더욱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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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를 나보다 똑똑하게 키우는 법
마츠나가 노부후미 지음, 김지룡 옮김 / 21세기북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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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그 어느 때보다도 자녀교육에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아마도 결혼 후의 인생은 자녀교육을 위해서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자녀교육에 대한 관심은 지대하다. 그런 만큼 자녀교육을 위해 부모들도 공부를 많이 한다. 나 또한 어떻게 하면 내 아이를 훌륭하게 키울까 하는 고민에서 많은 자녀교육 지도서들을 읽는 편이다. 이 책도 그런 연장선에서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전에는 유아를 중심으로 한 조기교육에 대한 자녀교육서가 주로 발행된 반면에 요즘에는 초등학생을 둔 부모를 위해 인성교육 및 학습지도를 위한 조언서들이 대거 발간되고 있는 추세인 것 같다. 이 책도 초등생 자녀를 둔 부모에 읽기에 좋은 책이다.

 책 제목이 겸손하다. 성공이라는 거창한 단어를 쓰기보다는 ‘나보다 나은 사람이 될 수 있게 자식을 키우라’고 욕심 없이 말한다. 하지만 결코 욕심 없는 말이 아니라 부모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일러주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교육에 대해 말할 때, 흔히 인용되는 말인 ‘생선을 줄 게 아니라 낚시하는 방법을 가르쳐라’라는 말처럼, 부모가 익히 알고 있는 낚시법을 가르칠 때만이 잘 설명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고기가 잘 잡히는 방법이라고 해서 부모가 모르는 방법을 가르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제목이 더욱 마음에 와닿았다. 그리고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똑똑함의 정의를 다시 바르게 알려주었다. 단지 공부를 잘 하는 것을 이름이 아니라 인생을 현명하게 살 수 있는 지혜를 가진 사람이 되도록 가르치라는 뜻이었다. 특히 이 글에서 나온 내용 중에 ‘평균수명이 90세에 달하는 이 시대에 스무 살 때의 학벌이나 성적만으로 그 후의 인생이 결정되어 버린다는 것은 참으로 시대착오적인 일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것보다 앞으로 펼쳐질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가 몇 십 배 더 중요하다. 열아홉 살까지의 우등생보다는 20세를 넘어서도 30세를 넘어서도 60세가 되어서도 끊임없이 성장을 계속해나가는 사람이야말로 진정으로 현명한 사람이며 행복한 인생을 누릴 자격이 있는 사람이다’라는 말이 감동적이다. 그런 사람이 될 수 있게 지도하는 것이 바로 부모가 할 일인 것이다.

  내 자녀가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는 지도할 수 있는 부모의 양육 방법에 대한 소개를 하면서, 또한 공부를 잘 할 수 있는 아이가 될 수 있게 해주는 방법도 조언했다. 그러면서 교과별로 아이의 학습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지도 방법도 알려준다. 무엇 일에서든 좋은 습관이 중요하듯, 또한 좋은 습관을 가진 아이야말로 똑똑한 아이가 될 수 있음을 지적하면서 아이에게 좋은 습관을 들일 수 있는 방법도 설명해 놓았다.

  게다가 남녀평등시대라고는 하지만, 남성과 여성이 엄연히 다름을 인정하고 그에 맞게 딸과 아들에 대한 교육도 달라져야 함을 설명해 준다. 또한 어떤 사회에서건 서로 소통하는 관계가 되려면 의사소통이 잘 돼야 한다.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아이의 커뮤니케이션 능력 향상에도 힘쓰는 한편, 부모만이 아이를 똑똑하게 교육할 수 있음을 명심하고 현명한 아이로 키우는 데 전념하라고 조언한다.

