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람들 - 하서명작선 69 하서명작선 100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 하서출판사 / 2000년 3월
평점 :
절판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가 초기에 쓴 작품 「가난한 사람들」. 제목부터가 가난과 관련된 이야기임을 암시해주는 이 작품을 읽게 되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 중 '지하 생활자의 수기, 죄와 벌, 가난한 사람들, 도박사'를 지금까지 접하게 된 것이다.

작품은 가난한 사람들, 즉 '마카르 제부슈킨'과 '바르바라 알렉세예브나' 사이에 오가는 편지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40대의 마카르는 20대인 바르바라에게 열정적이다. 자신은 정작 만년 9급 관리에 정서 업무만 하고 가난해서 힘겨워해도 바르바라에게는 선물 공세에 항상 편지로 위하는 말을 쓰는 것이다. 바르바라도 마카르에게 편지를 쓰긴 쓰지만..

잠깐 바르바라의 어릴 적 수기가 나오기도 하지만, 작품의 중심은 마카르와 바르바라의 편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특히 마카르의 편지는 주목할 만하다. 점점 가난해지고 비참해지지만 바르바라만은 끝까지 사랑하고 자의식에 사로잡혀 있기도 하며 자존심을 지키려하고 자기보다 더 가난한 사람을 도와주려고도 하는 마카르. 그는 일반적인 가난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 그의 모습은 가난한 사람들이 하는, 즉 돈을 어떻게든 벌려 하고 어떻게든 아끼려고 하는 모습과는 다르다. 그는 가난한 것 자체, 즉 돈이 없는 자체 때문에 괴로워하는 것이 아니라 주위 사람들의 시선, 멸시 등을 의식하여 괴로워하는 것이다. 그는 그러한 괴로움을 바르바라와의 진정한 편지- 의사소통을 통해서 해소하려고 했다. 그에게 바르바라와 주고받는 편지는 단순한 기쁨 그 이상으로 소중하고 인생에서 매우 중요했던 것이다.

하지만 바르바라는 그러한 마카르의 호의가 고마울 뿐,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 가난하고 병약한 그녀는 오히려 부자인 브이코프에게 시집을 가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행복할지는 미지수다. 작가는 '가난한'이라는 단어에 '불쌍한'이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것을 포착하여 두 주인공 모두 불쌍하게 되었다는 것을 얘기한 것 같다.

아무튼 도스토예프스키가 인식한 가난, 돈이라는 것은 매우 독특한 것 같다. 그에게 있어서 가난은 죄도 아니고, 단지 일시적인 고통일 뿐이다. 돈은 돌고 도는 것처럼 삶의 목적을 위한 하나의 수단이지 그것이 목적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한 작가의 생각이 작품 속에 잘 투영되어 있는 것 같아 좋았다.

끊임없이 '가난'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작가. 그리고 그러한 그의 생각이 작품 속에 잘 드러나있는 것을 보면, 작가의 생각이나 의도를 잘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여간 러시아 문학은 뭐가 됐든지 평범하지 않고 특별하며 심오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나마 「가난한 사람들」은 쉽게 읽히고 재미도 있으며 생각할거리도 많이 주어서 참 읽는 맛이 났다. 도스토예프스키의 「백치」, 「카라마조프의 형제들」도 언젠가 꼭 접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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