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공감하는 유전자>를 2장까지 읽었지만, 도서관에서 빌려온 <식물의 방식>을 오늘부터 읽어야겠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막상 집을 나서면서 책을 챙기지 못하였다. 오늘의 계획을 수정할 수 밖에 없으니 <공감하는 유전자>를 마저 읽어야겠다. 서둘러서 읽으라는 하늘의 계시일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점심 시간에도 읽었다. 읽다 보니 초반보다 술술 읽히는 것 같다. 3장 ‘인간, 애장과사랑을 위해 태어난 존재’는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 ‘머리부터 발끝까지 사랑을 위해 태어난 사람Von Kopf bis Fuß auf Liebe eingestellt’이라는 노랫말이 있다. 작곡가 프리드리히 홀랜더Friedrich Hollaender가 만든 노래의 한 구절로, 베를린 출신의 세계적 배우이자 가수인 마를레네 디트리히Marlene Dietrich 덕분에 전 세계에 널리 알려졌다. 이 노랫말은 언뜻 과장되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핵심을 찌르고 있다. 인간은 하루 24시간 내내 사랑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일에도 전념해야 하고 휴식도 필요하다며 누군가 이의를 제기한다면, 틀린 말은 아니라고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의학적 사실이라고 반론을 제기할 수 있다.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고 또 사랑할 수 있는 사람만이 제대로 일하고 제대로 쉴 수 있다. 사랑 없는 삶을 영속적으로 살게 된다면 일을 잘 해내기 위해 필요한 동력을 언젠가 잃게 된다.

인간에게 휴식이 꼭 필요하다는 사실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차분히 쉴 수도 없고 제대로 잠을 잘 수도 없다면, 많은 경우 사랑과 직접적 혹은 간접적으로 연관된 문제로 인한 것이다. 인간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사랑을 위해 태어난’ 존재라는 주장에 대해 나는 (우리가 아직 살펴보지 않은 근거들을 바탕으로) 과학적인 관점에서 반대하지 않으려고 한다. 물론 홀랜더의 노래 뒷부분에 이어지는, 사랑을 제외하면 인간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sonst gar nichts’라는 구절도 마찬가지다. 왜냐하면 사랑은 인간을 제약하지 않으며, 인간을 이루는 모든 것에 대한 문을 활짝 열기 때문이다. 창의성, 의미 있는 일, 노력하려는 의지, 선을 향한 책임과 참여, 그리고 무엇보다 생을 즐기는 데 있어서의 문을 열어준다. 마를레네 디트리히는 이를 보여주는 살아 있는 본보기였다.”

책에서 너무나 뜻밖에 마를레네 디트리히를 만났다. 반가운 마음을 진정하면서 책을 잠시 덮고서 구글 검색해서 첫 번째 있는 영상을 플레이. 영어 제목은 Falling In Love Again .

https://youtu.be/ahyLLX0tmD8

정말 매력적이고 특색있는 목소리! 또 다른 노래를 듣는다. 거의 종일 비가 내리는 중이라 비에 젖어 축축해진 마음이 보송보송 해지기 바라면서.

https://youtu.be/7heXZPl2hik

알라딘에서 마를레네 디트리히 음반을 찾기가 너무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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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8-09 13: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분 배우아닌가요. 노래도 부르셨군요. 목소리 진짜 매력적입니다 ~~

서니데이 2022-08-09 21: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마를레네 디트리히는 흑백사진을 본 것 같은데, 자신이 없어서 찾아보니까 맞는 것 같네요.
영상도 나중에 한번 보겠습니다.
오거서님, 오늘도 비가 많이 옵니다. 비 피해 없으시면 좋겠어요.
편안한 하루 되세요.^^
 

자기 삶과 자신의 주변 사람을 대하는 내면의 기본 태도가 유전자 활동에 영향을 주고 질병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사실.

