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으로 하여금 영화를 선택하게 하는데 있어서 영화포스터가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대부분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정말 마음을 사로잡는 탁월한 포스터가 아니고서는. 하지만 이 영화의 포스터는 뭔가 달랐다- 하늘을 나는 자유로운 영혼을 팍팍 느낄 수 있는 그런 포스터, 끌리게 하는 무언가가 있는 작품 『샤인』이다.
후- 오해였다. 포스터만 보고 아무 정보 없이 영화를 보는 사람은 분명 영화가 진행됨에 따라 당황할 것이다. 밝은 청춘영화이거나, 일탈을 꿈꾸는 누군가의 방황과 도전 그리고 성공기..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이게 왠걸. 우울함과 광기가 주를 이루고 평범함을 벗어난 괴팍함에 가까운 영화이다.
제목이 '샤인'이라는 걸 인지하면 더욱 배신감이 들 정도.
그러나, 영화 속 피아노 천재는 실상 우리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그 누구'였다. 사랑을 받지 못해 외로워하고, 사랑을 쏟을 대상이 없어 결국 피아노에 미쳐가는 한 영혼을 보고 있노라니 씁쓸하면서도 측은하기 그지없다.
영화를 보면서 '과연 주인공의 인생은 행복할까?'라고 계속 느꼈었는데, 후반부의 나름 반전은 제법 놀라웠다. 미치기 전까지는 '데이빗 헬프갓'이 사랑받기 위해 피아노에 미쳤다면, 제2의 인생을 살게 된 후로는 사랑을 주기 위해 피아노를 치는 모습이 참 눈물겹게 아름답다.
머, 모든 것은 다 상대적이다. 누군가를 '미쳤다'고 하는 것도 보통 인간이라 불리는 존재의 입장에서 보는 것이고, '이상하다'고 하는 것도 통상 정상이라고 생각되는 범주에 속한 존재가 정의내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헬프갓이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라흐마니노프 음악을 연주한 후 미쳤다고 불리게 되지만, 언제 그랬냐는듯 다시 신들린 연주로 돌아오는 모습은 그래서 참 신선한 충격이다.
그리고 이러한 신선한 충격은 거진 연기자의 출중한 연기에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인물인 데이빗 헬프갓 연기를 신들린듯 완벽히 해낸 '제프리 러쉬'. 자랑스레 내놓을 작품 하나 없이 이렇다할 활약도 펼치지 못하고 사그라드는 연예계에서, 영화 한편으로 평생 세상을 울릴 각인을 시킨 그에게 찬사를 보낸다.
결국, 또, 모든 것은 사랑으로 귀결되는 것인가? 돈도 이길 수 있게 해주는 사랑, 운명도 이길 수 있게 해주는 사랑, 미친 정신도 이길 수 있게 해주는 것, 바로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