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K2>에서 나는 다른 이들보다도 윤종신이 참 좋았다. 코믹한 윤종신보다는 가수 윤종신. 그 이전에 뮤지션 윤종신. 그는 누가 뭐래도 무엇보다도 뮤지션이었다. 출연자들의 강점과 약점을 정확히 짚어내고, 감정에 휩쓸리기보다는 냉철한 판단으로 모두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 그점을 높이 사고 싶다.
특히 우승자 '허각'에게 초지일관으로 얘기한 부분은 매우 인상 깊다. '허각씨는 어느 부분에서 음을 높이고 어떤 곳에서 음을 꺾을지를 너무나도 잘 안다. 그것이 장점이 될수도 있지만 개성의 측면에서는 매우 약한 부분일 수 있다. 허각씨가 상대해야 하는 사람은 김범수, 이적 같은 뮤지션이다'라는 평. 이보다 더 허각을 위한 뼈있는 조언이 어디 있을까.
여하튼 그럼에도 허각은 우승을 했다. 사람의 감정을 휘둘리는 천부적 재능을 타고났기에, 잘한다기보다도 잘못하는 부분이 보이지 않아서 우승한게 아닐까. 이 영화는 바로 그러한 모습을 닮아 있고, 그렇기에 그만큼의 단점도 확연히 부각된다.
처음에는 이 영화를 만든 이가 강우석 감독이라는 점에 놀랐는데, 강우석 감독이기에 이렇게나 영화를 만들어낼 수 있고, 강우석 감독이기에 영화를 이렇게까지만 만들 수 있었으리라 생각하니, 십분 이해가 간다. 매우 영리하고 그러기에 외면하지는 못하지만 아쉬움을 자아내는 인사.
영화로 제작해봄직한 매력적인 부분들을 그는 적나라하게 부각시킨다. 노력과 열정으로 똘똘 뭉친 사람들. 그 중에서도 대한민국에서 국민스포츠에 가까운 '야구'가 그 꿈의 대상이다. 거기에다 '청각장애'라는 면까지 특별함으로 끌고 왔다. 그것도 모자라 하나같이 순박하고 반반한 '훈남'들을 영입했으니. 말 다했지.
왠만한 냉혈한이 아니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이야기가 울려퍼지고, 누구나 감동할만한 사연이 전개된다. 영화를 보기 전부터 저러한 뒷짐을 지지는 않기에, 마음은 짠해지고 눈물은 흐른다. 그러나 보고나면 왠지 '잘 만들어진 그냥 한편의 영상물' 같다는 느낌이다.
영어 제목부터가 그렇다. 'GLOVE'에서 굳이 'G-LOVE'로 표현하는 부분은 손발을 오그라들게 만든다. 『이끼』의 정재영, 유선 두배우를 그대로 쓴 부분이나 평소 이미지와 다를바없는 강신일의 평면적인 모습도 참 아쉽다. '군산중'에 이어 '군산상고'까지, 안일한 캐스팅은 헛웃음을 자아낸다. 굳이 끼워맞춘 러브라인은 아연실색.
의도야 어찌됐든 그 진심과 과정이 중요하다고 보기에 영화속 인물들을 논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실제 '충주성심학교 야구부' 아이들의 모습은 어떻고 삶은 어떤지, 그들의 현재와 미래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관객의 몫이라는 식의 결말은 무척 아쉽다. '김상남'이 떠난후 그들을 과연 1승을 했을까? 그들은 아직도 힘들지만 행복하게 야구를 하고 있을까?
무엇보다 영화의 중심이 '야구부 아이들의 이야기'보다는 '속물 김상남의 사람되기'에서 더 빛을 발하는 것 같아 '역시..'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혹시나'해서 봤는데 '역시나'인 강우석표 영화. 이런 영화, 한번이면 족하다. 두번은 못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