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적인 표현.
탁월하다




그런데 내 가슴 위쪽이 계단 위로 드러난 것과 동시에 그 덩어리의 각부분이 약속이나 한 듯이 이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그 얼굴, 사실은그 얼굴 때문에 완전히 위축되고 말았다. 왜냐하면 그 얼굴이 평범한얼굴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평범한 사람의 얼굴이 아니었다. 순수한갱부의 얼굴이었다. 그렇게 말하는 것 말고 달리 형용할 수가 없다.
갱부의 얼굴은 어떨까 하는 호기심이 있는 사람은 직접 가서 보는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 그래도 꼭 설명을 해보라고 하면 대충 말하겠는데, 광대뼈가 둥글고 높이 솟아 있다. 턱이 앞으로 튀어나와 있다. 동시에 좌우로 뻗어 있다. 눈이 단지처럼 움푹 들어가 안구를 거침없이 안쪽으로 빨아들인다. 콧방울이 내려앉았다. … 요컨대 살이라는 살은 모두 퇴각하고 뼈라는 뼈는 모조리 함성을 지르며 나아간다고 평하면 될 것이다. 얼굴의 뼈인지 뼈의 얼굴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각진 얼굴이다. 격렬한 노역을 하기 때문에 빨리 나이를 먹는다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그냥 자연스럽게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그렇게 되는 건 아니다. 둥그스름한 느낌이라든가 따뜻한 느낌, 다정한 느낌 같은 것은 약에 쓰려고 해도 찾아볼 수 없다. 한마디로 말하자면거칠고 난폭한 느낌이다.  - P167

그때 돌연 누가 불렀다. 나는 그때 마침 아래를 내려다보며 나루미시보리‘의 허리끈을 고쳐 매고 있었는데, 그 소리를 듣자마자 전기 장치라도 된 얼굴처럼 목덜미가 갑자기 땅겼다. 고개를 들고 보니 조금전의 그 얼굴들의 눈이 모두 이쪽을 보며 빛나고 있었다. "이봐" 하는소리가 어떤 얼굴에서 나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얼굴에서 나왔다고 해도 크게 다를 건 없었다. 어떤 얼굴이나 다 사나웠고, 자세히살펴볼 것도 없이 그 거친 얼굴에 경멸과 조롱과 호기심이 분명히 새겨져 있다는 것은 고개를 들자마자 발견한 사실이었다. 그 사실을 발견하자마자 굉장히 불쾌했다. 나는 하는 수 없이 고개를 든 채 "이봐"
하는 소리가 다시 한번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 P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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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1-09-18 21: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오늘은 추석연휴 첫 날입니다.
가족과 함께 즐거운 추석 연휴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1-09-18 21:49   좋아요 1 | URL
예~
서니데이님도 즐거운 명절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