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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바꾸는 책 읽기 - 세상 모든 책을 삶의 재료로 쓰는 법
정혜윤 지음 / 민음사 / 2012년 6월
평점 :
친구와 서점에 갔다.
책을 좋아하는 내게 그곳은 그저 나열된 책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설레는 장소였다.
반면 독서에 관심 없는 친구에게는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재미없고 심심하며 별 감흥 없는 공간에 불과하다.
결국, 친구가 이해할 수 없다는 말투로 물었다.
도대체 책은 왜 읽느냐고.
솔직히 고백하자면 당시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책을 읽으며 뭔가를 느끼면서도 그것은 한 가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무엇들’인데 꽤 많은 것이 복잡 미묘하게 섞여 있어서 쉽게 입을 떼지 못했다.
만약 다시 그런 질문을 받는다면 그땐 조용히 이 책을 권하리라.
『삶을 바꾸는 책 읽기』
이 책은 책 읽기에 관한 여덟 가지 질문을 다루면서 전체적으로는 책을 왜 읽는가,
삶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성찰하고 자각하게끔 이끌어주는 책이다.
그래서 "책을 왜 읽어요? 라는 질문에 저는 무수히 많은 디테일로 답하고 싶습
니다. 우리의 충동, 능력, 게으름, 타성, 우정, 불안, 고통, 회한, 슬픔, 욕망,
상상력, 기억, 위로, 정체성, 공감, 재탄생, 창조, 이 모든 것에 대해서요.
저는 이러한 디테일을 책을 통해 조금씩 배운 듯합니다. 저는 책을 읽고 한 발
짝씩 나가며 거기서 배운 디테일들로 사람과 세상을 사랑하고 싶었습니다.
사랑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입니다.(p.17)
작가의 글은 왠지 따뜻하고 포근한 빵을 떠올리게 한다.
마치 문장들이 눈에 닿자마자 마음속으로 사르르 녹는 것 같다.
고소하면서도 담백한 냄새와 함께 먹어도 또 먹고 싶고 계속 먹게 되는, 그런 맛있는 빵.
작가는 현실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연을 책 속의 인물들과 스토리에 서로 교차하고 투영시킨다.
그럼으로써 그녀가 발견해낸 의미와 깨달음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방대한 독서량과 깊이가 다른 사고, 그럼에도 글을 편안하게 풀어내는 방식.
나에겐 이 책을 읽는 이 시간이야말로 그녀가 말한 ‘나를 키우는 시간’이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이제 앞서 말했던 ‘무엇들’에 대한 정리가 한 번쯤은 필요할 것 같다.
자문자답이지만 이것이 바로 내가 책을 읽는 이유이다.
[책을 왜 읽을까?]
읽고 싶으니까.
공부나 일은 누가 시키면 하기 싫은 법이다.
책도 마찬가지다. 누가 시킨다고 읽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서부터 읽고 싶으니까 읽는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단순하게 텍스트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읽고 싶다는 마음 그 이상의 것이 있다.
그래서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와 같은 질문을 자신에게 던진다.
[책을 왜 읽을까?]
질문, 지금의 왜냐는 그 질문처럼 내가 가지고 있는 물음표를 느낌표로, 마침표로, 쉼표로 때론 줄임표로 바꿔주니까 책을 읽는다.
물론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하며 답을 찾고 의미를 더해갈 수도 있지만 그것에는 늘 한계가 있다.
친구들끼리는 대개 비슷한 고민이기에 수다와 잡담으로만 끝날 수 있고 가족이라도 다 털어놓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주변 사람을 떠올렸을 때 안 듣느니만 못한 뻔한 말로 대충 때울 가능성이 크다면 차라리 사람보단 책이 낫지 않을까 싶다.
말하고자 하는 본질을 제대로 짚어서 방향성을 제시해줄 사람이 옆에 있다면 물론 사람을 택하겠지만 말이다.
당연히 책에만 전적으로 비중을 두지는 않는다. 때론 책이 더 낫더라 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뿐이다.
책은 단순히 종이 위에 인쇄된 텍스트가 아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간접적이지만 그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그 책을 쓴 사람의 생각, 사고와 만나는 것이다.
성별, 나이, 종교, 국적을 뛰어넘어 다양한 직업, 관점을 가진 사람과 만날 수 있으며 여기엔 시간과 공간의 제약도 없어서 좋다.
그저 언제 어디서든 책을 펼치기만 하면 된다.
책은 재발견의 시간을 선물한다.
나를 재발견하고 다른 사람을 재발견하며 살아가는 현실을 재발견할 수 있게 한다.
책을 읽음으로써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그로 인해 자신에게서 몰랐던 점을 발견할 수도 있다.
그리고 다양성을 배울 수 있다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타인의 가치관, 생각, 행동은 나와 다를 수도 있음을 받아들이며 존중하는 것.
이것은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자세 중 하나다.
잠시 한 번 더 작가의 표현을 빌려 ‘나를 키우는 시간’을 언급하고 싶다.
책을 읽으면 재미, 즐거움, 지식과 지혜, 공감, 위로와 격려, 조언, 심지어 닮고 싶고 배우고 싶다는 새로운 자극까지 얻을 때가 있다.
이 모든 것은 사유(思惟)의 시간을 거쳐 내 안의 나를 성장시킨다.
아직까진 사색의 힘이 많이 부족하다. 하지만 그렇기에 앞으로도 꾸준히 책 읽기를 해나갈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저는 인간에 대해 달리 보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기
전보다 인간을 훨씬 더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인간은 추하고 형편
없는 짓도 하지만, 그럼에도 인간은 참으로 끝없이 질문을 던지면서
그 질문에 충실하고 자기가 얻은 해답과 믿음을 지침으로 삼아 인간
으로서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저항하고 심지어 목숨까지도 바치는
존재란 것을 알게 된 겁니다. 책이 아니었다면 몰랐을 겁니다. 지금
당장 내가 사는 세상이 너무 서글프니까요. 지금 당장 내 눈 앞에
보이는 것들이 너무 거대하게 보이니까요. (p.70)
책은 다른 사람들이 존재함을 보여 줍니다. 눈을 돌리니 정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다르게 사는 사람들요.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요. (p.70)
책은 우리에게 대놓고 무엇을 가르쳐 주는 것도, 위로하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책은 자꾸 자신을 만나게 합니다. 돌아보게 합니다.
이 돌아봄의 의미는 큽니다. (중략) 하지만 바로 돌아봄이라는 행위
를 통해 우리는 인간이라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됩니다.
돌아봄을 통해서 우리의 현재는 책 속의 새 챕터가 됩니다. 우리는
그 새로운 챕터에서 뭔가 새로 시작할 마음을 가질 수 있습니다. (p.100~p.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