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색깔 있게 산다 - 확고한 자기 색(色)을 가진 14명의 청춘들, 그리고 색다른 이야기
조석근 지음, 김호성 사진 / 라이카미(부즈펌)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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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도 '꿈'이란 말에 가슴이 뛴다. 그리고 열정이란 말에 두근거림을 느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선뜻 용기 내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한다.
여전히 갈팡질팡하는 청춘.
마음속 바늘은 ‘늦었어.’ 혹은 ‘아직 늦지 않았어.’의 눈금 사이를 수없이 방황할 따름이다.
사실은 잘 모르겠다. 어쩌면 꿈이 아니라 헛된 욕심에 불과한 것은 아닐지.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어쩐지 스스로가 한없이 작아지는 기분마저 든다.
그러다 이 책을 만났다.
확고한 색(色)을 가진 14명 청춘들의 이야기.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정말이지 하나같이 생동감 넘쳐 다채로운 기운이 그대로 전해지는 기분이었다.

 


이 책은 저마다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청춘들, 그들의 생생한 인터뷰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좋았던 것 같다.
자신이 직접 겪고 느꼈던 것을 말해주기에 문장마다 에너지가 가득 느껴졌던 것이다.
일단 전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었다.
우선 남들의 시선이나 말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에게 초점을 맞춰 진짜 하고 싶은 것,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다는 점.
그리고 모두 좌절과 방황을 겪었지만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
그들은 힘든 상황 속에서도 고난을 견디며 이겨냈고, 결국 자신을 성장시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김성경 스누마켓 대표는 방황의 해결책으로 당황하지 말라 조언하고 있다.
그는 ‘부딪쳐본다’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자신과 어울리는 일을 찾으려면 한 번이라도 실제로 해봐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고 보니 이 책을 읽으며 또 하나 발견한 게 있다.
간절히 원하는 꿈은 정말로 이뤄지지만, 저절로 이루어지는 건 절대 없다는 점이다.
꿈을 이루기 위해선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고 준비와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즉, 시도라든가 연습이라든가 실천 등 뭔가 끊임없이 해나가는 행동이 필요한 것이다.
트랙터 여행가 강기태 씨의 경우만 해도 자신의 트랙터 여행을 위해 전국의 농기계 회사, 농업 학자 수백 명을 상대로 전화와 이메일을 통해 계속 문을 두드리는 등 얼마나 많은 준비와 노력을 했는지 모른다. 

 


물론 꿈을 이뤘다 할지라도 거기서 끝은 아니다.
생각과 달리 일은 잘 풀리지 않을 수도 있으며 큰 고비도 종종 찾아오곤 한다.
이럴 때 김형섭 티엔에프리더스 대표는 냉정하게 고비를 정면으로 응시해야 함을 강조한다.

 


"…(중략)… 누군가를 원망하면서 감정을 낭비할 게 아니라 그 상황에서 빠져나올 방법을
고민해야 했지요. 사람들은 흔히 곤란한 상황이 생기면 일단 부정하고 봐요. 왜 이런
일을 겪어야 하나, 내가 뭘 잘못했기에 이러는가. 왜 저렇게 나쁜 인간들이 우글거리나.
하지만 세상이 더럽고 삶이 힘든 건 그냥 상식이에요. 누구나 알고 누구나 겪어요.
그렇게 누군가를 욕하고, 세상을 비판하고, 짜증나서 술 먹고 또 먹어도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아요. 지금 자신의 그 고비를 넘기 위한 실질적인 방법들을 고민하고 여기에
온 신경을 집중해야겠죠. 원망이든 비판이든 그런 거야 그 다음에 해도 족하니까." (p.127)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박신영 씨의 챕터 부분이 아닐까 싶다.
꿈. 그리고 장애물.
어쩌면 우리의 가장 큰 장애물은 자신일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말한다. 사람은 꼭 자신이 믿는 만큼 이룬다고. 이 문장을 잊지 않도록 마음에 새겨두리라 다짐한다.

