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트 로커 - The Hurt Locker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씬 레드 라인』

- 격전이 벌어지는 전장에서, 정상과 비정상의 위태로운 경계를 넘나드는 정신 세계를 그려냄.

 

『아버지의 깃발』

 - 전쟁 영웅이라 치켜세워지는 삶 속에서, 영웅 만들기 자체부터 영웅으로서 살아가기 자체에 대한 허위와 허무를 표현함.

 

그리고 『허트 로커』.

 

인간의 몸 가장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어 환상의 순간을 제공하는 마약.

두근거리는 심장과 온몸을 감싸는 전율감으로 꼼짝 못하게 하는 섹스.

가장 쉽게, 또한 스릴 넘치게 맛볼 수 있는 승리라는 유혹을 뻗치는 도박.

 

셋 모두 인간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감성의 한계를 넘어버리는 중독이라는 치명성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전쟁 - 폭력 혹은 살인이라는 이름으로 나타나는 행위.

 

모든 것을 넘어서는, 인간이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최고의 오르가즘.

그래서 판도라의 상자이고, 열어보는 것 자체가 죄요, 도덕의 문제요, 삶의 한계선을 끊어버리는, 무엇보다도 중독성 강한 것.

 

하지만 전쟁이 그들처럼, 사회적 책임이 되고 삶의 중심이 되었을 때, 누군가는 나서서 해야만 하는 일이 되었을 때, 집단에 속한 개인으로서 무기력감을 느낌에도 불구하고 자의든 타의든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다가올 때, 과연 그때도 그들은 비난받아야만 하는가?

 

우리는 그들을 비난할 자격이 있는 걸까?

 

그들의 선택은 그들 스스로만이 감당해야 하는 책임이고

그들의 행위는 그들 스스로만이 감내해야 하는 짓이란 말인가?

 

이미 치명적인 독에 빠진 이상,

삶의 무게중심이 그쪽으로 쏠려버린 이상,

자신이 비록 하고 싶지는 않지만, 잘할 수 있고 해야만 되는 게 그거라서 선택할 수밖에 없는 운명에 놓인 이상,

결국 마음은 이미 그곳에 있고 몸은 이미 그곳을 향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것뿐..

 

해결책은 단 하나, 근본적인 원인을 잘라내는 것일 게다-

전쟁이라는 상황 자체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