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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트릭트 9 - District 9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영화'라는 매체의 특성을 십분 살려 관객에게 재미와 감동 그 이상을 주는 감독들이 있다. 내게는 스티븐 스필버그와 마이클 무어, 그리고 피터 잭슨이 그렇다. 『반지의 제왕』시리즈와 『킹콩』으로 이미 진면목을 드러낸 피터 잭슨 감독. 이번에는 제작자로 참여하여 또 어떤 매력을 뿜어낼지, 믿어 의심치 않고 바로 극장으로 고고씽!
"극비 프로젝트"라고 불려서 더욱 관심을 모았었는데, 결론적으로는 정말 '극비'가 맞았다. 외계인들이 지구에 온 것을 경이의 시선에서 점점 자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인간의 추악함 그 자체를 여실히 보여주기에는, 너무나 위험하고 적나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편한 진실(Ugly Truth) 앞에서는 인간이라면 눈을 감게 되기 일쑤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외계인이 인간을 공격해 피가 튀기는 장면이 아닌, 반대로 인간이 외계인을 파멸하면서 튀기는 무언가 알 수 없는 액체로 말해준다. 그것은 끈적하기도 하고, 찝찝하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우리 인간이 똑바로 바라보아야 할, 인간의 추악함이 가져온 결과인 것이다.
영화는 이렇게 줄곧 추악한 인간의 시선으로 나약한 외계인을 바라본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한발짝 떨어져 그대로를 전달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여기에서 이 영화의 독특한 매력이 또한 발산된다. 때론 인터뷰 장면을, 때론 CCTV 장면을 보여주며 다큐 같이 이게 현실이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구성은 박수받기 마땅하다.
거기에 피터 잭슨은 단지 밥상에 숟가락만 얹었을 뿐, 많은 부분이 실은 네일 감독의 탁월한 연출과 주인공 샬토 코플리의 열연 덕분에 빛났음은 그 누구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듯하다. 원래가 네일의 아이디어였고, 거기에 살만 덧붙였을 뿐인데 이리도 멋진 작품이 탄생하다니. 거기다가 소시민 같은 '비커스'의 나약함과 악랄함, 양면을 여실히 드러낸 샬토가 아니었다면 이 영화는 그렇게 크게 와닿지 않았을 게다.
기발한 설정과 독특한 구성, 빠른 전개 및 화려한 액션도 빼놓지 않은 SF의 새로운 발자국, 『디스트릭트 9』. 너무 단시간에 많은 것을 보여주려 해 과식한 느낌이 없지 않아 있지만, 다음 이야기를 너무나 기다리게 만들면서 나 자신부터 생활 속에서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야 하는지, 미래에 똑같은 일이 닥치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 생각을 던지는 것만으로도 그 가치가 충분한 작품이라고 여겨진다.
좀 더, 정확한 현실에 눈뜨고 바르게 대처하자.
누군가 말했듯, 이 영화야말로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전쟁이 끝나지 않는 이유'를 여실히 보여주는 그 자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