 


SKY 대학을 못 나와서, 집이 가난해서, 취업이 불리한 학과를 졸업해서, 외모가 떨어져서,
성격이 소심해서, 영어를 못해서…….
세상엔 사람들의 앞길을 가로막는 수많은 장애물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원하는
꿈이나 목표를 두고 되는 이유보다 안 되는 이유들을 더 열심히 떠올리고 있지는 않은지,
정말 그렇다면 사람은 딱 자신이 믿는 만큼 이루게 된다는 무서운 진실을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아무리 나를 둘러싼 그 모든 요소들이 불리해도 '됐고! 시끄럽고!' 일단 삽부터
꽂으라는, 신영 씨의 정말이지 시원시원한 지적들을 좀 더 새겨들어봅시다. (p.136)

 


여기에 대해서 신영 씨가 신랄하게 꼬집었던 부분은 이렇습니다.
사람들 대부분이 부딪쳐보지도 않고서 함부로 대전제를 세운다는 점입니다. 무슨 전공이
아니면 어렵다. 어디 학벌이 아니면 힘들다. 이런 경력이 없으면 곤란하다. 그만한 점수로는
난감하다. 그 정도 자격으로 부족하다……. 여기서 그는 '발상'을 주문하며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이 되묻습니다. 원하는 분야를 숨 막히도록 공부해본 적이 있는가, 대가를
받지 않더라도 그 분야에서 일해본 적 있는가, 그 분야의 사람들과 접촉하려고
어디까지 노력했는가, 다 떠나서 정 주어진 기회가 없다면 만들려고 해봤는가,
한 번이라도 정말 원하는 것에 마치 내일 죽을 사람처럼 간절히 매달려봤는가…….
그러니까 얼마나 깊고 얼마나 넓게 파봤는가. (p.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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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인문의 경계를 넘나들다 - 2014 세종도서 교양부문 융합과 통섭의 지식 콘서트 1
오형규 지음 / 한국문학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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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고백하건대 그동안 경제학이라면 거의 관심을 가지지 않았었다.
아니, 오히려 살짝 한 발 뒤로 물러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어렵고 재미없으며 딱딱할 것 같다는 생각 한 조각.
그러한 편견 하나가 오래도록 자신을 꽁꽁 묶어왔던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제목을 보자 왠지 호기심부터 생겼다. 경제학과 인문학의 융합이라니 어쩐지 귀가 솔깃해진다.

 


책의 저자는 인문학의 넓은 분야와 경제학을 융합, 공통분모를 찾으며 그 속에 자리 잡은 다양한 경제 원리를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역사, 신화, 사회과학, 과학은 물론 심지어 소설이나 영화에까지!!
그 속에도 경제 원리는 존재하고 있었다.
그렇다. 경제학은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존재가 아니라 우리 주변에 어디에나 있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가까운 학문이었던 것.
그래서 책을 읽으며 여러 가지 주제들을 마주할 때마다 실로 놀라움을 금치 못했던 적도 여러 번이다.
‘이런 것들이 경제학적인 것과도 연관이 있었다니!’
익숙한 것에서 다시 새로운 것을 알게 되는 재미, 그리고 호기심을 충족하는 기쁨으로 무척 즐거운 책 읽기가 되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 이야기 형식이라 더욱 마음을 열고 편하게 다가설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책 곳곳에 자리 잡은 사진, 삽화나 그래프도 흥미를 돋우는데 일조하고 있다.
갑자기 낯선 경제 용어, 이론만을 나열했다면 아마 몇 페이지 넘기지 못하고 책을 덮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우리가 자주 접했을 법한, 들어봤을 법한 소재로 먼저 말문을 열고 그것이 어떻게 경제학과 연관 지어 일맥상통하는지를 보여준다.

 


예를 들면 이렇다. 트로이아 전쟁의 영웅 오디세우스는 외눈박이 거인족 키클롭스가 사는 섬에 들렀다가 도망치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배가 섬에서 멀어지자 거인을 놀려댔고, 결국 키클롭스가 바위를 뽑아 던지는 바람에 배가 거의 침몰할 뻔 한다. 저자는 위기를 벗어나면 누구든 교만해질 수 있음을 암시하며 이것을 ‘경제위기, 금융위기’와 연결 짓고 있다. 당장 눈앞의 위기를 벗어났다고 교만에 빠진다면 그것만큼 위험한 것도 없는 것이다.
그 밖에도 마크 트웨인의 『톰소여의 모험』에서 나오는 페인트칠하는 에피소드에서는 ‘희소성의 오류’를, 황순원의 단편소설 「소나기」에서는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을, 사람들이 로또를 사는 이유에서는 ‘전망이론’을 살펴봤던 게 기억에 남는다.
새삼 저자의 말처럼, 어느 영역도 경제학과 통하지 않는 것이 없다는 다시 한 번 느껴 보며 앞으로는 경제학에도 좀 더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느껴본다.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사랑에도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 작용한다. 첫사랑은
맨 처음 사랑이고, 전혀 경험해보지 못했고, 단 한 번뿐이고, 다시 올 수 없기에
스스로 느끼는 한계효용이 거의 무한대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두 번째, 세 번째 만나는 사람에게서 사랑을 느낄 수는 있어도 가슴의 떨림은
아무래도 덜하기 마련이다. (p.152)

