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먹고나서 걸어서 5분 정도 거리에 있는 공원에 들렀다. 잠시 상념에 잠기기 좋았다. 손에 책 한 권 들었더라면 어땠을까…

수백 년 수령을 자랑하는 듯 하늘을 덮고 뻗어있는 가지에서 나뭇잎이 바래서 떨어지는 광경을 보았다. 지난 여름이 짙은 녹음과 함께 거기에 머물렀음을 기억하기에 땅 위에서 나뒹구는 나뭇잎이 저문 여름의 흔적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풍경 속 벤치가 놓여 있는 자리에서 하늘에서 내려온 검은 빛 나는 나뭇가지 곁에 나의 그림자도 잠시 드리웠다가 파란 하늘이 그리워 다시 나의 길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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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10-20 14: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가을 오후에 제일 잘 어울리는 것...여유로움이라더군요.^^.

오거서 2016-10-20 15:06   좋아요 2 | URL
가을 오후 볕을 쬐면서 하늘 바라기 좀 했습니다. ^^;

서니데이 2016-10-20 16: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진만 보아도 하늘이 파랗고 반짝반짝 기분 좋은 시간 보내셨을 것 같은데요. 오거서님 좋은 오후시간 보내세요.^^

오거서 2016-10-20 18:16   좋아요 2 | URL
가을볕이 참 좋대요. 볕을 쬐며 여름을 생각했더랍니다. 올해 여름은 엄청 더웠잖아요. 서니데이 님은 공주하느라 더 힘들었겠군요. 그엏게 힘들었어도 다 지나가는군요. ^^

매너나린 2016-10-20 18: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거서님께서 느끼신 조금은 쓸쓸하기도 하고 우수에 찬듯한 가을 한낮의 여유를 제 눈에도 담을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거서 2016-10-20 18:31   좋아요 2 | URL
밥을 먹고나서 배부르고 등이 따시니까 여유로움이 생겼고요, 가을이라서 낙엽이 뒹굴어 조금 쓸쓸함을 더하기는 하였지만 그래도 가을볕과 하늘이 좋더라구요. 이런 느낌을 나눌 수 있어서 좋군요. 북플이라서 가능하다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

컨디션 2016-10-20 21: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완연한 가을이네요. 낮에는 여름의 기운이 아직 남아있구요. 사진을 보고 있노라니 저도 오늘 그 벤치에 앉아 하늘을 쳐다보았다는 착각이 드네요^^

오거서 2016-10-20 23:23   좋아요 1 | URL
잠시 벤치에 앉아서 땅 위에서 나뒹구는 나뭇잎을 보면서 여름이 횅하니 가버린 것처럼 느낌이 들었고 여름을 멀찌감치 밀어낸 하늘은 기세등등하더군요. 착각이라해도 기분은 좋더군요… ^^

꿈꾸는섬 2016-10-20 2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을볕도 좋고 나무빛깔도 좋고
바람도 좋고 하늘도 예쁘고 그래서 정말 좋더라구요.

오거서 2016-10-20 23:24   좋아요 0 | URL
꿈꾸는섬 님도 가을볕을 쬐었나 봅니다. 정말 좋지요?! ^^

책읽는나무 2016-10-20 22: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사진을 보는데 제 마음이 다 파랗고,푸르러지는 것 같습니다
단풍들면 더 이쁘겠어요^^

오거서 2016-10-20 23:27   좋아요 0 | URL
사진을 더 잘 찍고 싶었는데 아쉬움이 남지만 그래도 벤치에 앉아 하늘을 쳐다보는 느낌이 전해져서 다행입니다. 완연한 가을을 기대합니다. ^^

줄리엣지 2016-10-20 23: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진에서 가을냄새와 더불어 싱그러움이 물씬 묻어나옵니다~~ 햇살아래서 책을 읽는다면 너무나 행복할것같습니다^^

오거서 2016-10-20 23:32   좋아요 0 | URL
제 말이 바로 그거예요. 가을볕 아래서 하늘바라기를 하니까 행복감으로 심신이 따뜻해지고요. 그런 충만한 느낌으로 책을 읽고 싶어지더군요. ^^
 
 전출처 : 오거서 > 「사이드 트랙」 책 속 푸치니 음악


https://www.youtube.com/watch?v=5-AF1T4OehM

푸치니: "토스카" 제 3 막 "별은 빛나건만" - 카바라도시(화가)의 아리아
E lucevan le stelle

•연주자

테너, 플라치도 도밍고 (Plácido Domingo)
로마 국립 오페라 극장 관현악단 (Orchestra del Teatro dell'Opera di Roma) & 플로렌스 음악 축제 관현악단(Orchestra del Maggio Musicale Fiorentino)
지휘, 주빈 메타 (Zubin Mehta)
(DG가 제공하는 음원으로, 도밍고 70 세 생일 기념 한정판에 수록된 것과 같다고 볼 수 있지만 확실하지 않아서 확인될 때까지 취소선을 표시함)

•연주시간: 약 3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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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6-10-19 19: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어제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란 책 읽으면서 바하의 두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들으면서 읽었어요~ 오거서님 페이퍼 읽으니 클래식이 듣고 싶어집니다!

