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IS IN - 솔로, 혹은 홀로
이현지 지음 / 이담북스 / 2012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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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과 낭만의 도시.
로맨틱. 에펠탑. 루브르 박물관. 베르사유 궁전. 샹젤리제 거리.
바로 ‘파리’ 하면 떠오르는 것들이다.
이 책은 그동안의 여행 관련 서적과는 조금 다르다.
이야기가 있는 가이드 북. 여행을 소재로 한 소설형식으로 진행된다.
애인과 헤어지고 솔로가 된 스물아홉 살의 여자,
그리고 남편과 딸을 남겨두고 홀로 파리로 온 마흔 살의 여자.
작가는 이렇게 2개의 파트로 나누어 각각의 여행기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런데 참 신기하다.
분명 글을 읽고 있는데 눈앞에 펼쳐진 것은 직접 보는 것과 같은 파리의 풍경이다.
‘화려한 사진들이 없어도 이렇게나 여행 에세이가 재밌고 즐거울 수 있구나.’ 라고 느낀 것은
아마 처음일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글만으로도 충분히 흡입력 있게 다가왔다.

 


함께 가는 여행도 좋겠지만, 이 책을 읽으니 혼자 여행을 떠나고 싶어진다.
너무 바쁘게 빡빡한 일정대로 관광객이 넘쳐나는 명소만을 찾을 것이 아니라
마음의 여유가 있는 그런 여행.
마침 파리는 홀로 다녀도 전혀 심심하지 않을 정도로 다양한 가게들이 가득한 곳이었다.
예쁜 그릇, 옷, 패션 소품, 구두, 향수와 향초,
어른을 위한 장난감 가게, 빈티지 숍, 플라워 숍, 오페라 극장,
공원, 주제별로 특색 있는 책을 파는 서점, 운하, 미술관,
벼룩시장, 유명한 사람들의 묘가 있는 아름다운 공동묘지 등등.
작가는 파리 곳곳 실제로 있는 멋진 가게들을 생생한 묘사로 소개해준다.
어느새 나는 그곳에 있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물론 중간마다 배고픔을 채워줄 카페와 레스토랑도 빼놓을 수 없다.
생 미셸 거리에 있는 ‘블랑제리 드 파파’에서는 제빵 장인이 화덕에서 구워준 빵 냄새가
고소하게 퍼져오고, 각종 빵과 케이크 초콜릿까지 다양한 것을 파는 ‘휴레’에서는 바로
갈아주는 신선한 오렌지 주스의 상큼함과 신선함이 입 안 가득 느껴지는 것 같다.
배가 고프다면 10유로 한 장으로 부자가 된 듯 코스요리를 즐길 수 있는 ‘파스타 드 칼리’에
가서 요리를 주문하는 것도 괜찮다.
그 중 가장 맛보고 싶은 것은 유명한 카페 ‘레 뒤 마고’에서의 따뜻한 쇼콜라 한 잔이다.

 


한 모금 들이키자 달다 못해 쓴맛의 뜨거운 초콜릿이 목을 타고 서서히 몸
안으로 퍼져 간다. 우리나라에서 먹는 분말 코코아랑은 비교도 할 수 없는
리얼 초콜릿. 간간이 덜 갈린 초콜릿 덩어리가 입 안에서 씹히는데 그것 또
한 이 쇼콜라의 매력이다. (p.128)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거리와 골목을 누비는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즐거웠다.
풍경을 구경하고 사색하며 자유롭게 시간을 갖는 것.
이것이야말로 혼자 하는 여행의 특별한 묘미일 것이다.
어느덧 그녀들의 여행은 막바지로 접어든다.
파리를 통해 치유 받고 다시 시작할 용기를 얻어서일까.
확실히 에필로그는 시작할 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자아냈다.
어딘가 확신이 있고 반짝반짝 빛이 난다.
문득 마흔의 그녀가 꽃집 투어를 했을 때가 떠올랐다.
해답을 찾은 그 순간 역시 반짝이는 순간이었으리라.
『PARIS IN 솔로, 혹은 홀로』
오랜만에 작가의 글솜씨가 돋보이는 책을 만났다.
파리란 곳이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져 꼭 가보고 싶은 곳이 될 정도로 말이다.

 


이제야 정확히 알았다. 내가 원하는, 또 바라는 얼굴은 이런 거라는 사실을.
다른 말이나 소리는 귀에 들리지 않고 온전히 하나에 집중한 얼굴.
첫 번째 꽃집에서 훔쳐봤던 꽃을 배우는 사람들의 얼굴과 두 번째에서 만난
꽃을 만들던 사람들의 얼굴, 그리고 지금 바로 이 남자의 얼굴에서 공통적
으로 발견한 그 무엇. 하나에 몰두하고 집중한 얼굴은 이런 것이리라.
세상 어떤 보석보다, 또 어떤 명품보다도 근사하고 값지다. (p.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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