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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내 편이 아닌가 - 나를 괴롭히는 완벽주의 신화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법
브레네 브라운 지음, 서현정 옮김 / 북하이브(타임북스)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수치심(shame)에 관해 이야기한다.
어쩌면 단어만 듣고는 즉시 감이 잡히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사람마다 무엇에 수치심을 느끼는지, 어떻게 느끼는지는 다 다르지만,
다음과 같은 복합 상태를 느껴봤다면 자신이 겪었던 그것이 ‘수치심’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마음이 아프고 상처받으며 괴롭다고 느끼는 것.
잘못하지 않았음에도 마치 잘못처럼 평가하는 상대의 말에 갑자기 얼굴이 붉어지기도 함.
비참함, 당황스러움, 정신적 공황상태.
우선은 대화를 접고 자리를 피하고 싶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패닉 상태로 몰고 가는 느낌.
자기 생각은 전혀 그것이 아닌데 정확하게 규명할 수가 없음.
그래서 그 자리에서 제대로 반박도 못 하고 피해버림.
좌절하고 마음이 무너지는 것 같고 멋대로 조롱당하고 비난당하고 비판받는다는 느낌.
자꾸 떠올라 자신을 혼란스럽게 하고 조금은 억울하고, 속이 답답하고 짓누르는 기분 등등.
그야말로 수치심은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스러운 느낌을 가져다준다.
우리는 모두 수치심을 느낀다. 외모, 일, 자녀양육, 경제문제, 가족, 심지어 내가
제어할 수 없는 어떤 사건 때문에, 은근히 혹은 대놓고 비난하는 말 때문에 상처
를 받는다. 그런 말은 직설적일 때도 있고 에둘러 돌아갈 때도 있다. 의도적이건
아니건, 일부러 나를 조종하려 들기도 한다.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말'은 이렇듯
그 특징이 다른 것 같지만, 나에게 상처를 주고 당황하게 하고 좌절시켜서 '나를
보호 해야겠다'는 강한 절박함을 만들어낸다는 공통점이 있다. (p.178)
이렇게 말로 마음을 옥죄게 하는 ‘누군가’에는 친구, 이웃, 직장 동료는 물론 가족 또한 해당하기도 한다.
이들의 무신경한 말, 혹은 작가가 도출한 ‘전형화'(과도한 일반화의 엄격한 관점,
미리 정한 범주에 상대를 집어넣고, 그 범주를 통해 상대를 이해하려 하는 것)는 당하는 처지에서는 무척 잔인한 일임은 틀림없다.
마치 말(言)이 보이지 않는 칼날이 되어 심장을, 마음을 후벼대는 꼴이다.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지만,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이상 그것은 불가능한 것 같다.
하지만 다행히 작가는 수치심에서 빨리 제자리로 돌아오는 기술을 소개해준다.
바로 ‘수치심 회복탄력성’ 4단계(수치심 촉발제 알아차리기, 비판적 인식 실천하기, 손 내밀기, 수치심 말하기)이다.
여기에 연구 참가자들의 사연, 작가 자신의 경험을 솔직히 털어놓음으로써 어떻게 적용하면 좋을지 보여주고 있으니 충분한 예가 될 것이다.
수치심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힘인 ‘공감’에 대해 다룬 부분도 무척 인상 깊었다.
공감의 포인트는 ‘관점 바꾸기’인데 자신의 입장에서 상대방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입장에서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롯하게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주고 진심으로 대해주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연결 네트워크’가 아닐까.
우리는 아무리 친한 사람일지라도 그 사람이 의지가 되는 연결 네트워크인지, 아니면 수치심 거미줄에 해당하는 사람인지 구분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용기 내어 털어놓았다가 상대방의 태도와 말투에 오히려 더 상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여건상 당장 누군가와 대화하기가 어려운 상태라면 이 책을 읽어 보기를 추천한다.
답답하고 아픈 심정을 잘 읽어내 줄 뿐만 아니라 공감과 이해가 잘 담겨 있다.
무엇보다 자신도 설명 못 했던 그 뿌연 감정들을 차분히 설명하며 정리해 줄 것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때는 적합한 상대, 타이밍,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
(중략) 해리어 러너가 여기에 대해 다음과 같은 멋진 충고를 한다. "자신의 취
약한 모습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먼저 상대가 내 이야기를 들을 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인지, 내 이야기를 털어놓아도 내가 안전할 수 있고 마음이 편할지
시간을 들여 확인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상대가 내 고통을 부정하고 대수롭지
않은 일로 취급하거나, 반대로 도움이 되지 않는 방식으로 지나치게 관심을 갖지
않을 사람이기를 바란다. 우리는 무시당하거나 동정받기를 바라지도 않고, 소문의
주인공이 되기를 바라지도 않으며, 용기를 내어 털어놓은 이야기로 인해 피해를
입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p.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