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싫어한다고요?"
그녀는 다시 똑같은 말을 반복하더니 분노에 찬 표정으로 당황해하는 내 두 눈을 노려보았습니다. 하지만 곧장 내 쪽으로 다가와 몸을 구부리며 - 그녀의 눈빛이 서서히 부드러워졌으며 거의 동정하는 것 같은 표정으로 바뀌었습니다 - 갑자기 나의 머리를 처음으로 어루만졌습니다.
"당신, 정말 어린아이군요. 아무 것도 눈치 채지 못하고, 보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는 바보 같은 어린아이네요. 하지만 그게 더 낫겠네요. 그렇지 않으면 당신이 더 불안해 할 테니까." - P114

그리고는 갑자기 단번에 몸을 돌려 버렸습니다. 나는 마음을 진정시켜보려 했지만 허사였지요. 나올 수 없는 불안한 악몽의 검은 자루에 꽁꽁 묶인 것처럼, 나는 규명하기 위해, 비밀로 가득 찬 감정의 혼란에서 깨어나기 위해 발버둥쳤습니다. - P115

그 강의는 분명히 콜로키움(토론 및 세미나 형태로 진행되는 독일어권 대학의 수업 방식 - 옮긴이)과 토론을 통해 자발적으로 전개되는 방식인 듯 보였습니다. 선생과 학생들은 느슨하고 아주 자연스럽게 섞여 있었습니다. 교수는 멀리 떨어져 있는 의자에 앉아 강의하지 않고, 자유분방하게 책상에 다리를 편하게 걸치고 앉아 있었으며, 젊은 학생들도 교수 주위에 편한 자세로 모여 앉아 있었습니다.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그러한 무심함으로 보아, 수강생들은 수업에 푹 빠진 나머지 그런 조각같은 자세로 고정된 것 같았습니다. - P36

갑자기 교수가 책상 위로 올라서자 학생들도 따라서 일어섰고,
그가 높은 곳에서 마치 올가미로 사로잡듯, 말로써 학생들을그 자리에서 꼼짝 못하게 서 있도록 한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초대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서, 그의 강의에서 오는 매혹적이고 강렬한 이야기에 자석처럼 이끌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까지는 불과 몇 분이면 충분했지요! 그의 말뿐만 아니라 두 손을 번쩍 들고 움켜쥐는 그의 독특한 손짓을 보기 위해 나는 나도 모르게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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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도 음악에 속하는 것이죠." - 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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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마음이 조금은 헐렁한 사람 쓰는 존재 3
송광용 지음 / 행성B(행성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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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위나 역할 따위에 연연하는 ‘무엇이 되고 싶다’보다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다’에 집중하여야 자신의 꿈이 현재진행형이 될 수 있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저자처럼 완전히 헐렁해지지는 못하더라도 마음이 조금은 헐렁한 사람으로, 나도 그런 마음을 지향하며 살고 싶다. 이 책과 우연한 만남은 행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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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 할 일들을 뚫고 하고 싶은 일을 수행하기 위해선 삶의 속도, 습관의 관성을 높여야 한다. 그저 남는 시간에 하면 되겠지, 하고 마음먹는다고 절로 되는 게 아니다. 일정한 속도가 붙은 습관만이 분주한 일상에 널린 일거리들 사이에서 제 기능을 발휘한다. 내겐 독서와 글쓰기가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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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한 권 꺼내기도 빠듯하다는 걸 미리 알고서도 매일 읽지도 않을 책을 서너 권씩 가방에 넣고 다닌다. 그래서 비싼 가방, 싸구려 가방 할 것 없이 수명을 단축시킨다.
여행을 갈 때면 아이들이 잠들고 나서야 밤에 시간이 조금 남는데, 그 짧은 시간에 읽을 책들을 다른 것들보다 먼저 챙긴다. 여행지에서 낮에 보내는 12시간만큼 모두가 잠든 밤, 홀로 보내는 1시간을 기대한다.
난 호시탐탐 죽은 고기를 탐하는 하이에나처럼, 도서관과 서점을 드나들 기회를 노린다. 학교 애들한테 축구를 가르치며 함께 뛰거나, 늦은 밤 중역 의자에 몸을 기대고 영화를 보는 것 정도를 제외하곤 별다른 취미도 없다. 시간 여유가 생기면 가는 곳이 도서관, 서점이다.
내가 번 돈 중에 온전히 나 자신을 위해 쓰는 돈은 미미하다. 그마저도 대부분 책을 사는 데 쓴다. 그럼 나머지 돈은 다 어디로 가는 걸까. 그렇게 강박적으로 책을 탐하면서도, 책을 많이 읽지 못한다.
오랫동안 이 같은 내 행동에 대해, ‘난 왜 그러는 걸까.’라는 질문으로 분석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제 깨닫는다. 그건 분석할 대상이 아니라, 그런 여러 사실이 나라는 인간을 설명하고 있음을. 무척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사람도 어떤 부분에선 지극히 비효율적인 일을 용인한다. 어쩌면 그런 부분이 ‘그게 바로 나’ 내지는 효율이라는 가치를 뛰어넘는, 그 사람이 지향하는 바에 가깝다고 할 만한 게 아닐까.
앞으로도 이렇게 내 시간과 돈을 사용하며 대부분 생을 보낼 것 같다. 이런 일을 하며 즐거워하고 만족할 수 있다는 점에 감사한다. 가성비로 보자면, 잠을 즐기는 사람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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