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희망의 밥상
제인 구달 외 지음, 김은영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6년 2월
평점 :
세상이 소란스럽다. 대한민국은 더 시끄럽다. 왜? 바로 '먹을 것' 때문이다. 사람에게 먹는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살기 위해 먹는건지, 먹기 위해 사는건지 모르겠다는 말도 있고. 다 먹고 살라고 하는 짓이라는 말도;; 암튼! 요지는 사람에게 먹는다는 행위, 먹는 것, 먹을 것, 음식은 정말정말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먹을 것 때문에 세상이 난리가 아니다. 원자재값 급상승으로 식량이 모자란 나라에는 비상이 걸리고, 식량이 그나마 풍부한 나라는 수출문을 꽁꽁 닫았다. 그야말로 전세계적으로 식량위기가 급부상한 것.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는 먹을 것 때문에 온 국민이 고통을 겪고 있다.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때문에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AI는 전국으로 퍼져 닭·오리 등의 음식 매출은 뚝 떨어졌다. 게다가 식량위기를 핑계로 옥수수 등 GMO 작물까지 들어온댄다. 그야말로 지금 대한민국의 음식 상황은 '최악'이다.
서론이 좀 길었지만, 아무튼 이러한 상황이라고 해서 절망만 하고 있으면 안되겠다. 좀 더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며 직접 행동하는 게 좋겠지. 그리고 여기, 지금의 이러한 난리를 그 누구보다도 안타깝게 바라볼 학자가 쓴 책이 있다. 침팬지 연구가로 알려진 '제인 구달'이 쓴 「희망의 밥상」이다.
우선은 누구나 가질법한 궁금증. 침팬지를 평생 연구한 사람이, 갑자기 왠 음식에 관한 책? 그러나 생각해보면 그녀가 이 책을 쓴 것은 어쩌면 필연적이었을지도 모른다. 침팬지를 사랑한다는 것은 동물을 사랑한다는 것이고, 그것은 곧 자연을 사랑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더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 자연을 파괴하고 있다. 게다가 사람들은 어떤 것을 어떻게 먹는 게 진정으로 잘 먹는 것인지 잘 모른다. 그러므로 음식 문제는 사람뿐만 아니라 자연에 관해서도 매우 중요한 것이다. 그녀가 나서지 않을 이유가 없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웰빙바람부터 해서 지금의 이러한 식량위기에 이르기까지, 음식에 관한 여러 이슈들이 이 책에 모두 담겨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상세하고 친절한 설명에 대안까지 제시되어서. 마치 그녀가 미래를 예측이나 한듯 문제들을 정확히 집어내어 조목조목 거론하고 비판하며 해결 방안을 모색한 게 참 존경스럽다. 그래서 참 배울 게 많다.
예를 들어 GMO식품을 놓고 봐도, 책에는 GMO가 나타나게 된 배경부터 역사, 여러 실험과 사례를 통한 문제점, 그리고 앞으로의 대처 방안까지가 자세히 나와 있다. 이 얼마나 친절한 구달씨인가!ㅋ 그녀 덕분에 나도 GMO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얼마 안되어 우리나라에도 GMO가 들어온다는 말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게 된 것이다. 정말 아는 것이 힘인 것 같다.
또한 이 책을 보면 누구나 한번쯤 '채식주의자가 되어볼까?'하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나도 최근에서야 채식을 하는 사람들을 몇명 알게 되었다. 어떻게 해서 채식주의자가 되었는지에 대한 물음에 다양한 답변을 들을 수 있었는데, 특히 한 친구가 말한 '과연 우리 인간이 동물을 먹을만한 권리나 가치가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어서'라는 대답이 기억에 남는다. 정확히 제인 구달이 이야기하는 방향과 맞아떨어진다.
많은 동물들이 인간이 먹을 음식을 위해 희생된다, 그것도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태어나면 정말 말도 못하게 취악한 환경에서 자라고, 그렇게 아무런 의미도 없이 살다가 나중에는 인간에 의해 허무한 죽임을 당하고 인간의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불쌍하다거나 안타까운 감정을 떠나서, 이건 무언가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을 누구나 할 것이다.
그렇지만 막상 다시 돌아와 인간의 음식에 대해 말한다면 이건 참 쉽지 않은 문제다. 동물들이 그렇게 허무하게 살다 죽임을 당한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 이제 더 이상 고기를 먹지 말자?! 아니면 고기를 먹더래도 동물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먹자?! 어떤 것을 선택할지는 개개인의 문제이지만, 적어도 동물들이 자라나는 환경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점은 동감하게 된다.
앞에서 말했듯이 하루 아침에 고기를 안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고, 고기를 너무나도 좋아하는 사람에게 억지로 고기를 먹지 말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이 문제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나만 해도 책을 읽으면서는 '채식주의를 한번 해볼까?'하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금세 잊어버렸다. 머랄까, 음식- 특히 고기를 먹는 것은 배를 불리는 것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욕구를 넘어선 욕망 충족? 고기를 먹었을 때의 그 포만감과 만족감 그리고 행복? 이런 것 때문에 고기를 쉽게 포기할 수 없는 게 아닐까.
결국은, 책을 통해서 고기를 먹는 것에 대해 한번쯤 다른 방향으로 생각을 해보고 고기를 먹는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동물들이 어떻게 자라나고 또 죽임을 당하는지, 또 어떠한 다양한 채식주의들이 있는지 등을 알게 된 것에 만족해야 할 것 같다. 이건 참 솔직한 이야기이지만, 채식주의자들을 보면 참 존경스럽다. ;ㅁ;
이외에도 패스트푸드와 관련된 비만 이야기, 유기농 식품이나 지역 특산품의 장점에 대한 설명, 글로벌기업들의 여러 나쁜 작태와 횡포 등 부정적인 모습, 물 위기 등 여러가지 이야기가 실려있다. 정말 우리가 음식 문제에 대해 궁금했던 것을 그나마 속시원히 알 수 있어서 매우 유익했다.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제인 구달이 음식에 관한 글을 쓴 이유는 결국 자연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촉진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음식은 그냥 우리 인간이 먹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다. 모든 동식물이 관련되어 있고, 사람의 건강 및 행복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결국 우리의 삶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지금 우리나라가 '광우병 쇠고기'라 불리는 음식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고. 사람들의 지대한 관심과 여론을 보면서, '음식이란 게 무척이나 중요하구나' 하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