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기획자에게 묻다 - 기획은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가? 어떤 일, 어떤 삶 1
김영미 지음 / 남해의봄날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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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은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가?”

 

이 문구 하나에 이끌려 집어 든 책이 바로 이번에 소개할 <젊은 기획자에게 묻다>이다. 돈과 명예를 위한 직장이 아닌, 꿈이 담긴 직업을 선택해 삶을 기획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어린이 미술전시 기획자가 국내 1호 뮤지움 에듀케이터라는 이름으로 헬로우뮤지움을 운영하고, 마을 기획자가 특색 없던 마을 주민들의 소소한 일상에 주목하여 살맛 나는 마을로 바꾼다. 누군가는 공연 기획자로서 <헤드윅>을 비롯한 B급 장르 뮤지컬 시대를 열고, 어떤 이는 작은 빵집들의 따뜻한 이야기를 전하며 베이커리 기획자로 불리기도 한다. 거기에 스마트레이저라는 펀드레이징 프로그램을 개발한 비영리단체 모금 기획자까지, 처음 접하면서도 귀가 솔깃해지는 기획자들의 삶, 철학이 마음을 움직인다.

 

직업에 대한 생각을 바꿔보려고 이 책을 기획했다고 말하는 저자는 기획을 모든 일의 시작이자 결과를 향한 과정이라고 확고하게 말한다. 결국 말 그대로 세상 모든 일에는 기획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소개된 기획자들은 기획자가 되고 싶어서가 아니라 어떤 일이 좋아서 기획자가 된 사람들이다. 나의 일을 일 그 자체가 아닌 삶으로 바라보고, 삶의 방향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생각하는 것은 물론 어렵다. 하지만 어떤 마음가짐, 가치, 철학으로 어떤 일을 선택하고 어떻게 해나가느냐에 따라 우리 삶은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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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 나 정말 상처받았어! - 교사 이호철이 응어리진 아이들 가슴에서 끌어낸 목소리 살아있는 교육 14
이호철 지음 / 보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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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아이들을 '도화지'에 잘 비유한다. 아직 어떤 주제로 어떻게 밑그림을 그리고 무슨 색을 칠할지 정하지 않은 상태. 그것을 결정하는 건 자기 자신이 제일 메인이지만, 영향을 주는 요인 중에서는 가장 큰 게 바로 부모일 것이다.

 

여기 아이들 가슴에서 끌어낸 응어리진 목소리들이 고스란이 담겼다. 이런저런 이유로 상처받은 아이들. 들여다보면 그 이유도 제각각이다. 표현을 가로막아서, 매를 맞아서, 엄마아빠가 싸워서, 집안 형편이 어려워서, 컴플렉스 때문에 놀림 받아서, 어른들이 거짓말해서, 어리다고 업신여겨서, 학교 성적 때문에 야단 맞아서, 성추행을 당해서 등 하나같이 비상식적이고 납득하기 어렵다. 이런 부모들이 진짜로 많이 있는가 보다.

 

문제는 어릴 때의 상처가 그 때 잠깐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 남아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앞에서도 얘기했듯이 도화지에 검은색을 칠했는데 그 검은색이 완전히 지워지기란 어렵다. 이미 흰 바탕에 검은색이 들어갔으니 더 이상 흰 것이 아니란 말이다. 게다가 하나의 인격체라면, 생각하고 느낄 줄 아는 존재라면 몸이 기억하고 마음이 간직하기 마련이다.

 

그러니 더욱 배려하고 존중해주는 게 필요하다. 먼저 아이들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지 같이 이야기해보는 게 제일 좋겠다. 그게 힘들면 정기적으로 시간을 정해서 가족회의를 한다든지 가족규칙을 정한다든지 하는 방법도 효과적일 것이다.

 

이 세상 모든 아이들은 특히 더 소중하다. 그래서 나도 아이들을 위한 좋은 세상을 만들어 보려고 하고. 상처받는 아이들이 없었으면 좋겠다. 비록 책 안의 글들이 해법을 제시해주지는 못하지만, 아이들도 얘기할 줄 알고 자기만의 생각이 있다는 걸 먼저 아는게 중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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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인의 책마을 - 책세이와 책수다로 만난 439권의 책
김용찬.김보일 외 지음 / 리더스가이드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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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 아닌 다른 사람의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기 어렵듯이, 타자의 삶과 생각이 녹아든 글에 대해 평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저 무심코 말을 내뱉거나 손가락질 할 수는 있어도, 책의 깊이와 바라는 뜻까지 파고들기란 글쎄.. 그 누가 자신있어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있게(?) 또는 무모하게(?) 자신이 읽은 책을 짚어보고 그 책을 벗삼아 자신을 드러낸 이들이 있으니, 그들의 이야기를 엮어낸 또 하나의 책이 바로 <100인의 책마을>이다. 한 권의 책을 통해 만나는 439권에 대한 반가움, 기존 작가가 아닌 새로운 필진에 대한 기대감, 책으로 이야기하는 맛깔스런 입담에 대한 즐거움이 이 작품에 고스란이 녹아있다.

