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만원 세대 - 절망의 시대에 쓰는 희망의 경제학 우석훈 한국경제대안 1
우석훈.박권일 지음 / 레디앙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내 나이 27, 20대 후반이라 해도 할 말 없을 나이다. 4학년이고, 올해 졸업을 앞두고 있다. 취업이 이제 현실로 다가온 시기인 것. 내가 하고 싶은 것은 확실히 알았지만, 그래서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은 하지만,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불확실하고 불투명하다. 이게 지금 우리나라 20대이자 취업 준비생의 현실인 것. 나 또한 「88만원 세대」라는 책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부제부터가 숨이 막힌다. '절망의 시대'에 쓰는 '희망의 경제학'이라.. 절망의 시대에 고개가 끄덕여지고, 희망의 경제학에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과연 저자는 지금의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개선할 방안을 어떻게 내놓을 것인가? 독자는 당연히 여기에 초점을 맞춰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책은 먼저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적 풍토부터 절망적인 현실을 적나라하게 까발린다. 대학교는 이미 상아탑의 기능을 상실했고, '좋은 곳으로의 정규직' 취업을 향해 혈안이 된 학생들로 넘쳐난다. 취업 5종 세트가 기본이 된 건 오래 전이고, 고시 및 공무원 시험 등 국가시험에는 여전히 많은 이들이 몰린다. 대학 공부는 뒷전이 되고, 오로지 취업 준비가 대학교 다닐 동안의 목표가 되어버린다.

그러나 현실은 가혹해서 이렇게 열심히 준비하고 노력하는 학생들의 희망을 모두 이루어주지 못한다. 몇몇이 자신이 원하는 직장에 가서 떵떵거리고 사는 반면, 훨씬 많은 다른 몇몇은 소위 '비정규직 노동자'로 내몰린다. '88만원 세대'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수가 95%가 될 것이라는 예상을 보면, 눈이 번쩍 뜨이고 침이 마를 수밖에 없다.

과연 왜 이렇게 되어버린 것일까. 책은 '세대간 불균형'의 문제임을 드러내면서 현실을 꼬집는다. 결국은 또 기득권 세력이 문제인 것이다. 이미 성공하여 안정적으로 자리잡은 윗 세대 - 여기에서는 특히 386세대가 두드러진다 - 에서 아랫 세대인 10.20대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함께 공감하고 같이 풀어가야 하는데, 그러기는커녕 계속 기득권을 유지하려 하고 그네들을 소비자로만 생각한다거나 심지어 적대시한다는 것이다. 참 슬픈 현실이다.

다른 나라 다른 세대들과 비교하여 보면 더욱 20대가 처한 현실은 참혹하다. 비정규직이 많아도 만족도 높은 일본, 시민단체에 들어가도 안정적이고 높은 소득이 보장되는 북유럽, 최소한 젊을 때는 취직 걱정이 없었던 유신 세대와 386세대.. 이렇게 보면 우리나라 10.20대에게는 서로 간의 싸움뿐만 아니라 세대 간 싸움까지 해야하는 상황이니, 그야말로 절망이라는 것. 

그렇다면 과연 이렇게 절망만 하고 있을 것인가? 북유럽처럼 소득 수준을 끌어올리고 안정적인 공급을 통해 돌파할 것인가- 아니면 프랑스처럼 국가와 지방 자치단체에서 조화롭게 나서서 구제할 것인가- 아니면 일본처럼 비정규직에게 높은 임금과 자유로운 분위기를 제공할 것인가- 하지만 대한민국인걸. 결국은 다시 '세대간 불균형' 문제로 돌아간다..

참, 공감 간다. 자본주의가 여전히 초강세이고, 신자유주의와 강대국 중심 세계화가 판치는 세상에서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처지는 더욱 비참함을 그야말로 조목조목 경제사회적으로 드러낸 것. 몇몇 어려운 경제적 용어를 건너뛰더래도 지금의 10.20대라면 절절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수두룩하다. 

그래서 참, 슬프고 답답하다.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20대라는 게 슬프다. 하고 싶은 것을 하기 힘든 현실, 취업 공부가 지배하게 된 대학, 피튀기는 경쟁에서 승리한 자가 모든 것을 차지하는 약육강식의 세계가 슬프다. 이러한 현실을 개선할 마땅한 방책을 아무도 못 내놓고 있다는 게 답답하다. 이런 상황이 싫다고 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따라가야 하는게 답답하다. 

하지만, 세상에 완전한 건 없듯이 이러한 시대 현실도 완전히 절망적이진 않다. 시대의 흐름에 상관없이 꿋꿋이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향해 나아가는 젊은이들을 볼 수 있고, 이러한 10.20대가 처한 현실에 많은 이들의 관심을 가지고 배려하며 양보를 행한다면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는 법. 

그래서 공은 이제 우리 모두에게 던져진다.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할 때, 이것은 모두의 문제요 모두가 함께 개선방안을 모색해 가야할 때인 것이다. 10.20대뿐만 아니라 모두가 이 책의 대상이다. 10.20대의 절망이 깊어지기 전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더욱 어두워지기 전에, 돌아보고 성찰하여 실질적 대안을 내놓는 게 필요하다.

솔직히 88만원이어도 좋으니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기만 하면 여한이 없겠다고 생각하는 나는 약간 별종이긴 하지만, 아무튼 현재 10.20대가 처한 현실을 참 유려하게 보여주었다는 데에서, 조목조목 비교와 설명을 통해 대안을 제시했다는 데에서 분명 끌리는 글이었다. 군 입대 전과 전역 후 너무나도 달라진 현실을 체험한 한사람으로서, 참 안타깝다. 부디 모두의, 그것도 매우 중대한 문제임을 인식할 날이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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