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 - Avatar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그것은 좋았다거나(adored), 놀라웠다기보다는(amazing), 존경에 가까웠다(admired). 눈 앞의 현실을 믿을 수 없었고, 내가 지금 어디에 와 있는 것인지, 현실이 판도라고 내 몸이 아바타가 아닌 건지 생각될만큼 완벽했다. 현실/비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신세계는 차라리 영원히 깨지 않는 꿈이었으면 싶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수많은 세월 동안 모든 걸 뒤로 한채 오직 자신의 꿈을 향해 매달렸다 ㅡ 그것만으로도 그는 대단하다. 전세계 최고 흥행기록을 세운 『타이타닉』의 영광을 품에 안은 채, 그렇게 자신이 세계의 왕이라고(I'm King of the World!) 외친 이는 사람들에게서 사라졌다. (적어도 잊혀지지는 않았다. 그의 작품이 남긴 영향력이 워낙 대단했으므로) 

그리고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왔을 때, 그는 마치 세상 모든 이들에게 선물이라도 하듯이 새로운 이들을 데리고 왔다. 아직 곁에는 없지만, 언젠가는 만나게 될 이들 말이다. 생각해보면 섬뜩하지만, 그보다는 정이 먼저갈 나의 분신, 아바타를 이끌고서.

그들이야말로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인간과 원주민들 세계를 넘나들 수 있고, 누구나와 소통할 수 있으며, 누구에게나 다가갈수 있는 존재들. 내가 인간으로서 하기 힘든 것까지 닿을 수 있는, 신의 영역에 발을 담그는 이들. 내가 곧 아바타였고, 아바타가 곧 나였다.

그러한 아바타가 인도한 세계는 참으로 아름다웠다. 판도라 행성의 나비라 불리는 ㅡ 정말 신기하게도 그들이 불리는 이름이 바로 나비다. 우리말로는 하늘을 훨훨 나는 나비 ㅡ 이들은 자연과 하나로 살아가는 존재들이었다. 자연을 섬기고, 자연의 에너지를 그대로 취하고, 그것도 잠시 빌린 것이라며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사는, 인간보다 소박하고 더 착해서 행복해야 마땅했다. 하지만 결국 문제는 인간이다.

아바타가 신의 영역에 근접했다고 하지만, 정작 신의 모든 것을 욕심내는 이들은 인간이지 않은가. 그렇게 신을 섬기면서도 돌아서서는 신이 가진 걸 탐내는, 그래서 오직 그것을 위해서라면 그 누구의, 그 무엇의 희생도 눈하나 깜짝하지 않을 수 있는 존재가 바로 인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울 수 있으면서도 가장 추악해질 수 있는 결정체, 바로 인간.

그리하여 차라리 아바타나 나비족들이 더 아름답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전쟁보다 평화를 사랑하고,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믿으며, 대화와 신뢰로 사랑을 함께 나누는 이들이 있기에 세상은 살만한 것인데.

그래서 인간으로는 제대로 못 걷지만 아바타가 되어 자유로이 뛰어다니는 제이크의 기쁨이, 종족의 안정을 추구하면서도 순수한 사랑에 기꺼워하는 네이터리의 행복이, 서로의 어깨를 붙잡고 모든 것을 나누는 나비족의 사랑이, 눈물나도록 가슴을 적셨다. 그리고..

그러한 우아함 속에서도 내 눈에는 인간의 침략으로 시름하는 자연, 슬퍼하는 나비족, 하지만 다시 일어날 것을 굳게 믿는 그들의 다짐이 그려졌다, 생생하게.. 

+ 강인한 정신이 돋보이는 샘 워딩튼과 강력한 카리스마의 시고니 위버는 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