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 몰려든 관광객을 향해 내키지 않는 웃음도 지을 줄 알았다. 그들은 온 힘을 다해 자신들의 삶을 살아냈던 것이다. 어쩌면 원형 그대로의 화포를 찾고자 하는 내 욕심으로 화포 이외의 것에서 눈을 돌렸을 것이다. 자신은 온몸으로 문명의 편리를 누리며 전통이 지켜지지 않는 현실을 개탄하는 꼴이었다. 당신들은 언제나 과거의 시간 속에 머물러 있으라고 그래야만 한다며 연신 카메라를 눌러대는 몰염치와 다르지 않았다.
여행은 때로 누군가에게 모독일 수 있었다.
결국 몽족과 그녀들의 화포를 찾아 헤맨 내 발걸음도 내 안의 잣대만으로 다른 것에 눈감아버리는, 순수 혈통에 집착하는 뿌리 깊은 이기심과 닮아 있었는지 모른다. 여기는 내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고난의 시간동안 그네들이 끝끝내 지켜온 삶의 터전이었고 나는 더운 여름날 시원한바람이나 물 한 모금보다 못한 이방인이었던 것이다.  - P11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