 

 
다시 로또로 돌아가 보자. 로또의 1등 당첨 확률은 814만 5,060분의 1이다.
벼락 맞을 확률이 180만 분의 1이라고 하니, 로또 1등 당첨이 벼락 맞기보다
4~5배쯤 어렵다. 그렇다고 확률이 0퍼센트인 것은 결코 아니다. 더구나 매주
평균 5.85명의 1등 당첨자가 나온다. 운이 좋다면 평균 32억 원의 큰돈을 손에
쥘 수도 있다.
반면 로또 게임에 참가하는 데 드는 최소한의 금액은 고작 1,000원으로 재산에
큰 변화가 생기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극히 희박한 확률임에도 그보다 훨씬 높은
가중치를 부여하는 가능성 효과를 기대해 로또 판매점으로 달려가는 것이다.
'나는 특별하다'라는 자기선택적 편향(self-selection bias)까지 이를 부추긴다. (p.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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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능감정사 Q의 사건수첩 2 - 스모 스티커 편 - 하, Novel Engine POP
마츠오카 케이스케 지음, 김완 옮김, 키요하라 히로 그림 / 데이즈엔터(주)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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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능감정사 Q의 사건수첩 2권은 1권에 이어지는 내용으로 <스모 스티커> 하편에 해당한다.
이오나 푸드의 수상쩍은 업자들을 경찰에 신고함으로써 범행을 저지했던 린다 리코.
그들은 왜 아파트 2층에 살았던 공무원을 노렸을까.
알고 보니 그곳엔 국가 공무원인 국립인쇄국의 공예관(지폐 그림을 그리는 사람)인 토도 슌이치가 살고 있었던 것.
토도는 도주했고, 경찰은 위조지폐에 대한 물증을 확보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상황은 점점 심각하게 흘러가게 되는데…….

 


같은 일련번호를 가진 만 엔권 지폐 두 장과 중국어로 된 협박장.
이것은 순식간에 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다.
기계로도 판별할 수 없는, 그 정도로 정교한 위조지폐였던 것이다.
거의 모든 매스컴에 샘플 돈과 중국어 편지가 보내졌고, 뉴스의 대대적인 보도 앞에서 국민들은 혼란스럽고 당혹스럽기만 하다.
만 엔권 다섯 장 중 한 장이 가짜이며, 자신의 지갑에 든 돈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전혀 알 수 없으니 현금은 사실상 거의 휴짓조각이나 다름없었다.
그렇다 보니 상점들은 만 엔권 받기를 거부한다. 더불어 돈의 가치는 떨어지고 물가는 오른다.
하이퍼인플레이션, 그리고 엔화 폭락!
모든 가격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오른다. 통화료, 음식재료, 생필품 가격, 항공권 등등!
일본 재정은 파산 상태에 이르며 도심의 기능은 마비로 이어진다.
순간 무섭다는 감정이 온몸을 휘감았다.
아무리 소설이지만 위조지폐가 전국에 뿌려진다면 이런 시나리오도 분명 가능하겠구나 싶은 것이다.
회사에서는 인원감축을 하고 직장에서 살아남았다 하더라도 고정된 월급으로는 며칠을 버틸지 알 수 없으니 남은 건 절망뿐이리라.

 

