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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의 작은 풍경 ㅣ 김승옥 소설전집 5
김승옥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0월
평점 :
#1.
간소한 오뎅바. 두 남자가 조촐히 한잔 하는데 옆테이블 남자가 주인아줌마에게 욕지거리를 내뱉고 테이블을 뒤짚어엎으려 한다. 동생뻘인 사람, 가만히 있지 않는다. 남자를 말리려 하니 날아오는건 매치기뿐. 데굴데굴 바닥에 구르는 동료. 폭발한 다른 이. 주먹이 나가고, 그 남자는 나가떨어진다. 그리고.. 하룻밤 파출소 신세.
#2.
공포증이 있는 사람 셋이 모였다. 하나는 노래방에도 가기 힘든 폐쇄공포증, 하나는 높은 곳에 올라가자마자 주체못하는 고소공포증, 마지막 하나는 누가 뭐라고 하지도 않는데 주목받는 곳에서 말만 하려하면 가슴이 쿵쾅뛰는 무대공포증. 서로를 위로하며, 다른 존재에 비해 자신은 덜하다는 안도감에 사로잡히는, 모순적인 밤.
#3.
그 남자가 내게 말한다. "당장 그만둬!" 나는 말한다. "싫어! 니가 뭔데!" 사랑하니까 간섭하고, 그것은 구속이 아니라 관심이라고 말하는 남자. 그녀가 말한다. "지금처럼만 해" 나는 말한다. "그러고 싶은데 나를 가만 안놔둬" 나 자체를 인정해주는 그녀가 고마운데,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그 남자다. 어디에 장단을 맞춰야 할까.
#4.
길을 걷는다. 이 길의 끝이 어딘지 알 수 없다. 끝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끝을 보고 싶지 않다. 끝나는 순간 슬퍼지니까. 허무하니까. 아프니까. 누구나 그렇게 살아간다. 괴로우면 괴로운대로, 외로우면 외로운대로. 그러기에 더 소중하다. 지금 이 순간이, 살아숨쉬는 이 순간이, 찰나의 즐거움의 맛을 갈망하는 이 순간이.
#5.
세상 모든 사람들 도화지 속에 그려진 풍경처럼 행복하면 좋겠네.
#덧.
<무진기행>과 <서울 1964년 겨울>로만 접한 작가, 김승옥-
재능 있네, 맛깔 나네, 정감 돋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