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가 낭자한다. 야릇한 정사신도 빼놓을 수 없다. 결말을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독특한 캐릭터들이 살아숨쉰다. 이야기 자체도 비현실과 현실 사이를 오간다.
어떤 한국 감독이 생각나는가?! 대부분은 바로 박찬욱 감독을 지목할 것이다. 그만큼 자신만의 스타일을 쌓아오고, 강렬한 이미지를 남기며, 독특한 연출과 스토리를 풀어내고,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 있게 만드는 이는 아마 드물 것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이 아무리 잔인하고 황당함을 주며 거부감을 일으키더라도 어떻게든 보게 되고 만다.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로 한템포 쉬었던 그가 다시 돌아왔다. 더 그로테스크하고 강렬한 작품으로- 박쥐라.. 흡혈귀 영화구나, 싶더니 종교 영화 같고, 아니면 그냥 특이한 멜로 영화같기도 하다.
이번 작품은 특히 복수도 명랑도 아니지만, 살인과 섹스 속에 또다른 욕망을 표출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뱀파이어가 되고 싶어하는 노신부, 안정을 찾길 원하는 태주의 모습은 인간의 다양한 갈증(Thirst)의 방면들을 여실히 드러낸다.
하긴, 상현 그 자체가 욕망의 화신이었지. 뱀파이어가 되면서 살고 싶은 욕망, 먹고 싶은 욕망, 성에 대한 욕망, 일탈하고 싶은 욕망 등을 가감없이 보여주었으므로. 그러기에 신부이기를 포기하고 자신을 위해 산 것 아니겠어?!
태주는 또 어떠한가; 요상한 어머니에 괴상한 남편을 두고 하루하루 죽지 못해 살다가, 상현을 만난 후 얼씨구나 좋다 매달리고 남편을 버리려 애쓰며 결국에는 뱀파이어가 되어 날뛰는 모습은 인간의 사악한 본성, 그 끝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자, 그럼 이제 사악한 본성을 지닌 인간은 어찌해야 되는걸까. 자신의 본성을 알았으니 (종교의 힘으로) 평생 억제하며 지내야 하는걸까, 아니면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본능에 충실해야 하는걸까?
어떤 것이 옳고, 어떤 것이 그르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결국 선택은 자신이 하는 것이고, 자신의 인생은 자신이 사는 것이기에. 하지만 인간은 그 어떤 다른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존재로 태어났기에, 지켜야 할 일 그리고 해야할 일이 있다고 본다. 남을 배려하고, 약속을 지키며, 책임감을 느끼는 존재. 그런 존재로 살아가는 자체만으로도 큰 특권 아닌가?!
그 무엇도 아닌, 생각할 수 있는 머리와 따스하게 살아숨쉬는 가슴을 가진 인간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