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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달 1 - 세 명의 소녀 ㅣ 고양이달 1
박영주 지음, 김다혜 그림 / 아띠봄 / 201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소녀를 만나기 위해 고양이달을 찾아 우주를 헤매는 노아.
그리고 무지개 꽃이 피어나는 아리별에서 만나게 된 세 명의 소녀.
『고양이달』은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읽는 한 편의 아름다운 메르헨이다.
작가가 글로 그려내는 세상은 기발하고 뛰어난 상상력을 바탕으로 다채로운 색감을 뽐내는,
그야말로 환상적이고 경이로운 세계였다.
무채색이었던 공간에 무언가 하나씩 알록달록한 따뜻함으로 채워지는 기분.
어떻게 이야기가 진행될지 2권이 너무나 궁금한 책인 것 같다.
눈부처.
사실 상대방의 눈을 마주 바라본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이던가.
노아가 소녀의 눈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었을 때,
그 순간은 바라보는 것 이상의 시간이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마치 오랜 시간 서로가 마음을 나누고 그 마음 안에서 함께 한다는 그런 기분이 아니었을까.
우주의 꽃이라 불리는 아리별.
만약 이런 별이 있다면 꼭 가보고 싶을 만큼 작가가 탄생시킨 공간과 캐릭터는 독창적이고 새로웠으며 신선했다.
이곳은 무지개 각각의 색 띠로 이루어져 있고, 저마다 생명이 자라고 있는 별이다.
빨간 튤립족, 주황 오린고, 노란 빛구슬, 초록 나무 가득한 거인산맥, 파란 파도,
남색 지하와 절벽, 그리고 보라색 구슬.
여기에 햇빛, 바람, 시냇물 소리가 합쳐지니 눈 닿는 곳마다 반짝반짝 빛나고 있음을 알 것 같았다.
이처럼 오색 빛깔 찬란한 아리별은 독특한 등장인물들이 더해져 더욱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노아를 돌봐주는 기린 부부 링고와 린, 엄지족, 점박이 물고기, 모자마녀, 나무새, 초록여왕, 살아있는 나무와 산 등등.
그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중심인물이 있으니 바로 아리별의 주인, 머리가 셋 달린 고양이 ‘아리’다.
노랑 눈의 루나, 파랑 눈의 마레, 검정 눈의 모나는 비록 한몸이더라도 성격과 개성은 모두 달랐다.
과연 노아와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다음 책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노아에게 있어 아리는 무척 소중한 친구겠지만 내게 있어 그보다 더 애정이 가는 캐릭터는 링고와 린이 아닐까 싶다.
다 함께 하는 식사시간, 맛있는 밥, 오늘 하루 어떻게 지냈냐는 물음, 포옹, 대화를 통해 노아에게 가족의 화목함과 정을 알게 해준 존재이기 때문이다.
글을 읽고 있노라면 노아에 대한 순수한 호의, 관심, 배려, 나눔, 아끼고 생각하는 마음이 느껴져 왠지 기분이 좋아졌다.
그들은 때론 조언자가 되기도 한다. 노아가 어른이 된다는 것이 어떤 건지 물었을 때 링고는 자신의 감정이 중요하듯 상대방의 감정도 중요하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일러주었다. 감정은 강요해선 안 된다고 말이다.
"아무리 많이 사랑해도 덜 좋아하는 것처럼 대할 수 있게 됐지?"
"그게 어른이 된 거라고요?"
노아가 의아하여 물었다. 링고가 말을 이었다.
"내 감정만 중요할 순 없는 거니까. 상대의 감정을 먼저 살피고 자신의
감정을 숨길 줄도, 포장할 줄도 알게 되지. 무엇보다 중요한 건 떼쓰지
않는 거야. 내가 좋아하는 만큼 상대도 날 좋아해 달라고 말이지. 상대의
마음이 나와 똑같을 수 없음을 인정하고 부담이나 상처를 주지 않도록 조심
하는 마음을 가지게 될 때, 비로소 어른이 됐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p.371)
언젠가는 노아가 소녀를 찾기 위해 아리별을 떠날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
소녀를 찾는 것은 노아의 꿈이니 말이다.
나 역시도 노아의 사랑을 응원하고 꼭 만나기를 바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것이 너무 가깝고 급작스런 시일이 아니기를 빌어본다.
링고와 린, 루나, 마레, 모나와 좀 더 함께했으면 하는 욕심이 생겨버린 것이다.
2권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모르겠지만 기쁘고 즐거운 일이 더 많이 생기길.
1권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그렇게 작은 소망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