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사마리아인들 - 장하준의 경제학 파노라마
장하준 지음, 이순희 옮김 / 부키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한강의 기적'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

 
우리나라를 일컫는 말이다. 식민지 국가, 분단 국가의 아픔을 겪고도 반세기 만에 먹고 사는데 부족함 없을 정도의 나라가 된 데에서 유래한 말. 보릿고개에서 IMF까지, 각종 위기를 넘어 우리나라는, 최소한 대부분의 한국인은 굶어죽지는 않고 살고 있다.


과연 어떤 연유에서 우리나라가 소위 '잘 사는 나라'로 탈바꿈하게 된걸까?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조화? 선진국들의 적극적인 원조? 끈기와 열정을 가진 국민성 덕분에? 좋은 정치지도자의 훌륭한 리더십이 그 원인? 한가지로 설명할 수 없고, 다 아닌것 같다.


보다 중요한건 '한국도 이렇게 금방 잘살게 됐는데, 다른 나라라고 계속 못산다는 법이 어딨어?'하는 생각에 대한 성찰이다. 한국의 특수한 상황을 생각해보면, 지금같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경제상황이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때에 '제2의 한국'이란 기대하기 어려워보인다.


그리고 그 배후세력에는 막강한 경제력으로 세계를 쥐락펴락하는 일부 선진국들이 있다. 그들은 브레튼우드 체제 하 3형제- IMF, 세계은행, 그리고 WTO의 음모를 감추려고 하지도 않는다. 앞에서는 곤란에 처한 나라를 위하는 척하면서, 뒤로는 실속을 다 챙기고도 모자라 자신들의 입맞에 맞는 나라로 변모하도록 이끈다. 그러한 악마의 유혹 같은 담요를 뿌리칠 '바람 앞의 촛불'이 어디 있겠는가.


여기에서 나쁜 사마리아인의 모습이 여실히 드러난다. 쓰러져 있는 약자를 일으켜세우는 것까지는 좋은데, 손을 놓아주는게 아니라 손을 잡고 어디론가 이끌고 간다. 더 좋은 세계가 있다고 하면서. 자신만 따라오라고 하면서. 혹해서 넘어가는 약자는 선량해보이는 사마리아인의 지침을 그대로 따르고, 그 속에서 잇속을 챙기는 사마리아인에게는 사악한 미소만이 빛날 뿐이다.


평범히 살던 마을에 급격한 자본주의를 퍼뜨리고, 아직 자국 내에서 내실 있는 발전이 덜된 나라에 문호를 개방하라고 압박하며, 정치적인 문제가 터질 조짐만 보이면 바로 나서서 우리가 도와주겠다고 열변을 토하는 사마리아인들. 콧대 높은 자신의 잣대로 다른 사람을 평가하고 이끈들, 결과는 뻔한 것이다.


저자의 실태 고발 비슷한 풍부한 학식은 높이 살만하다. 무슨 말을 하려는지도 확실히 알겠다. 다만 너무 거시적인 관점이어서 미시적으로는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조금 부족한 게 아닌가 싶다. 모두 다 옳은 말인데 막상 귀담아듣고 제대로 나아가야할 이들은 눈감고 귀막고 죄다 무시하니, 이런 무대뽀가 또 있을까 싶다. 지금 이명박 정부처럼.


신자유주의, 자유무역, 자본주의, 요런 것땜에 못살겠다고 비판하는 책은 많다. 다만 현실에서는 그것이 '씨도 안 먹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돈에 살고 돈에 죽는 현실. 돈 때문에 좌절하고 돈 때문에 불행한 인생. 이런 것들 버리고 저런 것들 걷어차고 그저 기본적인거 모자람없이 살면 좋으련만. 사람이니까, 살아는 가야는데 말이다. 


그저 '나쁜 사마리아인'처럼 살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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