오거서 2016-10-19 20:09   좋아요 0 | URL
책을 읽다가 클래식 음악을 만나면 작가가 의도를 가지고 넣었을 거라 생각하면서 꼭 챙겨듣습니다. 그러면 음악과 함께 책의 기억이 오래 남는 것 같습니다.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책과 바흐 곡이 잘 어울러졌을 것 같아요. 저도 최근에 그 책을 알게 되었습니다. ^^

기억의집 2016-10-19 22:50   좋아요 1 | URL
근데 책엔 하이든과 슈배르트가 언급이 돼요^^

오거서 2016-10-19 23:10   좋아요 0 | URL
혹시 책이 슈베르트풍인가요… 요즘 제가 슈베르트풍에 꽂혀서요 ^^;

기억의집 2016-10-19 23:15   좋아요 1 | URL
제가 슈베르트의 음악을 잘 몰라서... 큰줄기의 이야기가 있는 건 아닌데 글을 상당히 잘썼어요. 읽는다는 게 행복하다라고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깐요. 정적이고 혹 오거서님 핸델의 stille amare 와 ma come amar? 라는 곡 아시죠! 그런 느낌이 나는 곡이에요. 저는 바하와 이 음악 유투브로 번갈아 들으며 읽었는데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거에요. 자칫 지루하다라고 말하시는 분도 있으시던데 전 글이 진짜 좋더라구요.

오거서 2016-10-19 23:26   좋아요 0 | URL
잘 쓰여진 책이란 느낌을 받습니다. 모두를 만족시키기는 어렵죠. 그러나 진정한 독자를 만나는 것은 행운이라 생각합니다. 기억의집 님 덕분에 이 책을 읽고 싶어집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편히 잠자리에 들시길! ^^

yureka01 2016-10-19 20: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역시 오거서님의 음악 사색은 책으로 더 빛나네요..역시 조예가 높으세요...

오거서 2016-10-19 21:41   좋아요 3 | URL
오늘 쓰신 페이퍼에서, 책 이야기만 하면 심드렁하다고 하셨던데… 그래서 유레카 님은 사진 이야기를 하신다면, 저는 클래식 음악이네요. 유레카 님의 프로페셔널에 비하면 저는 형편 없습니다. 과찬의 말씀에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

yureka01 2016-10-19 21: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https://www.youtube.com/watch?v=vlY2tFrh2zs 오늘은 파파로티가 참 그립네요..전율이 쫙 올라와요..

오거서 2016-10-19 21:50   좋아요 2 | URL
파바로티가 참 그립군요. 파바로티의 고음은 전율을 느끼게 하죠… 즐감하시길! ^^

겨울호랑이 2016-10-20 09: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별은 빛나건만˝ 이라는 곡의 가사가 궁금해서 번역을 찾아봤어요

저 별이 반짝이면 안개 고요한 속에
수렛 소리 들리며 날 조용히 찾아오는 임.
어여쁜 임의 모습. 이 맘 기쁨이 솟네.
즐거운 이때는 찾아 왔도다.
그대와 함께 만나는 이 내 가슴이 뛰도록.
황홀한 꿈은 사라져 버리고 소망은 끝을.
나 홀로 죽어가오. 나 홀로 죽어가오.
행복의 이 날, 행복의 이 나라를 다 내버리고

기쁨에서 슬픔으로 끝나는 곡이군요. 가사를 보며 들으니 느낌이 새롭습니다.^^:
이탈리아어를 알았으면 더 좋았겠지만, 의미가 부여된 것만으로도 다른 음색으로 들리네요. 항상 좋은 음악 감사합니다. 오거서님^^:

오거서 2016-10-20 10:59   좋아요 2 | URL
겨울호랑이 님의 댓글이 제 페이퍼의 부족함을 보충해주시는군요. 아리아의 해설과 가사 번역은 저한테 벅찬 일이고 잘난 체 하고 싶지는 않고 해서 그저 비워놓았는데 겨울호랑이 님이 채워주시니 감사합니다. ^^
저도 이탈리어를 알지 못합니다. 그러니 가사 내용이 어떤지 살펴보고 선율에 치중해서 감상하지요. 그래도 아름다운 음악만으로 충분합니다. 언어를 이해하여 음률마저 감상할 수 있다면야 금상첨화이겠지만…
 