  책 제목은 아이를 위대한 인물로 키우는 데 욕심내지 않는 듯 하면서도, 아이들에게 익혀야 할 바른 습관에서부터 교과목별로 성적을 높일 수 있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아이를 성공으로 이끌어주는데 부족함이 없는 정보들을 제공하고 있다. 대부분의 초등생 부모 교육 도움서들이 성적 향상에만 집중하는 데 비해 인성 교육에도 많은 페이지를 할애해서 좋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어 인성 교육을 물론 학습 능력 향상에서도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 같다. 게다가 딸과 아들을 한 명씩 엄마로서 5장에서 설명한 ‘아들과 딸, 교육의 성공 코드가 다르다’의 내용이 기억에 남는다. 딸과 아들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각기 다른 교육 태도를 취해야 한다는 말을 유념해야겠다. 두 아이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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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미술 차가운 미술
이일수 지음 / 인디북(인디아이)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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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가면 미술관엔 그림이 있고 모르고 가면 미술관엔 그림이 없다’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부제에서 지적했듯이 아이들을 데리고 미술관에 비교적 자주 가는 편이긴 한데 다녀오면 왠지 마음은 뿌듯한데 기억에 남는 게 별로 없다. 엄마인 나도 미술에 대해 아는 바가 없어 아이에게 자세히 설명을 못해 주다보니 아이에게 들려줄 얘기도 없고 아이는 아이대로 엄마의 이끌림에 따라 왔으니 그저 의무감처럼 군말 없이 휙 한 번 둘러보고 나오기 일쑤다. 이런 안타까운 미술관 관람 태도를 바로잡고 그 시간을 좀 더 실속 있고 귀중한 시간으로 만들 수 있게 도움이 주기 위한 것이 바로 이 책의 목적인 것 같다.

  처음에 제목만 봤을 때에는 이 책 역시 화보집이거나 작품 설명집인 줄 알았다. 그런데 살펴보니 그것보다 훨씬 실속 있는 책이었다. 미술관 나들이가 좀 더 유익하고 그림을 볼 줄 아는 시간이 될 수 있게 많은 조언을 해준다. 미술관 나들이에 앞서 보게 될 그림들에 대해 미리 공부하고 갈 것, 바른 관람 태도는 물론이고 박물관, 미술관, 화랑의 차이도 알려주며 더 나아가 미술품 소장 요령에 대해서도 잘 알려준다. 특히 용돈을 모아 김형구 화백의 그림을 소장하게 민수 이야기는 많은 울림을 주었다. 미술품을 소장하려면 고가의 돈이 들겠거니 생각했던 나 같은 평범한 사람도 미술품을 구입할 수 있겠구나 하는 희망을 주었다. 물론 얼마 전에 폐막한 아시아프를 보면 미술품도 화가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고 이제는 많은 사람들의 미술품 소장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지만 그 구입과정 또한 궁금했었는데 그 글을 통해 궁금증을 다소 해소할 수 있었다. 

 그런가 하면 2장에서는 전시장에 대한 비밀들을 속속들이 알려준다. 전시도록 구입 여부, 도슨트와 큐레이터의 역할, 전시장 벽이 하얀 이유 등등 일반인들은 모르는 전시장의 속내를 잘 귀뜸해 준다.

  3장에서는 작품을 대상으로 보다 실질적인 관람법을 알려준다. 특히 그림을 보는 태도에 대해 ‘코끼리처럼 무겁게, 독수리처럼 날카롭게, 원숭이처럼 의심을’이라는 자세를 가질 것을 제안하고 있다. 게다가 왕초보자냐, 초보 딱지는 뗀 관람자냐에 따라 교과서에서도 안 가르쳐 주는 미술 감상법을 자세히 설명해 놓았다. 그리고 구체적인 작품을 예로 들면서 동양화와 서양화 관람법의 차이에 대해서도 설명해 준다. 아울러 일반인들이 관람을 어려워하는 추상화에 대한 설명과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뜨거운 미술과 차가운 미술에 대한 정의도 알려준다.

  마지막 장에서는 현대 미술 사조에 대한 설명과 우리나라에 있는 대형 미술관 목록, 도록에 자주 수록되는 어려운 용어들을 설명해 놓았다. 특히 미니멀 아트, 레디 메이드, 기네틱 아트, 극사실주의, 팝아트 같은 현대 미술 사조에 대한 설명과 우리나라 대형 건축물 앞에 놓여있는 값비싼 미술 작품에 대한 소개는 더욱 유용했다. 현대 미술 사조에 대한 이야기는 신문지상에서도 자주 언급되고 여러 작가의 작품들을 모아서 전시하는 경우도 많은데 그 정의부터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해서 이해가 부족했던 부분이 많기에 유용했다. 또 대형 빌딩 앞에 있는 건축물들의 경우에는 으레 겉치장으로 건물 앞에 놓은 작품이라 별 가치 없이 보았는데 의외로 값비싼 작품들이어서 놀라웠다.