 

달리기는 앞으로 몸을 움직이는 행위다. 그것은 미래로 나아가는 행위이지 과거 속으로 퇴행하는 행위가 아니다. 달리기에서 모든 움직임은 현재에 있다. 호흡도, 맥박도, 고통도, 즐거움도 모두 현재에 있다. 조금 과장되게 말한다면 달리기는 온통 현재만 있는 움직임이다. 나는 그것이 좋았다. 과거는 회한을 불러오고 미래는 불안을 불러온다. 그러나 현재는 무無의 공간, 자유의 공간이었다. 달리는 순간 나는 나 혼자있다. 집을 나서는 순간은 곧 시스템으로부터 몸을 빼내는 순간이다. 가족이라는 시스템, 직장이라는 시스템, 국가라는 시스템, 달리는 시간은 그런 시스템에게 굿바이를 외치는 시간이다. (p.23)

 

글은 단순히 독서평을 넘어선다. 책을 통해 만나는 자기 모습, 책으로 시작해 삶으로 갈무리되는 살맛나는 이야기가 겹쳐질 때 독서평은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들의 언어로 덧씌워진다. 그러고보면 누구나 책을 '읽고 싶어한다'. 비록 읽지 못하는 환경이나 읽을 수 없는 상황일지라도, 우리 마음은 항상 알게 모르게 책에도 맞닿아 있는 것 같다.

 

길지 않은 남미 여행 중에도 내가 책을 가져가서 읽으려 했던 게 그런 마음이었던 것 같다. 비록 여정의 무거움에 한 권은 채 읽지 못하고 놓고 왔지만, 이 책만큼은 손에 쥐고 발악하며 어느 정도 소화했냈고 이렇게 서평까지 쓰게 되니 감개무량하다. 여행 중 읽은 작품이라 그 특별함이 더한 것도 같다.

 

세상의 엄마들은 생긴 모습은 다를지언정 모두 엄마라는 이름으로 우리 곁에 존재한다. 그리고 자식이라는 존재들은 오늘도 또 날카롭고 긴 못을 엄마들의 가슴에 박아 넣고 있을 것이다. 못 박히고 박는 관계, 어쩌면 이것이 피할 수 없는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일지도 모른다. (p.71)

 

책에서 다루지 못하는 것이 뭐가 있으랴. 마음 가는 대로 뜻이 통하는 대로 그려나간 인생길에서 그것이 굳이 픽션이든, 논픽션이든 우리 삶과 뗄레야 뗄 수 없음을 누구나 잘 아는 것일 터인데. 곡진히 써내려간 글 그 어딘가에서 우린 멈추고, 생각하고, 뒤돌아본다. 그리고 그 순간 글은 우리 삶에 깊이 박힌다.

 

여행 중에도 그런 순간이 있었다. 직장을 그만두고 내가 여행을 온 이유, 앞으로 하고 싶은 일/할 수 있는 일/해야할 일에 대한 마음가짐 등.. 순간 이 책을 읽다가 그 답을 발견한 것 같아 마지막으로 적어본다.

 

나는 모든 대안적 문화가 느림에서 나온다고 믿고 있다. 느림에서 돌봄이 나오고, 나눔이 나오며, 더불어 살기가 나온다. 돌봄이란, 자기 자신에 대한 성찰이고, 뭇 생명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이다. 나눔은 전 지구적 차원의 생태 문제를 인지하게 하여, 스스로 선택한 가난한 삶을 도모하게 한다. 그리고 더불어 살기는 스스로 선택한 가난에서 비롯한다. 그러니까 느림은, 새로운 삶의 방식을 위한 처음이자 끝이다. 느림이 미래로 가는 문이다.
- 『바쁜 것이 게으른 것이다』, 이문재, 204~2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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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욤비 - 한국에서 난민으로 살아가기
욤비 토나.박진숙 지음 / 이후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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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속해 있는 어떤 사회에서 소수자로 살아간다는 건, 사회 속의 개인의 특성을 생각한다면 무척 힘든 일임이 분명하다. 그것도 본인 의지와는 상관없이 원래 살던 곳을 탈출해 사랑하는 사람들과 생이별을 하고 듣도 보도 못한 나라에서 지내게 된 꼴이라니. 진짜 오마이갓 그 자체.

 

'난민'이라 불리는 이들이 바로 그렇다. (얼마나 어려우면 그 많은 어려운 사람들 중 難民이라는 단어 의미가 그렇게 됐을까.) 쫓기듯이 왔으니 당연히 먹고살 돈을 벌 일자리도, 그 나라에 대한 이해도, 새로운 삶을 살려는 마음가짐도 준비하지 못했을 터.

