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기 전
피아니스트 임현정을 제대로 이해하고 싶어서 SBS 컬처클럽의 인터뷰를 다시 보기 한다. 그 전에 임현정을 검색해보았다.
2015 년 국내 연주회 일정이 서넛 보인다. 2월 연주회를 알리면서 임현정을 소개한 뉴시스 기사(2 월 1 일)도 볼 만 한다.
임현정은 1986 년 경기도 안양에서 태어나 3 살부터 (동네 학원을 오가며) 피아노를 시작했고, 중학교 1 학년 때 (부모를 설득하여) 홀로 프랑스 유학길에 올랐다. 프랑스 콤피엔느 음악원에 입학하여 5 개월 만에 1 등으로 졸업하고, 이후 루앙 국립음악원을 3 년만에 조기졸업했고, 파리 국립음악원에 최연소로 입학하여, 4 년 과정을 3 년만에 마치면서 최연소이자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했다.
2009 년 벨기에 바젤에서 열린 쇼팽과 라흐마니노프의 연습곡 전곡 연주회에서 앙코르곡으로 택한 ˝왕벌의 비행˝을 부모님한테 보여드리기 위해 유튜브에 올렸다가 화제가 되면서 유튜브 스타가 됐다. EMI를 통해 발매된 임현정의 베토벤 소나타 전곡은 뉴욕 타임스, BBC 뮤직, 텔레그래프에서 호평받았다. 한국인 연주자 중 처음으로 빌보드 클래식 차트에서 1 위를 기록했다. -- 위키 백과
방송 다시 보기
˝그래 내가 한 번 가주지.˝
나에게 불가능은 없었다.
(인터뷰를 알리는 나레이션에 이어 첫화면에 자막이 점점 크게 보인다. 꼭 제목 같다. 곧 화면에서 자막이 사라지면서 여성 아나운서가 낮은 톤으로 임현정의 약력을 들려준다. 자막으로도 보이는 약력 내용은 앞서 보인 위키 백과에 있는 내용과 거의 같다. 위키백과 편집자가 방송을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 반대인가. ^^;)
세계적인 데뷔는 매우 극적이었지만 그녀의 성공은 결코 하루만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작곡가의 모든 것을 알아야 무대에 선다는 지독한 학구파.
(인터뷰 진행자(김지연 아나운서)를 A, 임현정을 L로 표기한다.)
A: 그동안 스위스에 살다가 요즘 한국 나들이를 많이 하는 편인가요?
L: 그렇다. 한국에서 연주가 많아서 정말 행복하다. (과정이) 어찌되었든 간에, 한국에서 연주하는 것이 저의 꿈이었다. 외국에서 주로 연주하다가 한국에 와서 연주할 수 있다는 것이 제 가족한테도 저한테도 큰 행운이다.
(임현정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연주한다는 림스키-코르사코프 ˝왕벌의 비행˝ 연주 동영상을 보여준다.)
A: 속주 능력을 주위에서 부러워하나?
L: 속주는 어려운 것이 아니다. 속주 안에서 내가 의도하는, 내가 하고자 하는 음악의 표현을 끌어내는 것이 어렵다. 속주의 템포는, 이렇게 말할 수 있겠다. 사람이 말하는 것에 비유하자면, ˝우와! 여기, 정말 아름다운 곳이네!˝라고 감탄해서 가슴에서 우러러나오는 말은 그 템포가 빠르든 느리든 그것이 중요하지 않다. 자신의 표현 의도가 중요하다. 의도, 솔직함, 감정이 먼저 표현되고, 그 다음에 속주가 따라온다. 그렇기 때문에 템포가 우선되지 않고, 내가 의도하는 표현이 우선이다.
A: 동영상을 올린 후에 많은 사람들이 봐줄 것이라고 기대했나?
L: 아니다.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A: 보이기 위해 올렸다기보다는 가족을 위해 올렸었다구요?
L: 그렇다. 엄마, 아빠를 위해서. 그런데 가족도 보고, 여러 사람이 볼 수 있어서 일석이조 (웃음)
A: 그 이후 삶의 변화가 찾아왔다. 특히, EMI에서 데뷔 앨범을 제작하고, 빌보드 클래식 차트 1 위를 차지했다. 아무나 할 수 있는 기록은 아니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제 8 번 ˝비창˝을 연주한다.)
A: 제 의견이지만, 여타 피아니스트와 다른 길을 걸어가는 면이 있다.
L: 그래요? (겸연쩍은 웃음)
A: 피아니스트 임현정이 가고자 하는 길은?
L: 레퍼토리를 늘리는 것이 최우선이고, 가장 중요하다. 항상 생각하는 것이 브람스, 베토벤, 모차르트, 쇼팽, 바흐 등 모든 작곡가들은 존재의 의미가 있다. 그런 이유로 클래식 음악이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모든 중요한 레퍼토리를 내 심장 안에, 내 영혼 안에, 내 손 안에 다 외우는 것은 당연하고, 모두를 완전히 흡수하고 싶다. 그것이 현재 나한테 가장 중요하다.
A: 지금도 그 과정 속에 있는가?
L: 항상 연주가 있을 때마다 아직 해본 적이 없었던 곡을 프로그램에 넣는다. (연주회에서) 이렇게 연주할 수 있게.
