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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아나 존스4 -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 - Indiana Jones and the Kingdom of the Crystal Skull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인디아나 존스 3』를 언제 접했는지 기억조차 까마득하지만, 무튼 매우 즐겁게 본 기억이 난다. 그래서 난 그 기억을 붙잡고 오랜만에 정통 어드벤쳐 작품의 진수를 다시 맛보기 위해 새로운 작품과 마주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 결과는.. 별로였다.
감독과 배우, 구성이 전작과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는 건 우선 반갑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다시 한번 나섰다는 것만으로도 반은 먹고 들어가고, 해리슨 포드의 노익장을 새삼 확인하는 재미도 솔솔하다. 죽을 위기에 닥쳐도 운빨 지혜빨로 헤쳐 나가는 것도 여전하고-
거기에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배우 케이트 블란쳇과 스필버그의 남자 샤이아 라보프까지 나섰는데. 무엇이 부족했단 말인가? 흠.. 생각해보면 『인디아나 존스 4』에 부족한 것은 없었다. 다만 너무 오랜만에 나오다보니 그것이 답보 상태로 느껴졌고, 그 동안 눈만 너무 높아져서 성에 차지 않았나 싶다.
그렇다. 마술들이 눈 앞에서 펼쳐지고, 강력한 로봇들이 화려하게 노니는 게 요즘인데, 이런 특별함도 없는 한 인간의 모험이 지금에 와서 매력적일 수 있었을까..도 싶다. 아무리 난관에 부딪히고 힘들어도 존스가 이길 것이라는 거 뻔히 알고 있는데, 또 분명히 고고학적인 유물이 나타나고 적은 그것을 빼으려 하며 결국은 해피엔딩이라는 거 속 들여다보듯 훤한데 말이지. 그러면 무언가 좀 더 특별한 게 있어야 했다.
그러나 그것 또한 쉬워 보이지 않았다. 왠만한 재치있는 건 잭 스패로우 선장이 『캐리비안의 해적』에서 다 해먹었을 것 같고, 무언가 더 신비로운 보물이나 매력넘치는 미로를 선보일라카면 니콜라스 케이지가 『내셔널 트레져』에서 다 가로챘을 게 뻔하다. 『인디아나 존스』가 개척해놓은 길을 이러한 영화들이 다 쪽쪽 빨아먹으니, 남는 건 별 볼 일 없는 건덕지 밖에.
그만한 건덕지로 그 정도까지 한 것만도 대단하다고 해야나, 건덕지가 그랬으면 애초에 하지 않는 게 좋았을 거라고 신랄하게 비판하는 게 나을라나. 모르겠다. 선택은 이 영화를 본 후 당신의 몫.
적어도 나는 후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