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무슨 말을 먼저 써야할까? 엄마에 대해..

 

너는 안다. 너의 습관에 의해, 그리고 흥미에 의해, 또 한권의 좋은 책을 읽었음에 감사하고, 그 감상을 글로 옮기는 것이 일상이자 재미가 된 지금, 또 한자락의 글을 남기려 하지만, 엄마에 대해, 도무지 무엇을 어떻게 써야할지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그저 소설 속 작가가 그린대로, 너의 감상도 '너'로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만 가득하다.

 

너에게 엄마와의 추억은 별로 없다. 아들이라서 그럴 수도 있다. 20살 이후로 쭈욱 엄마와 떨어져 지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아니면 엄마가 워낙 밖을 잘 돌아다니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여하튼 너는 엄마에 대해 특별히 주저리주저리할 것이 생각나지 않는다. 그저 지금 청소를 하고 있는 엄마만 바라볼 뿐이다.

 

어릴 적 사진에는 엄마도 너도 어렸다. 어릴 때 뽀얀 피부에 귀여운 얼굴을 하고 엄마 품에 안겨 웃고 있는 너가 낯설다. 너가 국민학교 1학년 때 올백을 맞았을 때 엄마가 수줍어하며 교실문 자물쇠를 사들고 온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

 

큰엄마 때문에 부던히도 속을 썪히던 엄마. 돈 아까워 너 먹으라고 자장면 한그릇만 시켜놓고 한입만 먹어보자 하면서 너무 많이 먹어 미안해하던 엄마. 너가 코가 막혀 힘들어할 때마다 수술해줘야 한다고 노래를 부르던 엄마.

 

너가 재수할 때 서울에 있기 싫다고 일주일만에 내려간다고 했을 때 무거운 이불보따리를 들고 오며 허리 아파한 사람도 엄마였다.

 

그러면서도 언젠가 네 삶의 중심은 너로 변해 있었다.

 

솔직히 아직도 너는 모른다. 엄마가 원하는 너의 삶과 네가 원하는 삶이 일치하지 않지만, 어떤 게 더 나은 삶이고 어떻게 해야 더 행복해지는 건지를. '그때 가서 선택하면 되지'라고 너는 속 편히 말해버린다. '돈이 제일 중요하지'라고 말하는 엄마와 벌써부터 다투고 싶지는 않다.

 

태어날 때부터 엄마이지는 않다는 것도 알고, 언제나 너의 삶 내내 함께 있지는 못할 엄마라는 것도 안다. 더 잘해드리고 싶다는 너의 맘도 안다. 하지만 하나님을 믿고 신앙이 있으면서도 기도는 게을리하는 너의 삶 같이, 생각만 있지 쉽게 움직이지 않는 몸은 어쩔 수가 없다.

 

너는 그저 속히 좀 더 넓은 집으로 이사가서 식탁을 산 다음 엄마도 같이 식사를 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할 뿐이다.

 

엄마를 부탁하기 전에, 엄마 말을 들어줘야지..하는 생각은 못하고.

 

- 다음 생애에는 '새'가 되고 싶다는 엄마의 꿈을 어제 안 오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