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추리소설로 꼽히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환상의 여인 - Mystery Best 2
윌리엄 아이리시 지음, 최운권 옮김 / 해문출판사 / 2003년 7월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엘러리 퀸의 'Y의 비극'과 함께 세계 3대 추리소설로 손꼽히는 또 하나의 소설-『환상의 여인』. 아~~나는 왜 그동안 세계 3대 추리소설이 뭐뭐인지도 몰랐을까...추리매니아 맞어?!암튼 뒤늦게서야 위 3개가 3대 추리소설인 것을 알고 아직 안 읽은 마지막 『환상의 여인』을 냉큼 양장본으로 구입해서 읽기에 이르렀으니...

전반적으로 소설은 정통추리물은 아니지만, 작가는 인물의 심리와 설정 등을 잘 활용하면서 이야기를 스릴있게 이끌어나간다. 위험하게도 3인칭 전지적 작가시점을 번듯이 사용하면서도 가슴 철렁하게 하는 막판 반전도 매력있고..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인물 심리 묘사는 가히 최고 수준이다-_-b

평범한 직장에 평범한 남편인 '스코트 헨더슨'. 그러나 요즘 아내와 싸우는 일이 잦다. 이유는 헨더슨에게 애인이 생겼기 때문. 그러나 아내는 여유만만하게 그를 비웃으며 이혼해주지 않고, 속이 타는 그는 부드럽게 그녀를 설득해보려 했으나 냉담한 거절만 당하고는 문을 박차고 무작정 밖을 나온다.

아내와의 데이트 코스를 위해 미리 짜놨던 일들도 모조리 무산되고, 헨더슨은 발길 닿는대로 어느 술집에 들른다. 거기에 자신의 운명이 오락가락하게 만드는 주인공 '환상의 여인'이 있었으니..헨더슨은 그녀와 그 어떤 정보도 서로 주고받지 않고 그렇게 저녁을 즐기게 된다.

그렇게 기분이 좀 풀리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이게 왠일, 아내가 죽어있는 것이다. 어이없게도 헨더슨은 유력한 용의자가 되고, 결국 감방에 갇혀 사형을 선고받기에 이른다.

절망적인 헨더슨, 남은 90여일 동안 어떻게 해서든 누명을 벗어야 한다. 결국 자기 주변에서 믿을만한 사람은 둘뿐. 베스트프렌드 '존 롬버드'와 목숨바쳐 사랑하는 애인 '캐롤 리치먼'이 그를 위해 나서고, '버지스 형사'의 서포트 아래 둘은 발빠르게 한명한명 당시의 관련인물들을 조사해나간다.

그러나 바텐더, 지배인, 웨이터, 매표인, 택시기사, 거지, 드러머 등은 철저히 헨더슨은 봤지만 여인은 못봤다고 진술하고...먼가 수상한 낌새가 풍기지만 관련인물들은 하나둘 살해당하는데..

과연 그들은 '환상의 여인'을 찾을 수 있을까?헨더슨은 억울한 누명으로 인한 죽음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과연 진짜 범인은 누구일까?

어느날 만난 이름도, 직업도 아무것도 모르는 여인과의 하룻저녁 데이트 후 일어나는 사건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도 흥미롭고, 정말 끝까지 잡힐듯 나타날듯 보이지 않는 '환상의 여인'을 좇는 과정 또한 이채롭다. 아내와 다투고 이리저리 흔들리는 헨더슨에게 자기 목숨보다 더 그를 사랑하는 애인 '캐롤 리치먼'이 곁에 있어 그를 진실로 도와준다는 구성도 매력적이다. 무엇보다도 결말은 정말...예상할 수 있음에도, 예상했음에도 충격적일 수 밖에 없다. 버지스 경감이 술술 풀어내는 이야기란...흠-!!

난 이 소설이 '인물에 대한 탁월한 심리묘사와 극적 구성이 돋보이는 소설'이라길래 헨더슨 중심으로ㅡ헨더슨이 사형 날짜가 하루하루 다가오면서 느끼는 심리, 절박한 도움 요청 등의 이야기 위주로 나아갈 줄 알았는데 그보다는 그가 도움을 청한 롬버드와 캐롤이 어떻게 그를 위해 노력하는지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 또한 의외이고 독특했다. 목숨을 걸고 용의자와 진실에 맞서는 롬버드와 캐롤. 그러나 또 다른 놀라운 진실은 저 너머에 있으니...

무엇보다 인물에 관한 심리 묘사 하나는 여태껏 본 소설 중 가히 최고라 할만하다. 정말 땀이 나도록 손을 쥐며 읽었으니까..쉽게 몰입할 수 있었고, 그만큼 감명깊게 다가온 것이 아닌가 싶다. 역시 나는 사건 위주보다는 인물 특히 심리 위주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이다.

나도 이러한 탁월한 심리 묘사의 글을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