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끼.
습함. 음침함. 자잘함.
하지만 부족함을 채워주며, 모나지 않게 조화로운, 무엇보다 강한 생명력을 자랑하는 존재.
사람은 누구나 한번쯤은 그런 존재를 생각하지 않을까.
공교롭게도 군대에서 '중간만 가면 된다'는 말이 떠오른다.
튀지 않게, 그저 조용히, 그러나 어떻게든 사는.
그것이 살아가든, 살아지든지 간에.
어찌보면 그래서 유목형은 더욱 '빛'이었는지 모르겠다.
너무나 밝게 빛나는 사람. 그래서 이끼는 견딜 수 없는 존재.
해는 사람의 외투도 벗게 하지만, 이끼의 본성을 바꿀 수는 없다.
이미 빛이 어둠을 향한 순간, 그 빛은 꺼졌지만,
그로부터 시작된 모든 이야기들, 그리고 사건들.
어두운 것 다 마음 한구석으로 몰아내고 옹기종기 살던 이끼들에게,
또 다른 빛의 다가옴은 분명, 참을 수 없었을 게다.
진실은 항상 옳은 것이지만,
진실이 항상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않는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는다.
왠지 진실 저 너머에는 희생이 있고, 욕망이 있고, 어려움이 있기에, 때로는 그 진실이 자신을 건드리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본성이, 사람에게 이끼처럼 스며 있는 것인지도.
그리고, 그 진실의 끝은 결국,
The winner takes all.
무언가 씁쓸하다.
왜 사느냐, 이제 알았다.
그럼 어떻게 사느냐, 이게 중요하다.
나는 네가 아니기에, 네가 어떻게 살아야하는가를 강요할 수 없다. 다만 곁에서 조언하고, 응원하고, 지켜볼 뿐이다. 그것이면 족하다.
이런 맘으로 살아가면 별 문제는 없다고 보지만..음..
사람 일은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
덧. 원작은 안봤지만, 영화는 분명 수작. 연기 최고. 몰입도 최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