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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스탄트 가드너 - The Constant Gardener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영화에는 신나게 웃고 떠들며 즐길 수 있는 코믹 영화,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판타지 영화, 미래의 모습을 실감나게 그린 SF영화, 아름답고 눈물겨운 사랑을 그린 멜로 영화, 성적 욕망을 과감히 드러낸 에로 영화, 그리고 사실을 위주로 담담히 이야기를 풀어내는 다큐멘터리 영화 등이 있다. 하지만 때로는 일반 할리우드 영화가 영화 속 이야기를 통해 현실을 고발하고 영화의 힘을 보여주는 경우가 더러 있다. 『콘스탄트 가드너』가 바로 그러한 작품이다.
영국 외교관 '저스틴'에게는 아리땁고도 열정적인 인권운동가 '테사'가 있다.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은 결혼을 하고, 저스틴의 일 때문에 같이 아프리카 케냐로 가게 되는데.. 하지만 누가 알았으랴, 그것이 곧 테사의 힘든 삶과 저스틴이 짊어질 버거운 운명의 서곡이었을 줄을.
평범하던 어느 날, 저스틴에게 날벼락 같은 소식이 날아든 것이다. 바빠보이던 아내가 동료 '아놀드'와 일 때문에 출장을 간 뒤 며칠 후 사망했다는 소식은 저스틴을 뒤흔들고, 도저히 납득이 안 되어 아내가 한 일들을 다시 돌아보며 진실을 파헤치는 것이다. 그렇다. 테사는 케냐에서 잘못 돌아가고 있는 일을 바로잡으려다 거대한 힘에 의해 사라진 것이었다.
그 거대한 힘은 바로 막강 제약회사 '쓰리비'였고, 잘못 돌아가고 있는 일이란 에이즈에 걸린 수백만 환자들을 대상으로 불법적인 실험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시판 전 임상 실험 형태로 쓰리비는 약을 투여했고, 아무 것도 모르는 환자들은 그저 약에 의지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개같은 현실을 가만히 못봐주는 테사가 움직이는 것은 당연했고, 어쩌면 쓰리비 측에서 테사를 막은 것도 어쩔 수 없었을 게다.
아무튼 저스틴은 자신의 직책까지도 포기하며 진실을 향해 다가간다. 그리고 다가갈수록 높은 벽을 느끼면서도 추악한 모습을 보게 되는데.. 영국 정부 관료까지 연루되어 있다는 것은 가히 충격이다. 그래서 어쩌면 저스틴의 결심은 더욱 이해가 간다.
하.. 이게 정말 사실인가 싶다. 다행히도 소설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었다고는 하는데, 솔직히 누가 알겠는가. 실제로 이런 일이 있었을 줄. 참 세상에 믿을 사람 없다고, 기업 이익을 위해 사람 목숨을 하찮게 여기는 일이 벌어지다니, 아직도 분노가 치민다.
너무 많은 걸 담아내려 해서 약간 과식한 게 보이지만, 추악한 권력의 실체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의 현실, 그리고 진실을 파헤치려는 개인 또는 NGO의 눈물겨운 노력까지 표현되어서 더 괜찮았던 듯. 정말이지 아프리카 국가의 에이즈 환자들은 약은 있는데 살 돈이 없는 현실에 목숨을 연명하며 사는 처지다. 그런 사람들에게 약을 파는 제약회사는 그저 그런 사람들이 소비자일 뿐인가?! 게다가 정부는 겉으로는 도와주는 척 하면서 속으로 실속을 챙기는 황당한 짓을 한다. 그러한 은폐 사건을 파헤치려는 개인은 죽어나고, NGO는 힘겨워한다. 이런 모습들이 버무러져 나타나니 진짜 남 일이 아닌 것만 같다.
분명 영화는 파급력도 대단하고 여러 이해관계자들에게 영향을 많이 끼쳤을 게다. 아프리카에 에이즈 치료제를 공급하는 거대 제약회사들, 중간에서 주선을 담당하는 선진국 관료들, 실제로 에이즈에 걸렸거나 걸릴 위험이 있는 아프리카 사람들, 에이즈 치료제가 제대로 잘 쓰이나를 감시하는 개인 및 NGO들에게 참 시사하는 바가 컸을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도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들은 에이즈로 인해 신음하고 있다. 그들에게는 단기적으로는 값싸고 질좋은 에이즈 치료제가, 장기적으로는 에이즈를 예방할 수 있는 콘돔, 교육 및 예방제가 절실할 것이다. 이런 상황은 제약회사나 정부에 악마의 유혹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가장 큰 시장인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양심을 지키지 않는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힘겨워질 것은 분명하다. 그들을 감시하는 개발 혹은 인권NGO는 너무 버거운 상대 앞에 절망하기 쉽다.
제발 영화와 같은 일이 현실에서는 일어나지 말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