 
만능감정사 리코도 그 위조지폐를 직접 눈으로 확인했지만, 어느 쪽이 진짜고 가짜인지 알 수 없었다.
색채, 감촉, 조명에 비춰보기, 홀로그램, 요판잠상, 종이 기울기에 따른 변화, 새겨진 글자, 특수발광 잉크까지도 그대로 재현해낸 위조지폐!
그녀는 급박하게 돌아가는 분위기 속에서 자신이 뭔가 도움이 되길 바라며 스스로 단서를 찾기로 결정한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고 잘못하면 위험에 빠질 수도 있지만 어쨌든 행동해야만 한다고 느낀 것이다.
그녀는 이익 따윈 상관없이 오로지 도움이 되는 것만 생각했다.
이야기도 급물살을 타고 빠르게 흘러간다.
토도의 흔적을 쫓다가 알게 된 쟈하나 형제.
그리고 모습을 드러낸 토도.
사건의 전말은 점점 흥미진진해지며 위조지폐범이 누군지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게 되는데!
마지막까지 그녀의 냉철한 관찰, 사고, 판단은 정말 대단했음을 느꼈다.
더불어 따뜻함과 올곧은 심성을 갖춘 인물이라 매력적인 인물이 아닐 수 없다.
만능감정사 Q. 다음엔 어떤 물건으로 그녀의 감정능력을 엿볼 수 있을지 무척 기대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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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능감정사 Q의 사건수첩 1 - 스모 스티커 편 - 상, Novel Engine POP
마츠오카 케이스케 지음, 김완 옮김, 키요하라 히로 그림 / 데이즈엔터(주)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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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드레일, 전신주, 공중전화부스, 상점의 셔터, 빈 벽 등.
이야기는 스모스티커로 뒤덮인 거리의 모습으로부터 시작된다.
'주간 카도카와'의 오가사와라 기자는 스모스티커를 조사하기 위해 만능감정사 Q 사무소를 찾아간다.
그곳의 책임자는 아름답고 젊은 미인형 여성 린다 리코.
어리고 젊다는 이유만으로 사기꾼이 아닐까, 의심하면 큰 오산이다.
그녀는 그림뿐만 아니라 뭐든지 감정하는 만능감정사인 것이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그녀는 오가사와라의 옷, 신발, 손목시계를 살펴보더니 그가 입사 4년 차이며 회사명과 직종이 무엇인지 정확히 맞춰낸다.
놀라운 관찰력과 연상력, 엄청난 지식을 갖춘 그녀!
거기에 추리력까지 더해지니 정말 매력적인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입을 열면 이번엔 어떤 내용으로 주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할지…
어느 순간부터는 자연스레 그녀의 말에 귀를 쫑긋 기울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런데 더욱 놀랄만한 점이 있었다.
그녀의 능력은 처음부터 뛰어났던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후천적 노력으로 스스로 축적해 낸 결과물이라는 것.
사실 그녀는 성적도 나빴고 상식이라고는 거의 없었으며 공부도 못했던 십 대 소녀에 불과했다.
오죽하면 선생님이 그녀의 도쿄 상경을 반대할 정도였을까.
그러나 그녀는 그녀 특유의 긍정적 사고방식과 명랑함으로, 오키나와에서 도쿄로 당당히 한발을 내딛는다.
그리고 만만치 않은 도쿄의 삶 속에서 치프 굿즈의 세토우치 사장을 만나게 된다.
이것은 정말이지 전환점이라고 봐도 좋을 중요한 순간이 아닐까 싶다.
매입 면접을 하고 공부 방법에 대해 조언을 듣게 됨으로써 린다 리코는 본인이 가진 높은 감수성을 이용해 효율적으로 암기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 것이다.

 


뭐든 강한 감정을 품음으로써 기억에 감동을 주는 방법,
냄새를 상상하면서 모든 사항을 기억하는 방법,
세 개씩 가지치기하며 암기는 하는 방법,
장소에 대입해 기억하는 방법 등. 세토우치 사장은 그야말로 그녀에게 좋은 멘토나 다름없었다.
이야기는 그렇게 과거와 현재를 오간다.
즉 도쿄에 막 상경했을 당시와 스모 스티커를 조사하는 지금을 교차하며 점점 만능감정사로 거듭나는 그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것도 잠시, 분위기는 갑자기 빠르게 전환된다.
평화로운 일상은 송두리째 바뀌어 어느새 도시는 폐허가 되었고, 모든 기능은 마비 상태에 이른다.
경제 파탄, 주가폭락,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
한마디로 도심은 위기에 직면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린다 리코는 무엇을 할 생각인 걸까.
이야기는 많은 궁금증을 남겨놓으며 2권으로 이어진다.

 


그래도 앞으로 나아가야만 한다. 자신은 이제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왔다. 수많은 것을 배웠다. 가난에 허덕이는 사람들은
도움을 받아야만 한다. 설령 세상이 진흙탕으로 변했다 해도, 가느다란
나뭇가지 하나를 쥐고서라도 바닥에 내려가, 상대가 누구든 손을 내밀어주리라.
과거 어른들이 자신에게 그렇게 해주었던 것처럼. (p.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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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 나는 아프다 - 태어남의 불행에 대해
에밀 시오랑 지음, 전성자 옮김 / 챕터하우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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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은 태어난 것, 살아있는 것을 좋게만 얘기하고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그런데 이 책의 작가 에밀 시오랑은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좀 더 특별하게 다가왔다.
태어남을 재앙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작가가 밤낮으로 고뇌한 것 중 하나는 바로 '죽음'.
그의 문장은 다음과 같은 감정들이 복합적으로 모였다 흩어지기를 반복한다.
부질없음, 공허함, 우울, 회의감, 불안, 두려움, 태어났다는 사실에 대한 강박관념, 소용없음,
무의미, 생에 대한 혐오, 무기력 등.
어쩐지 불투명 수채화가 떠오른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이것은 글쓴이에게 에너지가 되어 자아를 탐구하게 하는 힘이 되기도 한다.
남이 느끼기에 밝은 에너지는 아닐지라도 그에게는 어느 정도는 위안이 되는 그런 에너지인 셈이다.

