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처한(난생 처음 한번 들어보는) 클래식 시리즈가 계속 이어지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이번에 6번째 책이 나왔다. 베르디와 바그너를 집중 조명하는 오페라 특집. 동시대 작곡가인데다 음악사에서 뿐만 아니라 오페라 계에서 전무후무한 라이벌이기도 한 베르디와 바그너를 한 책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아주 특별하다.
최근에 유튜브 알고리즘은 쇼팽 콩쿠르 수상자들의 연주 영상이 새로 올려졌음을 알려준다. 매일 반복되다보니 점차 성가실 정도가 되었다. 오늘 쇼팽 연주의 달인들을 스킵, 스킵, 스킵! 이들 대신에 11년 전에 있었던 소프라노 르네 플레밍의 연주 영상을 보았다. 르네 플레밍의 은퇴 전에 녹화된 연주회 무대인 것 같았고 드보작의 오페라 루살카 중 “달에게 바치는 노래”를 불렀다. 루살카의 간절한 바람을 너무나 잘 표현한 아리아인데 요즘 오페라 루살카 공연이 이루어지는지 모르겠다.
“드라마보다 매혹적인 오페라의 세계로”
책띠에 적힌 카피는 별로다. 내 생각이지만. 별로 와닿지 않는다. 정말 드라마보다 매혹적인 오페라가 있을까? 카피라이터는 어떤 특정한 오페라를 떠올렸을까. ‘드라마보다’라는 문구로 오페라를 굳이 비교 대상으로 삼았을까. 별별 생각이 든다. 차라리 베르디와 바그너를 라이벌로 부각시키는 쪽이 관심을 더 끌지 않을까 싶다. 두 작곡가라면 각각 영화 한두 편은 족히 나올 정도로 드라마틱한 삶을 살았었다. 그들의 탄생부터 극적 요소가 부족하지 않다. 둘은 같은 해에 태어났다. 모두 1813년 생이다. 베르디는 이탈리아인, 바그너는 독일인. 바그너는 바람둥이인데 반해 베르디는 달랐다. 또, 베르디는 애국주의자였고, 바그너는 혁명주의자였다. 음악적으로 추구한 세계가 결코 같을 수 없었지만 처세도 국가관도 너무 달랐다.
일이백 년 전에 비하면 모를까 현실은 다르지 않나. 오페라보다 관객몰이에 성공하는 뮤지컬 드라마도 있고 넷플릭스 드라마 시리즈 그리고 이것들을 압도하는 K-드라마가 있으니까 말이다. 심지어 클래식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나조차 오페라를 챙겨보지 않는다. 아리아는 가끔 찾아서 듣지만.
루살카의 아리아 “달에게 바치는 노래”를 다시 듣고 싶다. 오페라의 아리아나 합창곡으로 아니고, 공연을 다시 보고 싶은 오페라가 있었는지 곰곰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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