요약하면, 인간의 몸은 심리적인 것을 신체적인 것으로 변화시킨다. 인간이 사회적 혹은 심리적으로 맞닥뜨리는 현실과 신체 반응 또는 유전자 변화 사이에 관계가 있음을 증명하는 다수의 연구 결과들이 있다. 하지만 기후 연구에 관한 것과 비슷한 대접을 받고 있다. 확실한 과학적 데이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증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데이터와 증거를 무시하거나 부인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구 온난화의 경우, 이를 무시하고 부인하는 사람들은 주로 기후 변화에 해로운 자신의 사업을 방해받지 않고 계속 이어나가고 싶거나, 계속해서 무절제하게 소비하기를 원하는 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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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9 14: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제 일이다.
오전에 책을 찾다가 포기하고 에어컨 앞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서 아무 일이 없는 듯이 지내려는데 아내가 말을 걸었다.
혹시 들켰나?
도둑놈이 제 발자국에 놀란다고 하잖아.
가끔씩 속마음을 용케도 알아채는지라 즉시 고개를 들어 눈을 맞추면서 응답했다.
나 자신은 페이퍼 쓰기에 바빴지만.
아내가 도서관에서 책을 대출하고 싶은데 예약하면 어떻게 되는지 물었다.
아내 손에 들린 아이폰에서 도서관 앱의 화면이 보였다.
도서관에서 대출 가능한 책에 내 차례를 찜해 두는 것이라고 간략히 알려주었다.
3일 지나면 다음 순번으로 넘어가는데 그 전에 도서관에 직접 방문해서 대출해야 한다는 것도.
경험적으로 신간은 예약 대기자가 몰리기 때문에 금방 빌리지 못할 수도 있지만,
아니면 예약하고 바로 빌릴 수 있다고 하니까,
어떻게 아는지 다시 물었다.
대출 중인 도서에 예약자수가 표시되어 있는 앱 화면을 다시 보여 주었다.
아내가 읽고 싶은 책은 <마음이 흐르는 대로>,
저자는 지나영.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야.
존스홉킨스 대학 병원 의사여서 유명해진 것 같은데
대구 카톨릭대학교 병원에서 탈락한 후에 미국에 가서 역경을 이겨낸 스토리를 책으로 썼다고 하더라.
평소 kbs 인간극장을 좋아하는 아내가 분명 좋아할 만한 읽을거리를 찾아낸 것 같다.
대출 가능한 구립 도서관 9 곳 중에서 8 곳에 이미 예약자가 있었다.
많게는 3 명이 대기한 곳도 있었다.
나머지 한 곳은 예약이 되지 않았다.
예약 버튼이 연한 색으로 변해서 눌러지지 않았다.
이 책 인기가 많아!
오늘 빌리지 못하면 빨라도 한달쯤 후에야 차례가 올 것 같다고 말하면서
내가 당장 가서 대출해서 오겠다고 했다.
아내는 무더운 날씨 때문에 고생길이 될 것이라며 함부로 나가지 말란다.
당장 읽지 않아도 된다며.
어제 오늘 내가 책과 씨름(?)한 것이 다른 이유가 아니지 않은가,
독서 의지가 강한 때에 읽어야 한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아내의 마음씨가 고마워서
아내 대신 도서관 행을 결심했다.
또한 주말 독보적 챌린지 달성해야 해서 걸어야 하니까.
예약자가 없던 성북정보도서관은 집에서 제법 멀다.
버스를 타면 세 번째 정거장에서 내려서는 언덕을 상당히 올라야 한다.
숨이 가빠지면서 쉬었다 가자는 마음이 들 때쯤이면 도서관 건물이 보인다.
버스를 타지 않고 집에서부터 걸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오랜 만에 도서관에 가는 날이 하필 한여름 무더운 날인지.
좋은 날만 있는 것은 아니지.
걸음수가 늘어나는 만큼 땀 분비 양도 많아지더라.
땀이 정직하다는 말이 있던가.
도서관은 엄청 엄청 시원했다.
높은 곳에 지어놓은 냉동 창고에 들어온 것 같았다.
바로 문 열고 나가지 않으면 꽁꽁 얼어버릴 것 같은 느낌.
도서관 앱에 표시된 분류 번호를 믿고 도서관 서가를 샅샅이 뒤졌지만 찾을 수 없었다.
직원 찬스를 썼다.
직원은 한 명만 보였다.
안내 데스크를 지키며 책을 읽고 있다가 나를 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갔던 서가가 아닌 곳에서 책를 꺼내 왔다.
신간이어서 따로 모아 둔다고 했다.
맞아, 그렇지.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랴.
신간이 모인 책꽂이를 둘러 보았다.
3 단 책꽂이 5 개가 2 열로 배치되었고,
책꽂이 단마다 대분류 번호 순으로 듬성듬성 책들이 꽂혀 있었다.
아내가 좋아할 만한 신간으로 <오늘 브로콜리 싱싱한가요?>를 뽑았다.
그리고 나를 위해 한 권을 더 골랐다.
<식물의 방식>은 판형이 작고 무게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집에 가려면 이제까지 왔던 길을 되돌아 가야 하는데 …
반기지 않을 수 없었다.
무인 대출이 가능헀다.
회원증을 갖다 대고 책 세 권을 올려 놓고서
모니터를 보면서 대출 버튼을 터치 하여 대출 완료.
편한 건지 좋아진 건지 잘 모르겠다.
대출한 책들을 챙겼다.
아내가 반기는 모습을 떠올리니 집으로 향하는 걸음이 빨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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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8-08 16: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내대신 책을 빌려다 주는 남편이라니!!! 상상의 남편아닌가요 ㅎㅎㅎ 저는 남편과 상상의 동물, 포켓몬스터 잡으러 도서관에 자주 갑니다. 남편은 도서관주변에서 몬스터를 사냥하고, 저는 책을 사냥하고...다정하고 따뜻해 보여서 참 좋습니다 오거서님!!