 

그런데 더 가관인게 우리나라는 그들을 지원해줄 정책도 부실하고, 난민으로 인정해주는 기준도 모호하다는 것이다. 올해 7월부터 '난민법'이 시행되기 전까지는 난민신청 후 5년간 생계지원은 커녕 합법적으로 일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그렇다면 결국 불법으로 취업할 수밖에 없는데, 그러니 졸지에 미등록근로자로 몰리는 처지에 이르고 만다는게 어이가 없다.

 

출입국관리사무소의 늑장 행태는 또 어떠한가. 또 다른 난민인 버마에서 온 '마웅저'씨도 8년만에 난민 인정을 받았고, 주인공 욤비씨도 6년만에 받았다. 무슨 시간이 그렇게 오래 걸린단 말인가. 한 사람의 신분을 인정해주는 게 그렇게도 지난한 작업을 거쳐야 한단 말인가. 그래봤자 행정절차일텐데. 이해할 수 없다.

 

인정 기준은 제멋대로여서 2009년 졸속판정으로 급격히 줄어든 난민 수가 이후 다시 올라가는 것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통역도 당연히 필요한데 전문 통역은 협조가 어렵다니. 우리나라 국민으로서 솔직히 부끄럽다. 유엔난민기구(UNHCR) 회원국이라는 이름은 그저 허울 뿐인가.

 

욤비씨의 고백은 그래서 더 적나라하게 빛을 발한다. 소수인 난민 신분, 게다가 아프리카 사람이어서 특히 소외감을 느꼈을텐데, 그래도 희망을 잃지 않고 서서히 적응해나가는 모습이 반갑기 그지없다. 다만 외국인근로자가 일하는 모습과 일부 겹치는 내용은 아쉽다. 보통처럼 공장에서 몸 쓰는 일 말고, 다른 일을 하면서도 충분히 살 수 있어야 할텐데.

 

결국에는 답은 평화다. 평화 가운데 난민이 발생하지 않는게 제일 좋고, 발생하더래도 인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장치가 먼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앞장서서 서로 '글로벌'을 외치는 이 시대에, 난민을 위한 따뜻한 시선이 더 간절하다.

 

+ 구로에 위치한 '난민인권센터', 집과도 가까우니 꼭 한번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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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도서관 - 세계 오지에 3천 개의 도서관, 백만 권의 희망을 전한 한 사나이 이야기
존 우드 지음, 이명혜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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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라 운을 떼야할지 모르겠다. 3개월 만에 쓰는 서평인데, 그만큼 오래 붙잡은 책이고, 너무나도 읽히지 않아 괴로웠던 기억이 더 남아있어서 그런지 참.

 

분명 좋은 취지로 선한 뜻을 가지고 행한 저자의 여정을 그린 작품이라 호감이 갔는데, 어찌 이리 된 것일까. 내용이 너무 뻔해서인지. 감동이 없어서 그런건지. 아님 더 놀라운 무언가를 원해서 그런걸까.

 

<내 이름, 쁘리띠 뻐허리>가 생각났다. 둘다 누군가에게 손을 내미는 작품이지만, <히말라야 도서관>이 자본주의의 힘을 덧입어 선행을 베푸는 이야기라면, <내 이름, 쁘리띠 뻐허리>는 직접 몸으로 부딪치고 마음으로 다가가며 어루만지는 이야기인 점이 다르다. 그리고 나는 아무래도 후자에게 마음이 간다.

 

또한 두 작품 모두 본인이 체험한 경험담을 쓴 에세이지만, <내 이름, 쁘리띠 뻐허리>의 주인공이 아이들인데 반해, <히말라야 도서관>은 너무나도 본인 위주다. 본인이 잘난 직업 엄청난 부귀영화를 뿌리치고 왜 도서관 짓기에 뛰어들었는지, 어떻게 기금을 모아 도서관 확장을 해나갔는지 등이 주 내용인데, 처음이면 족한 이야기를 귀에 못이 박히듯 듣는 기분이랄까.

 

결국에 드는 생각은 '좋은 일도 돈이 있어야 마음대로 할 수 있고 누군가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가'라는 것이어서 별로다. 원한 것은 어떤 기금파티에서 얼마를 모아 몇개의 도서관을 지었나가 아니라, 어디에 있는 도서관에 어떤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 책을 읽고 재미를 느끼며 행복해하는지 였는데.

 

최소한 어느 나라에 몇 개의 도서관이 있고 몇 권의 책을 몇 명이나 이용하는지 설명이라도 친절히 나와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아니면 도서관을 이용하는 사람들 사진이라도 좀 많이.

 

꽤나 아쉽다. 선한 취지는 분명 인정하지만, 책을 통해서는 그저 그렇구나 이상은 느끼지 못한. 할수 없이 내가 직접 가서 보아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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