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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브게니 오네긴 - 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원 고전총서 서양 문학 23 ㅣ SNUP 동서양의 고전 20
알렉산드르 세르게비치 푸시킨 지음, 최선 옮김 / 서울대학교출판부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예전에 수업 때문에 한번 읽고, 또 영화로도 보고, 또 이번에 러시아어 원본으로 보고, 또 접하게 된 운문소설, 「예브게니 오네긴」. 그만큼 러시아의 위대한 작가 뿌쉬낀의 대표작품이라 칭찬 일색이다. 그냥 넘어가기에는 뭐해서 여기에 몇자 끄적거리려 한다.
작품의 주인공은 '오네긴'이다. 그는 친척으로부터 유산을 물려받아 부유하게 되었다. 잉여인간의 전형인 그는 만사가 귀찮다. 그냥 자기가 좋을 때는 좋은 것을 하고 귀찮으면 안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 그에게 돈이나 사랑이나 사람 따윈 관심없다. 오직 자기 마음이 내키는대로 할 뿐이다.
반면 이웃에 새로 온 지주 '렌스키'는 다르다. 낭만주의의 전형적인 인물인 그는 낭만을 즐기고 사랑을 노래하며 '올가'를 사랑한다. 한편 올가의 여동생 '따찌야나'는 순박한 처녀. 오네긴을 보고 한눈에 반해 마음 저려한다. 결국 오네긴에게 편지를 쓰지만, 오네긴은 냉정하게 거절하는데..
따찌야나 가슴에도 멍이 들었다. 게다가 오네긴은 자기 맘대로 올가와 춤추다 렌스키의 질투를 사고, 결국 결투를 벌여 렌스키는 죽고 만다. 올가의 가슴에도 멍이 들었다. 그렇게 한적하던 모습은 비극을 향해 치닫는데...
몇년 뒤, 따찌야나는 장교와 결혼하여 사교계에서 유명하게 되었다. 우연히 그녀를 발견한 오네긴. 지난 과거를 잊고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하는데....하지만 그녀는 현명한 여자이다. 작품은 그렇게 완전한 결말을 뒤로 미루고서 끝나버린다.
정말 내용은 별 게 없는 듯하다. 사랑은 타이밍이라고, 타이밍이 안 맞아서 엇갈리게 된 사랑을 그린 것이다. 이렇게 낭만주의적인 작품은 그러나 뿌쉬낀에 의해 새롭게 창조되고 패러디되었다. 낭만주의에서 사실주의로 옮겨가는 듯한 모습이 보이고, 그의 작품에는 러시아가 살아숨쉰다.
무엇보다도 놀라운 건 이 운문소설의 완벽성이다. 이번에 러시아어 원본으로 보고 안 사실인데, 각 연 하나하나의 음운이 완벽하다. 압운, 각운, 고리운 등이 완벽히 맞추어져 있는 것이다. 우와..실로 놀랍고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어떻게 그렇게 완벽히 맞추어 써낼 수 있었는지..정말 신기- 물론 러시아어 특징이 그걸 가능하게 한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그러면서도 이야기가 자연스럽고 지루하지 않으며 뿌쉬낀 특유의 센스 또한 녹아들어가 있어 재미를 더한다. 역시 거장답게 독자와 이야기하고 작품 속에 직접 등장하며 작품에 몰입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 작품이 대단하다는 데에는 한치의 이의도 없다. 사랑의 감정과, 잉여인간의 모습과, 러시아의 향취가 그대로 베어나온다.
정말 러시아 문학들은 하나같이 대단한 것 같다. 러시아 문학들을 많이 접할 수 있어서 참 좋다.ㅋ 방학 때 좀 더 많은 러시아 문학들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전쟁과 평화, 까라마조프의 형제들, 스페이스의 여왕, 죽은 혼, 어머니, 가련한 리자'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