오거서 2022-08-08 20:04   좋아요 3 | URL
저는 에스퍼 아니면 페어리 타입일지도 ㅋㅋㅋ 저희 집에서도 저는 몬스터를 사냥하고 아내는 책을 사냥하고 있어요. 최근에 들어오는 책들이 많아졌는데도 나가는 꼴을 본 적이 없다며 공격을 펼치고 있어요. 저는 진압작전을 펼치지 못하도록 방어력을 키우고 있구요.
미니님이 좋게만 봐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어요. ^^;;; 감사합니다. ^^

scott 2022-08-09 00: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한 편의 드라마 같습니다
무더운 여름
아내가 조심스럽게 부탁한 책을
빛의 속도로 쒼나게 도서관에서 찾아다 주는
오거서님!ㅎㅎㅎ

순간 일드 기무라 타쿠야가 나오는 장면(도서관에 책 반납하는)을 떠올렸습니다 ^^
 

최근 나를 사로잡은 관심거리의 일 순위는 건축이다. 관련 책을 검색하였더니 의외로 많다. 어떤 것을 고를까요, 알아 맞춰 봅시다, 하면서 하나를 골라 잡고 싶은 심정이다. 건알못 나한테 알맞은 책을 고르기가 너무 힘들다.

책을 고르다 말고 한눈을 팔았다. 그래, <건축가 아빠가 들려주는 건축 이야기> 속에서 건축은 산업이자 예술이라고 하였으니까 예술 분야에서 여기 기웃거리고 저기 기웃거리다 … 프롬나드 … 아, 미술 전문 출판사로 ‘예경’이 있음이 기억이 났다.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 번역서를 출간한 곳이다. 도서출판 예경이 출간한 <The Music 음악의 역사>를 구입하기도 하였었다. 2006 년 8 월 초판이다. 십수 년이 훌쩍 지나 버렸구나. <The Art 미술의 역사>도 구입하였다. 또한, <클릭, 서양미술사>도 구입한 것 같은데 기억에 어렴풋이 남은 것 말고는 도대체 어디 있는 건지 보이지 않는다. 어제 책장에서는 찾지 못했다. 오늘은, 바닥에 눕힌 채로 한쪽 벽을 타고 쌓여 있는 책더미를 이리저리 풀어 헤쳐서라도 찾아 내고 싶지만 실행 전에 멈칫했다. 내가 그러고 있으면 아내의 쓴소리 역시 감당해야 해야 할 텐데 … 책은 잘 있을 것이야. 근래 꺼내 본 기억이 없으니 책더미 속에 섞여 있을 테지. 내 탓이다, 나의 기억이 완전하지 못할 뿐.

책 제목으로 <클릭, 서양건축사>를 연상하게 된다. 클릭 시리즈로 불리는구나. ‘클릭’으로 시작하는 책이 여러 권이 있다. <클릭, 서양미술사>은 2000 년에 출간되어 2010 년에 개정판이 나왔다. 이어서 <클릭, 서양건축사>(2003)가 나왔다.

최근에 예경의 책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알라딘과 구글 검색해 보았다. 출판사의 홈페이지는 2017 년에서 멈춘 것 같다. 트위터 역시 그 때 이후 트윗이 보이지 않는다. 도서출판 예경의 신간인 <모두의 한국사>와 <더 타임스 세계사(개정판)>는 2019 년에 출간되었다. 예전만 못한 사정이 있는 것이라 추측해 본다.

