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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인의 책마을 - 책세이와 책수다로 만난 439권의 책
김용찬.김보일 외 지음 / 리더스가이드 / 2010년 8월
평점 :
내가 나 아닌 다른 사람의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기 어렵듯이, 타자의 삶과 생각이 녹아든 글에 대해 평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저 무심코 말을 내뱉거나 손가락질 할 수는 있어도, 책의 깊이와 바라는 뜻까지 파고들기란 글쎄.. 그 누가 자신있어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있게(?) 또는 무모하게(?) 자신이 읽은 책을 짚어보고 그 책을 벗삼아 자신을
드러낸 이들이 있으니, 그들의 이야기를 엮어낸 또 하나의 책이 바로 <100인의 책마을>이다. 한 권의 책을 통해 만나는 439권에
대한 반가움, 기존 작가가 아닌 새로운 필진에 대한 기대감, 책으로 이야기하는 맛깔스런 입담에 대한 즐거움이 이 작품에 고스란이
녹아있다.
달리기는 앞으로 몸을 움직이는 행위다. 그것은 미래로 나아가는 행위이지
과거 속으로 퇴행하는 행위가 아니다. 달리기에서 모든 움직임은 현재에 있다. 호흡도, 맥박도, 고통도, 즐거움도 모두 현재에 있다. 조금
과장되게 말한다면 달리기는 온통 현재만 있는 움직임이다. 나는 그것이 좋았다. 과거는 회한을 불러오고 미래는 불안을 불러온다. 그러나 현재는
무無의 공간, 자유의 공간이었다. 달리는 순간 나는 나 혼자있다. 집을 나서는 순간은 곧 시스템으로부터 몸을 빼내는 순간이다. 가족이라는
시스템, 직장이라는 시스템, 국가라는 시스템, 달리는 시간은 그런 시스템에게 굿바이를 외치는 시간이다. (p.23)
글은 단순히 독서평을 넘어선다. 책을 통해 만나는 자기 모습, 책으로 시작해 삶으로 갈무리되는 살맛나는
이야기가 겹쳐질 때 독서평은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들의 언어로 덧씌워진다. 그러고보면 누구나 책을 '읽고 싶어한다'. 비록 읽지 못하는
환경이나 읽을 수 없는 상황일지라도, 우리 마음은 항상 알게 모르게 책에도 맞닿아 있는 것 같다.
길지 않은 남미 여행 중에도 내가 책을 가져가서 읽으려 했던 게 그런 마음이었던 것 같다. 비록 여정의
무거움에 한 권은 채 읽지 못하고 놓고 왔지만, 이 책만큼은 손에 쥐고 발악하며 어느 정도 소화했냈고 이렇게 서평까지 쓰게 되니 감개무량하다.
여행 중 읽은 작품이라 그 특별함이 더한 것도 같다.
세상의 엄마들은 생긴 모습은 다를지언정 모두 엄마라는 이름으로
우리 곁에 존재한다. 그리고 자식이라는 존재들은 오늘도 또 날카롭고 긴 못을 엄마들의 가슴에 박아 넣고 있을 것이다. 못 박히고 박는 관계,
어쩌면 이것이 피할 수 없는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일지도 모른다. (p.71)
책에서 다루지 못하는 것이 뭐가 있으랴. 마음 가는 대로 뜻이 통하는
대로 그려나간 인생길에서 그것이 굳이 픽션이든, 논픽션이든 우리 삶과 뗄레야 뗄 수 없음을 누구나 잘 아는 것일 터인데. 곡진히 써내려간 글 그
어딘가에서 우린 멈추고, 생각하고, 뒤돌아본다. 그리고 그 순간 글은 우리 삶에 깊이 박힌다.
여행 중에도 그런 순간이 있었다. 직장을 그만두고 내가 여행을 온
이유, 앞으로 하고 싶은 일/할 수 있는 일/해야할 일에 대한 마음가짐 등.. 순간 이 책을 읽다가 그 답을 발견한 것 같아 마지막으로
적어본다.
나는 모든 대안적 문화가 느림에서
나온다고 믿고 있다. 느림에서 돌봄이 나오고, 나눔이 나오며, 더불어 살기가 나온다. 돌봄이란, 자기 자신에 대한 성찰이고, 뭇 생명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이다. 나눔은 전 지구적 차원의 생태 문제를 인지하게 하여, 스스로 선택한 가난한 삶을 도모하게 한다. 그리고 더불어 살기는 스스로
선택한 가난에서 비롯한다. 그러니까 느림은, 새로운 삶의 방식을 위한 처음이자 끝이다. 느림이 미래로 가는 문이다.
- 『바쁜 것이
게으른 것이다』, 이문재, 204~20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