(바흐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 중 프렐류드와 푸가를 연주한다.)
A: 그렇게 해서 온몸으로 작곡가를 체화한다고 좀전에 말했다. 베토벤이 처음이었나?
L: 쇼팽이 처음이었다. 베토벤 (연주)하기 전에 10 대였을 때, 베토벤과 똑같은 방식으로, 쇼팽이 직접 쓴 편지, 쇼팽에게 쓰여진 편지, 쇼팽에 대해 사람들이 말한 내용, 쇼팽 제자들이 쇼팽이 어떻게 피아노를 쳤는지 말한 내용 등과 같이 모든 것을 연구하고, 쇼팽의 곡을 전부 쳤다. 연구를 하고, 쇼팽이 나의 첫사랑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정말 좋아했다.
사실, 베토벤이 내게는 가장 어려운 작곡가다. 그래서 더욱 하고 싶었다. 사람의 취향이 있는데, 베토벤은 (위대)한 음악가에서 절대 빠질 수 없다. 그 어떤 면으로 보아도 그렇다. 그래서 베토벤은 나한테 어려운 데도 불구하고 모든 걸 바쳐서 연구하게 되었다.
A: 어디까지 연구하나?
L: 베토벤 스토커가 될 때까지 한다. 베토벤이 살아 있었다면 (웃음) 아마도 나를 매우 무서워 했을 것이다. 스토커 같다고.
A: 가장 센 스토킹의 정도는?
L: 아무리 친한 친구가 있다고 해도 그 친구의 일기장을 읽거나 하지 않는다. 그렇지 않은가? 베토벤이 쓴 메모, 일기장, 편지 등 작곡 당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는지 무슨 생각으로 곡을 썼는지 등과 같이 관련된 모든 것을 읽는다. 그 사람의 내면을 가린 커튼을 열어젖히고 보듯이 대했다. 살아 있었다면, 내가 정말 무서웠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폭소 터짐) 지금은 그 분이 돌아가셨으니 망정이지 내가 생각해보아도 무섭다.
생각해 보니까, 그 분께서 쓴 일기장이 남아 있는 것은 공개되는 것을 바랬을 것 같다. 그렇지 않았으면, 돌아가시기 전에 처리를 하였을 텐데 고스란히 남긴 것을 보면.
A: 그런 생각으로 다 (들여다) 본 것인가?
L: 그렇다. (그 분도 공개되는 것을) 원하였을 것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에 그렇게 하였다.
A: 한 사람을 완벽히 스토킹 할 정도로 온몸으로 체화하고 (작품을) 연주해보면 그 사람이 보이는가?
L: 그렇다. (폭소)
A: 아까 커튼이 걷힌다고 했던가요, 정말 보이나요?
L: 예.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제 29 번) 함머클라비어를 연주한다면, 이 곡은 연주하기 어려워서, 연주하기 전에 베토벤한테 말해요! 여기에 같이 있어 달라고. (웃음) 혼자 할 수 없으니까 힘을 불어 주시라고 얘기하죠.
A: 그 정도로 깊이 있게 파고 드는군요.
(쇼팽 녹턴 제 20 번을 연주한다.)
A: 프랑스 유학 중에 보인 성과에 깜짝 놀랐다
L: 내가 원한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니고, 주위에서 도와줘서 그렇게 됐다. 모든 일은 도움으로 가능했던 것이다. 제가 노력한 것도 있지만, 한 사람만의 노력만으로 결코 되지 않는다. 또 운이 따랐다.
A: 다들 도움을 받기도 하고 운이 필요하겠지만, 이렇게 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어떤 도움을 받았나?
L: 정말 좋은 스승님을 만났다.
A: 러시아 어를 왜 독학하게 되었나?
L: 러시아 사람들이 너무 좋다. 라흐마니노프, 토스토예프스키, 톨스토이, 푸시킨 이런 분들이 정말 좋고, 러시아 말이 무척 아름답다.
A: 임현정 씨를 공부해봐야 하겠다. 정말 특별한 사람인 것 같다.
(웃음)
A: 5 개 국어를 한꺼번에 잘 하려면 머리가 엄청 좋아야 하지 않을까.
L: 외국에 나가면, 처음에 한국어에서 라틴어로 이사가는 것이 힘들지, 라틴어 계열 언어를 하나만 배우면 나머지 언어는 비슷하기 때문에 (금세 배운다.)
A: 혹시 러시아 음악가를 많이 좋아해서 러시아 어를 배우게 되었나?
L: 네. 러시아 음악가를 정말 정말 좋아한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제 3번을 연주한다.)
A: 그 때 깨달음 때문에 음악의 깊이가 더 깊어질 수 있겠다고 생각이 든다. 오늘 저한테 무한 긍정 에너지를 심어줬고
L: (작은 목소리로) 정말 그랬어요? 감사합니다.
A: 피아노를 하는 사람이 사명감을 가지게 되면 이렇게 진솔되게 음악을 하는구나하는 느낌을 받았다.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아티스트와 만나서 정말 반가웠다. 감사합니다.
L: 감사합니다.
위 내용은, 2015 년 4 월에 방송된 SBS 컬처클럽(제 213 회)에 출연한 임현정의 인터뷰를 녹취하고 문맥을 해치지 않도록 문장을 다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