 아무튼 이 책을 통해 미술품을 감상하는 법도 자세히 배웠고 미술사조에 대해서도 폭넓게 알게 되었다. 앞으로는 좀 더 여유 있는 미술관 관람이 될 것 같고 아이들에게도 좀 더 너그러운 시간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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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풀꽃 정채봉 전집 동화 2
정채봉 지음, 정해륜 그림 / 샘터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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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하지만 따스해 보이는 표지만큼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이야기가 가득한 책이다. 정채봉 님의 글을 읽을 때마나 감동 없이 읽은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이 책 또한 마찬가지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이름이 나지 않은 보통 사람들의 생활 속에서 어쩌면 이토록 감동적인 이야기들을 끄집어낼 수 있는지 작가의 능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에는 초등 국어 교과서 4학년 2학기에 수록된 ‘흙 한 줌’을 비롯해 전부 15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그 이야기들의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바람, 풀꽃, 달빛, 솔, 학, 별, 돌, 흙 등 자연에 대한 소재가 많다. 자연을 사랑하고 그만큼 사람을 사랑하는 작가의 성품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에 실린 이야기 모두가 감동적이었지만 나는 특히 ‘별’이라는 작품이 마음에 와닿았다. 남편 월급으로는 살림이 빠듯한 집안에서 어린 아들이 백화점에 가자고 조르자 엄마는 한숨부터 나온다. 아이가 자꾸 조르자 아빠가 월급을 타면 가겠다고 약속을 했지만 아이가 값비싼 로봇 장난감 앞에서 사달라고 떼를 슬까봐 엄마는 벌써 걱정이 된다. 그런데 갑자기 아이가 아파서 병원에 가니 머리를 수술받아야 한다고 한다. 수술 받는 날, 엄마는 대수술이기에 수술이 잘못 될까봐 몹시 걱정이 되어서 아이에게, 혹시라도 수술을 받는 중에 하느님을 만나게 되면 엄마, 아빠랑 더 살게 해달라고 빌라는 말까지 한다. 그런 엄마에게 아들은 말한다. 걱정 말라고, 빨리 나아서 엄마 선물 사러 백화점에 가야 한다고 말한다. 기운 속옷을 입고 있는 엄마를 위해 그동안 돈을 모아놓았노라고...... 눈물이 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머지 이야기들은 이런 감동이 있는 글이다. ‘그리고 또 나머지’라는 이야기에서는 네 잎 클로버를 찾은 동생이 그 잎을 따서 한 쪽 다리가 없는 누나의 책 속에 끼워두려고 하자, 누나가 동생에게 말한다. “아니야. 따서 가져가 버리면 안 돼. 우리는 이미 보았으니까 행운을 지니게 된 것이나 다름없어. 그런데 우리가 이 네 잎 클로버를 독차지해 버리면 우리만의 행운으로 그치고 말 게 아냐.”란 말이 나온다. 얼마나 아름다운 생각인가?

  다른 사람에 대한 따뜻한 사랑과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자연의 소중함을 마음 가득히 배울 수 있었다. 아이들에게 성공하라고만 가르쳤지, 세상의 소중함에 감사하고 함께 사는 사람들에게 배려하고 나누는 따뜻하고 아름다운 마음씨를 가진 사람이 되라고는 가르치지 않고 있는 요즘에 꼭 읽혀야 할 책인 것 같다. 너무 아이들에게 공부, 공부만 강요했던 것 같다. 정말 소중한 것은 그게 아닌데... 바람 하나에도 감사하고 풀 한 포기도 소중히 여길 수 있는 마음과 다른 사람을 배려할 수 있는 마음, 작은 일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또 그런 긍정의 마음을 가진 아이들이 밝은 세상을 이끌 수 있는 사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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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 자살 클럽
전봉관 지음 / 살림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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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지에도 나와 있듯이 이 책은 근대 조선을 울린 충격적인 자살사건들을 심층보도하면서 당시 사회상을 잘 보여주는 책이다. 나라의 향방을 뒤흐든 큰 사건 위주의 역사서들과는 달리 당시의 일반 민중들의 삶을 자세히 보여줄 것 같아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우선 근대 조선사에서 자살하면 성악가 윤심덕과 극작가 김우진의 현해탄 선상에서의 바다로의 투신자살 사건이 떠오른다. 이들의 이야기는 윤심덕의 노래로도 유명한 ‘사의찬미’와 같은 제목의 영화 <사의 찬미>에서도 다뤄졌었다. 영화를 본지가 오래 되어서 그 내용을 잊기도 했지만, 이 사건을 생각하면 자신의 감정을 못이긴 감상적인 신여성의 연애실패로 빚어진 사건이라고 나도 모르게 정의하게 된다. 그런데 이 책을 읽어보면 윤심덕이 출생의 문제 때문에 서른이 다 돼 가도록 번번이 혼사가 깨진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1920년대에 우리나라는 ‘제2부인’이라는 용어가 있을 정도로 유부남과 처녀와 살림을 차리는 경우가 드물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사회적인 풍토 때문에 윤심덕이 마음고생을 많이 하게 돼서 급기야는 그런 일을 저지르고 말게 된 것 같다.

