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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 안데르스와 그의 친구 둘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11월
평점 :
「킬러 안데르스와 그의 친구 둘」 서평단에 선정되어 책을 제공 받았다.
이 책은 요나스 요나손의 신간이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소녀」에 이어 그의 세 번째 소설이기도 하다. 이들 전작을 모두 읽었고, 영화도 보았다. 감명을 받아서 또다른 작품을 찾아보다가 프레데릭 베크만의 「오베라는 남자」도 읽었다. 이들을 워낙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나서 요나스 요나손의 신작 소식만으로도 기대감이 컸다. 그래서 서평 쓰기는 귀찮은 일이지만, 서평단 모집에 응했다.
출판 직후 책을 받아서 읽고 서평을 쓰는 것이라 미래의 독자들을 배려해서 스포가 되어서는 아니 될 테니 소설의 스토리를 언급하는 것은 최대한 자제하고, 책을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과 느낌을 위주로 적겠다.
책을 읽기 전에 출판사가 제공하는 책 정보에서 신작 소설은 블랙 코메디라고 했다. 책을 읽고나서 옮긴이의 말을 통해 알게 된 지식으로, 이런 소설을 ‘피카레스크 소설‘이라고 한다. 악당이나 걸인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누추하고 교활한 생존 방식을 보여 주며 사회를 풍자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소설을 지칭한다. 옮긴이의 말에서도 언급되지만,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의 주인공은 악한 세상에서 어쩌다가 악당이 되었지만, 여기서는 작심하고 악당짓을 벌인다. 킬러 안데르스의 친구 둘이 그렇다.
1. 역발상
소설 제목에 등장하는 인물이 셋이다. 주인공으로 여겨지는 킬러 안데르스는 오히려 조연급이고, 그의 친구 둘이 주연급이다. 책을 읽고나서 드는 생각이다. 모두 악당이다. 이들 말고도 악당들이 다수 등장하지만, 겉모습이 온순해보이는 두 젊은이가 악당들 중 최고다. 둘의 이름은 페르 페르손 그리고 요한나 셸란데르. 그러나 이들의 운명은 기구하다. 책읽기 도중에 메모한 내용을 여기에 옮긴다.
킬러 안데르스. 본명은 요한 안데르손. 술에 취해 욱하는 성질을 조절하지 못하여 살인을 세 차례 저지름. 30 년 옥살이로 킬러 별명을 얻음. 56 세에 석방됨. 은신처를 찾아 <땅끝 하숙텔> 장기 투숙객이 되면서 페르와 요한나를 만남.
페르 페르손. <땅끝 하숙텔> 리셉셔니스트. 갓난아기 때 부모가 이혼하면서 엄마의 성인 페르손을 얻음. 물류 관리 능력을 인정 받음.
요한나 셸란데르. 여자 목사. 교구를 박탈 당함. 공원 벤치에서 페르와 첫 대면. 기도의 대가로 20 크로나(약 2,500 원)[1]를 사취하려다 대신 페르의 햄 샌드위치를 취함. <땅끝 하숙텔> 8 호실에 투숙함.
킬러는 술과 약물에 중독되어 살인 전과를 가지게 되고, 페르는 아버지의 사업 실패와 부모 이혼 때문에 부모한테 경제적인 복수를 원하고, 요한나는 남녀차별이 심한데도 완고한 아버지 때문에 집안 가업이라 여기는 목사가 되지만 예수를 믿지 않는다. 이는 각자한테 결점에 해당되겠지만, 역발상으로 돈벌이에 나선다. 킬러를 앞세워 폭행 및 구타를 서비스로 제공하는 사업을 벌인다. 독특한 비지니스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이들의 결점은 감춰지면서 되레 남다른 능력으로 작동한다. 만일 블랙 코메디가 아니라면, 가당찮은 일이다. 그러나 기발하고 해학적이다.
2. 인간 본성은 착하다?
마지막 쪽을 읽고 책을 덮기 전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있다면, 성선설이었다. 인간의 심성에 대한 학설 중, 맹자가 주장한 성선설. 즉, 인간의 본성은 착하다는 것이다. 작가는 성선설을 대체로 믿는 것 같고, 킬러 안데르스한테 타이틀 롤을 맡기지만, 그의 친구 둘, 페르와 요한나를 더 극적인 예로 삼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책 속에서 이를 암시하는 작가의 생각 파편들을 찾을 수 있고, 아래에 옮겨본다.
킬러 안데르스는 현재의 자기 자신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기 시작했다. 자기는 목사와 하느님의 인도를 받아 착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이었다. (108)
「전에 당신 입으로 말했잖아! 하나님께서는 어린아이들을 사랑하신다고. 그런데 우리 모두가 어린아이들이란 말이야!」 (111)
「난 더 이상 사람들을 때리지 않을 테야! 왜냐하면 모두가 어린아이들이니까! 또 술도 마시지 않을 테야! 이제부터 내 인생을 예수님 손에 맡길 테야. 그리고 어제 마지막으로 한 일에 대해서는 정확히 지불해 주기 바라. 그 돈은 적십자에 기부할 생각이야. 그 다음에 우리는 이를테면 각자의 길을 가는 거야.」 (112)
인류는 실로 다양한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다. 인색한 사람, 이기적인 사람, 샘 많은 사람, 무식한 사람, 멍청한 사람, 그리고 겁 많은 사람… 또 친절한 사람, 똑똑한 사람, 정이 많은 사람, 너그러운 사람, 상냥한 사람들도 있다. 이 모든 특징들이 한 사람 안에 다 모여 있을 수는 없다는 것을 페르와 요한나는 특히나 스스로의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었다.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는 각 사람 안에는 어떤 윤리적 나침반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이것은 그가 페르나 요한나 같은 사람을 만나 보지 못했기에 할 수 있었던 말이었다. (419-420)
「그만두자고?」 (중략) 단지 이 원한 대상에서 제외되는 사람들의 리스트가 조금 길어지기 시작했다는 걸 느꼈단다. 먼저 물론 아기가 제외되고. 또 어쩌면 킬러도. 사실 너무 착한 사람이니까. 약간 멍청한 게 흠이지만. (439)
3. 맺음
개인적인 견해를 전제로, 블랙 코메디를 표방한 소설의 이면에서 파악한, 중요한 메시지의 키워드를 뽑아보았다. 역발상, 인간 본성, 무신론(?), 기부의 즐거움, 술, 그리고 스웨덴에 대한 호감 …
책에서, 페르는 어렴풋한 기억을 더듬어, 스웨덴 여류작가이자 시인 카린 보예(Karin Boye)의 시를 일부분 언급한다.
길은 가는 것이 더 가치 있다. (367)
포만한 날은 결코 행복하지 않다. 가장 아름다운 날은 목마른 날이다. (371)
소설에서, 젊은이 둘이 미래가 보이지 않는 현재가 부모 탓이라 여기고 복수와 저항을 위해 악당질을 벌이지만, 기성세대의 잘못을 바로 잡기 원하고 종교에 의지하지 않는 젊은이를 내세워 작가가 우리한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바로 이것이지 않을까 싶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의 주인공이 폭탄을 터뜨려서 선사해 주었던 통쾌함은 다시 없었지만, 요나스 요나손의 소설을 애독하면서 다시금 행복감이 충전되었음이 새로운 소설의 또다른 감동이었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겠다.
주1. 크로나는 스웨덴 뿐만 아니라 북유럽과 동유럽 국가에서도 사용하는 화폐 단위이다. 11/10 기준 환율로, 1 스웨덴 크로나는 약 126.778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