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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스토리 여왕을 찾아라 1
미리스토리 지음 / 미리스토리 / 2008년 11월
평점 :
판매완료
동화 속에 그려진 여러 공주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진정한 공주의 모습을 알려주기 위해 그려진 만화다. 발상이 참 재밌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백설공주, 잠자는 숲속의 미녀, 신데렐라 등을 읽어주면서 너무나 수동적인 공주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런 얘기들을 아이들에게 계속 읽어주어도 될까 고민이 됐었다. 세 이야기 모두 왕자의 도움을 받게 된다. 앞의 두 명은 왕자의 도움으로 공주라는 제 자리를 찾게 되고, 신데렐라는 널리 알고 있듯이 왕자의 도움으로 일약 왕자비의 자리로 신분이 크게 상승하게 된다. 한때 남자의 세력을 등에 업은 여성들의 신분 상승 현상을 꼬집는 말로 신데렐라 신드롬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었다.
이처럼 동화 속의 너무나 수동적이고 남성 의존적인 공주들 때문에 굳어진 공주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탈피시켜 주기 위해 나온 것이 바로 ‘미리스토리, 여왕을 찾아라’이다. 실제로는 현명한 공주도 많았으리라. 우리나라만 봐도 바보 온달과 결혼을 해서 그를 장군으로 만든 현명한 공주 평강공주도 있지 않은가? 그리고 한낱 마를 파는 아이였던 서동이를 만나서 그를 백제의 무왕이 되게 한 선화공주도 있지 않은가?
여자 아이들은 어렸을 때 공주를 아주 좋아한다. 자신이 공주 대접을 받고 싶어할 뿐 아니라 공주에 대한 얘기도 좋아한다. 따라서 이들에게 공주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을 들려주면서 그것들이 모든 공주의 모습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 즉 공주에 대한 바른 생각을 심어주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렇게 하는 데 이 책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은 미리나라의 공주인 미리 공주가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에 부모님들이 잃어버린 네 명의 언니들, 즉 공주들을 찾아나서는 이야기다. 미리 공주의 아버지, 그러니까 미리 국왕은 오래 전에 왕비와 네 공주를 데리고 여행을 갔다 오다가 도적떼를 만나게 된다. 재빨리 왕의 수비대가 구조하는 온 덕에 왕과 왕비의 목숨은 건졌으나 숲으로 도망쳤던 네 공주를 찾지 못하게 된다. 십년이 넘도록 이 네 공주들을 찾지 못했는데, 왕은 자신이 죽기 전에 이 네 공주를 찾아서 누가 자신의 뒤를 이을지를 정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백방으로 수소문한 결과 이들을 보았다는 목격자들이 나오고, 그들이 말한 단서를 토대로 네 공주 찾기가 시작된다. 그런데 이 네 공주를 찾는 중대한 임무를 철부지 같은 미리 공주가 맡게 된다. 미리 공주는 우선, 네 공주 중 한 명이 사과나라에서 백설공주가 되어 있는 목격자의 말을 따라 사과나라로 찾아가서 결국에는 언니를 만나게 된다. 그러면서 백설공주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원작과 같은 부분도 있지만 결말은 완전히 달라진다. 그래서 더욱 더 다음 이야기를 궁금하면서 재밌게 읽을 수 있다.
이렇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공주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공주들의 모습이 현재에 맞게 되려면, 아니, 바람직한 결말이 되려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새로운 결말로서 좋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러면서도 범인을 추리할 수 또 한 편의 이야기가 곁들어 있어 더 재밌게 읽을 수 있다. 미리의 언니 찾기에 따라나서면서 미리를 해코지 하려는 세력이 있는데, 과거 왕이 여행할 때 왕을 해치려했던 무리와 결코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도대체 어떤 악당이 이런 짓을 왜 벌이는지 그에 대한 이유를 추리하면서 읽을 수 있어서 더 재밌다. 다음 편에서는 미리 공주가 어느 나라로 어떤 언니를 찾아 나서게 될지 기대가 되며, 미리를 쫓는 악의 세력이 누구인지 알게 될 단서가 나올지 궁금하다.
책 뒤에 원작소개라고 해서 이 권의 중심 이야기가 된 백성공주에 대해 다시 한 번 알려준다. 그러면서도 백설공주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내용인 거울의 의미와 진정한 아름다움이 무엇일까 생각해 볼 수 있는 페이지도 마련해 놓았다.
이렇게 자칫 현실과는 유리된 환상적인 얘기들로만 끝날 수 있는 공주 이야기들을, 그것이 본래 창작된 의도가 무엇이었고 진정으로 의미하는 바가 무엇이었건 간에, 현실에 맞게 재조명하고 바른 가치를 모색하게 하는 이야기로 탈바꿈시켰다는 점에서 즐겁게 읽을 수 있는 만화였다. 여자 아이들이 참 좋아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