<클릭, 서양건축사>를 좋게 평가한 댓글보다, 나디아 님이 번역 문제점을 지적한 댓글에 믿음이 간다. 출판사 사정이 나아져서 한국을 대표하는 미술 전문 출판사로 거듭나기를 그리고 <클릭, 서양건축사> 개정판이 꼭 나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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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8-07 12: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번역의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서양건축사 이 책 도판도 좋고 한눈에 서양건축의 주요 흐름과 개념을 정리할 수 있어서 저는 좋았던거 같아요. 읽은지 하도 오래돼서 가물가물하긴 하지만요. ㅎㅎ

오거서 2022-08-08 19:37   좋아요 0 | URL
바람돌이님이 중요한 힘트를 주셔서 도서관에서 빌려서라도 책을 읽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짜라투스트라 님의 강박을 고백하는 글을 읽었다. 좋은 내용이어서 베껴 쓰고 싶은 마음으로 페이퍼 링크를 복사해 둔다.

http://bookple.aladin.co.kr/~r/feed/605295355


넓게 읽어야 한다는, 그리고 한 분야를 파고드는 독서를 하다가 하나의 시각에 매몰될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다른 분야의 책을 읽는다고 하였다. 마치 나를 대변하는 듯한 문장이었다. 지금껏 나의 독서 행태가 꼭 문장 그대로였다고 말할 수 있겠다. 공감한다는 내용으로 댓글을 쓰고 나서 이제까지 나의 변변찮은 책읽기를 되돌아보았다.

마침 유시민 작가의 <유럽 도시 기행 2>를 읽었다. 읽기 전까지는 잠시 망설였다. 잠시? 당장 읽을지 말지 며칠을 고민했다. 읽을거리를 아껴서 챙겨 두는 심정으로 한 달이나 일 년쯤 뒤에 읽어도 되잖아 하면서. 띠지에서 알려주는대로 “유시민 3년 만의 신작!”을 거들떠 보아야 하는데 선뜻 내키지 않는 것을 어쩌랴. <유럽 도시 기행 1>을 읽으면서 <거꾸로 읽는 세계사>를 다시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기억 때문일까, 마뜩잖은 복잡한 심경이랄까, 기대감이 커지만 맹신을 경계하는 마음이 작동하였다고 할까. 그런데 북플 이웃분들의 뜨거운 호응을 지켜 보면서 생각을 바꾸었고, 결국 읽었다. 읽고 나니 좋았다. 작가의 여행에 동행한 기분이다. 팬심으로 읽겠다고 하셨던 이웃분이 한편으로 부러웠다.