 


단 하나의 진정한 불행, 그것은 세상에 태어났다는 사실이다. 그 불행은
공격성, 모든 것의 근원에 자리 자고 있는 확산과 분노의 원리, 그 근원을
뒤흔들었던 최악의 것을 향한 충동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p.19)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고 음울한 것만이 자신을 위로해줄 수 있다고 말하는 작가.
태어났다는 사실이 단 하나의 진정한 불행이라면 그걸 잊으면 좋겠지만 그건 참 쉽지가 않다.
자신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그 사실만큼은 잊을 수 없게 만드는 증거가 되니 말이다.
그리고 의식하지 않으려 할수록 거기에 사로잡혀 버리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냥 현실의 흐름에 개인을 내맡기는 것뿐이다.

 


차라리 어떤 면에서는 이런 솔직함이 낫다고도 본다.
실제는 그렇지 않다고 느끼면서도 자신을 속이면서까지 인생은 무조건 좋다고만 우겨대는 사람보다는.
그런 사람들을 만날 때면 이런 생각을 한다.
‘힘들어. 힘들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아. 괜찮은 때도 있어.’ 이렇게 말하면 안 되는 건가?
그리고 스스로 제대로 생각해본 적 없이 남들 말에 따라 그런가? 하며 동조하는 사람보다는 차라리 작가가 낫다고도 여긴다.
적어도 글쓴이는 열심히 자신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라도 있지 않은가.
물론 세상에는 정말 감사하고 행복하고 만족해서 행복하다고 하는 사람 또한 있다는 것도 당연히 알고 있다.

 


작가는 태어남의 불행, 태어남의 저주에 대해 망설임 없이 표현한다.
개인적으로는 어느 한쪽만 옳은 건 없으며 동전의 양면처럼 삶은 모든 면이 존재하고 어떤 해석도 가능하다고 보기에 책을 읽는 내내 큰 불편함이나 거부감은 없었던 것 같다.
작가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구나, 이런 시각도 있을 수 있구나, 라며 관조적인 관점에서 책을 읽어나갔다고나 할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주어진 ‘사실’이 있을 때, 그것을 어떤 ‘진실’로 받아들일 것이냐는 각자의 몫이 아닐까 하는 것.
탄생을 경이로움, 신기함, 놀라움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동시에 그것을 불행으로 해석한다고 해도 굳이 눈을 찌푸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어떻게 바라볼 것이냐는 개인에게 달린 문제니까 말이다.

 


빛을 예로 들어 보자.
빛은 우리가 사물을 인식하고 무언가를 볼 때 도움이 되지만, 너무 강렬하고 밝으면 오히려 눈부셔 앞이 잘 안 보이기도 한다.
그림의 아름다움과 가치도 상대적이다.
세상에는 기괴하고 난해한 그림들이 찬사를 받으며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을 가진 경우도 많다.
날씨에 대한 해석도 마찬가지.
‘비가 내린다’는 단순 문장 하나만으로도 누군가는 우울하다고 느끼고 누군가는 비 내리는 게 좋아 기분 좋다고도 느낀다.

 


그러니 태어남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시각이 가능하리라.
그중 에밀 시오랑은 ‘불행’하다라고 기울었을 뿐이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면 그의 글이 꽤 흥미롭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허무와 불안 가득한 문장 이면에는 긍정적 쓸모도 곳곳에 숨어 있다. 
마치 밤하늘이 어두워야 별빛이 잘 보이는 것처럼.
하지만 생각 역시 습관이 될 수 있는 만큼 어디에 초점을 맞출 것인가, 어떤 생각을 할 것인가, 이 모든 것이 자신에게 달려 있음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하겠다.

 


모욕을 당할 때마다, 복수하고 싶은 기분을 멀리하기 위해,
무덤 속에 조용히 누워 있는 나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곤 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면 이내 마음이 누그러지곤 했다. 우리의
시체를 너무 경멸할지 말 일이다. 때로는 그것도 우리에게
소용이 될 수가 있으니까. (p.111)

 


태어남이 하나의 파멸이라는 사실을 모든 사람이 인정할 때, 삶은
마침내 견딜 만한 것이 되고, 마치 항복한 다음 날처럼 투항한 자의
홀가분함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p.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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