  이 책에는 이처럼 그 당시 세상에 충격은 둔 여러 건의 자살 사건을 소개하면서 그들이 자살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만든 시대적 상황을 설명해 준다. 근대조선의 사랑과 전쟁, 근대 조선 잔혹사로 나눠서 전부 10편의 사건을 소개해 놓았다. 가난 때문에 아버지 손에 이끌려 홍등가에 팔린 여인 이야기, 시어머니의 혹독한 시집살이 때문에 생을 마감한 이야기처럼 사랑에서 일반 가정사에서 빚어진 이야기에서부터 김상옥 종로경찰서 폭탄 투척 사건, 나석주 동양척식주식회사 폭탄 투척 사건까지 사회적인 상황에서 빚어진 자살 이야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특히 문창숙 집단 따돌림 사건과 유전입학 무전 낙제 같은 입시 지옥 사건 등은 요즘에만 있는 일인 줄 알았는데 당시에도 이런 일 때문에 자살을 부를 정도였다니 놀라웠다. 또한 남성 중심의 사회 때문에 소외된 여인들 간에 빚어진 동성애 사건도 충격적이었다.

  그런 사건들을 보니 사람 사는 세상은 어디 가나 똑같다는 말이 생각난다. 세월은 달라서 다른 옷을 입고 다른 생각을 했을지언정 그 사람살이는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당시 기사에서 보여주는 글씨체와 사진들을 세월이 많이 흘렀음을 보여주지만 지금의 세상이 그 시대와 별반 차이가 없음을 느끼게 되니 다소 씁쓸한 기분이었다.

  근대 여성들은 결혼을 하기 전에는 이전 사회와는 달리 여성에게 주어진 많은 자유를 누리면서 살았지만, 결혼 후에는 전과 달라지지 않은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요구하는 틀에 맞춰 살아야 하기 때문에 심한 심적 갈등을 겪으면서 살았던 것 같다. 그리고 그런데서 오는 갈등들을 풀 기회도 없고 해소할 창구도 없었기 때문에 쉽게 극단적인 방법들을 선택했던 것 같다. 

  김상옥과 나석주의 폭탄 투척 사건은 일본 압제에 맞서 자신의 목숨을 내던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김상옥의 종로 경찰서 폭탄 투척에 대해 그가 아니라는 이견도 있지만 일제의 탄압에 맞서고자 했었음을 세상에 여실히 보여주고자 했던 행동임은 분명했던 것 같다.

  처음에 이 책을 보는 순간 근대조선이 ‘그렇게 자살을 권하는 사회였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제의 탄압만 없었더라면 신분제로 꽉 짜여진 조선 사회보다는 살만 한 세상이 아니었을까?라고 나름 생각했었다. 그러면서 현진건의 <술 권하는 사회>라는 소설 제목이 생각났었다. 세상이 도대체 어떻길래 술 권하는 사회일까? 지금은 그렇지 않을 사회일까?라고 물어봤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근대 조선만 자살을 권하는 사회였을까?

  지금에도 그런 일은 참 많다. 다만 역사를 보는 시각을 달리 해 본 것일 게다. 왕과 권력층 중심으로 역사를 보던 시각에서 일반 백성들을 중심으로 역사를 보는 시각을 달리 했던 책이었던 것 같다. 좀 더 역사를 자세히 보는 기회가 되었다고나 할까. 사실 ‘자살’이라는 소재는 별로 유쾌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분명 다른 역사 읽기 책으로는 충분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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