밑줄 그은 부분을 한 번 더 읽다 보니 <유럽 도시 기행 1>과 약간 다른 느낌이 있는 것 같았다. 작가가 찾아간 오래된 도시의 유구한 역사이면서 현재의 역사이기도 한 건축물에 꽂힌 것 같았고 감성적인 표현에 이끌렸다. 짧게 축약된 소감인데도 전작에서보다 진해진 느낌이 나한테 전해졌다.

“체코에서 가장 오래된 이 성당은 룩셈부르크 가문으로 왕권이 넘어간 14세기 초까지 보헤미아를 지배했던 프르셰미슬 왕가의 영묘였다. 920년에 신축한 최초의 건물은 화재 사고로 무너졌고 12세기에 재건축한 것이 지금까지 존속하고 있다. 원래는 소박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로마네스크 양식이었는데 룩셈부르크 가문이 왕권을 차지한 직후 고딕 스타일로 증축했고 17세기에는 전면부를 화려한 바로크 스타일로 개조하고 얀 네포무츠키 예배당을 만들었다. 성 이르지 성당의 실내 공간은 곡선을 살린 로마네스크 양식이 남아 있어서 마음이 편했다.”

작가는 한 도시에서 종교건출물은 하나만 본다는 원칙을 정했음에도 프라하성 지구의 황금골목을 찾아가는 길에서 성 비타 성당을 들렀고 내친김에 성 이르지 성당을 들렀다. “마음이 편했다”는 맺음이 주는 여운을 느끼며 잠시 눈을 감았다. 예정에 없던 장소와 그곳에서 건축물의 매력을 포착하는, 또한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야말로 여행의 즐거움 아닌가. 유럽 여행하면서 건축물에 대한 관심이 커지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가보면 경이로움에 감탄사를 연발하게 되는데 나의 여행이 아닌 남의 여행기를 읽고서 이러는 것은 아이러니 같다.

아무튼! 나의 공감 포인트는 저절로 관심거리를 늘리며 건축물(그리고 건축)으로 확장되고 있다. 건축에 문외한이지만 기웃거림을 자제하지 못하고 입문서를 찾아 보았다. <건축가 아빠가 들려주는 건축 이야기>의 발견은 횡재한 것 같았다. 저자 이승환은 건축사로 일하는데, 건축을 이해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7 개 코드를 주제로 구분한 이야기는 모두 유익하였다.

또 다른 책으로 비난트 클라센의 <서양건축사>를 읽을지 고민 중이다. 댓글에 나쁜 평이 있어서다. 이럴 때는 전문가(?) 찬스를 써야지. 건축공학을 전공하고 건설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첫째한테 도움을 청했다. 학교에서 건축사를 배웠는지부터 물었다. 건축사 시험을 보려면 설계를 알아야하는데 배우지 않았다고. 건축의 역사 말이야. 역시 배우지 않았다는 짧은 답. 알아야 하지 않나. 건물 공사는 설계도면이 중요하지 역사며 양식을 몰라도 상관없다고. 그래도 알면 도움될 텐데. 건축사를 공부하지 않았지만 건축 양식의 변천 순서는 외운다고. 평범한 수준의 대화는 유쾌했다. 무엇이든 시도하면 에피소드는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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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man 2022-08-06 11: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클라센 서양건축사는 수업 교과서로 자주 쓰이는 책이니 믿고 읽으셔도 되요 ^^ (건축사 수업 들음)

오거서 2022-08-06 11:47   좋아요 2 | URL
좋은 정보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

짜라투스트라 2022-08-06 12:0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언급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오거서님의 독서행위를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

오거서 2022-08-08 19:39   좋아요 0 | URL
짜라투스트라님의 매일 글쓰기가 계속되기를 저도 응원하겠습니다. ^^

2022-08-07 02: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8-08 1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