발란데르 형사는 첫 사건을 수사하기 전에 모차르트의 아리아에서 행복감을 느끼고, 좀처럼 풀리지 않는 연쇄 사건을 수사하는 도중에 짬을 내서 푸치니 음악을 듣는다. 그리고, 앞서 행복감을 되새김질한다. 작가는 발란데르 형사가 사건 수사로 지쳐가는 현실과 대비되도록 휴가, 아버지와 여행 계획 등 동경을 그리고, 망중한 속에서 행복감을 고조시키는 장치로 음악을 이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백여 쪽을 읽는 동안 음악이 두 번 언급되었다. 모차르트에 이어 푸치니 음악. 그러나 푸치니 음악으로 퉁칠 뿐 곡명이 없다. 아마도 푸치니 오페라 중 아리아일 것이다. 게다가 유명한 곡일 가능성이 크다. 음악이 속한 문장을 다시 읽으면서, 밤에 편안한 느낌으로 들을 수 있는 곡들을 추리고 추려도 서너 곡은 된다. ˝그대의 찬손˝, ˝내 이름은 미미˝, ˝별은 빛나건만˝, ˝공주는 잠 못 이루고˝,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등을 들었다. 책을 읽다가 말고 푸치니 음악을 찾아 듣느라 분주했던 밤을 보냈다.

그날 밤 발란데르는 늦게까지 잠들지 못했다. 창문을 열고 따뜻한 여름 밤공기를 맞았다. 전축에는 푸치니의 음악을 틀어놓았다. 위스키를 마지막 한 방울까지 따랐다. 살로몬손의 농장을 찾아갔던 날 오후의 행복, 끔찍한 참사가 벌어지기 전에 느꼈던 그 행복을 조금은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중략) 그는 손이 닿는 곳에 위스키 잔을 놓은 채, 음악 소리와 여름밤의 공기에 맞춰 살짝 잠이 들었다. (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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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오거서 > 「사이드 트랙」 책 속 클래식 음악


https://www.youtube.com/watch?v=D8vpkw5Pn6E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 중 "그리운 시절은 가고" - 수잔나(백작부인)의 아리아
E Susanna non vien!...Dove sono

•연주자

소프라노, 바바라 헨드릭스 (Barbara Hendricks)
영국 실내 관현악단 (English Chamber Orchestra)
지휘, 제프리 테이트 (Jeffrey Tate)

•연주시간: 약 6 분 20 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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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10-17 20: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목소리는 하늘이 준다는 말이 괜히 나온가 아닌가 봅니다.ㅎ

오거서 2016-10-18 08:27   좋아요 2 | URL
아름다운 목소리는 정말 타고나야 하는 것 같습니다. 노래하는 실력은 갈고 닦는다고 해도요.

2016-10-17 20: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18 08: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yureka01 2016-10-18 08: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곡 어제 저녁에 한 다섯번은 들었는듯합니다..ㅎㅎㅎ^^..

오거서 2016-10-18 09:15   좋아요 2 | URL
오페라 장면과 스토리를 강조하기 위해 부르는 노래이기 때문에 어떤 장면에서 불리는 노래인지 알면 음악을 감상하기에 더할 나위 없습니다. 하지만, 이 노래도 그렇지만, 아무런 정보 없이도 아름다운 음악을 감상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

겨울호랑이 2016-10-18 09: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 책에 맞는 음악은 좋은 친구라는 것을 오거서님을 통해 깨닫게 됩니다. 종이, 붓, 먹, 벼루 등 문방사우에 음악도 추가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오거서 2016-10-18 09:10   좋아요 3 | URL
문방사우에 음악을 추가, 밑줄 그어야겠습니다. 주말에 놀고온 터라 새벽부터 북플 글을 몰아서 보는데 지겹지 않은 것도 감사한데 댓글만으로도 멋진 말과 글들을 많이 건집니다. ^^
 

모차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중 수잔나의 아리아는 ˝그리운 시절은 가고˝를 말하는 것이리라. 모차르트 가곡과 아리아를 잘 불렀던 바바라 헨드릭스의 노래를 한동안 듣지 못했구나. 그녀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그립다. ^^;

노란 유채밭이 길 양쪽으로 펼쳐졌다. 지금처럼 기분이 좋았던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카세트 테이프를 넣어 「피가로의 결혼」에서 바버라 헨드릭스가 부르는 수잔나 부분을 들었다.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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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6-10-17 20: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속의 음악이라니 신선합니다.
모차르트의 음악은 다 좋네요.

오거서 2016-10-18 08:14   좋아요 1 | URL
책을 읽다가 곡명이 나오며 그냥 지나치기 힘듭니다. 왠지 그 대목에서 음악을 들어야 작가의 의도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말씀대로 모차르트 음악은 다 좋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