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늦은 시간.

잠은 안 오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시간은 새벽에 가까이 다가가 있다.

그러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그냥 누군가와 대화했으면.

그냥 별다른 얘깃거리가 없어도

목소리를 주고받았으면 좋겠다고.

서로가 별것 아닌 것에도

말하고자 하는 바를 잘 알아듣고 공감해주고

웃음 코드도 같으면 좋겠다고.

...그냥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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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북 더클래식 세계문학 컬렉션 (한글판) 101
조지프 러디어드 키플링 지음, 구자언 옮김 / 더클래식 / 201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어렸을 때의 정글북에 대한 느낌이 향수로 남아 어른이 된 지금, 더클래식에서 정글북이 나온다고 하니 기대됩니다! 거칠고 생동감이 느껴지는 야생 그대로의 정글을 잘 그려냈을 것 같아요. 그런 환경 속에서의 모글리의 내면, 성장도 기대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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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하는 날도 하지 않는 날도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마스다 미리가 삼십 대 후반부터 마흔을 맞이하는 시기에 쓴, 에세이를 묶은 산문집이다.
전체적으로 다양한 주제를 다루며 그녀의 일상에 대해 짧게 짧게 쓰인 일기 형식이라 그런지 읽기에 부담이 없었다. 무엇보다 글에 그대로 표현되는 그녀의 솔직함이 좋았다.
얼굴도 모르고 나라도 다른 그녀의 이야기건만 왠지 모르게 친근함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때때로 위트와 유머까지 등장하는데 그런 글을 읽는 때는 유쾌한 기분에 얼굴 근육이 자연스레 풀어지는 기분이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
늙는다는 것,
어른이 된다는 것.
마스다 미리는 마흔이 되었지만 내가 원하는 대로 나를 움직이지 못한다며 사춘기 시절과 마찬가지로 흔들리고 있음을 털어놓는다.


내가 없는 곳에서 다들 칭찬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렇지만 "네가 변하겠냐, 변할 줄 아냐"라고 생각하는 내가 사라지지 않는다. 이상적인 '자신'에 반항하고 싶어진다. ...(중략)...
그렇지만 너그럽게 변하는 것도 억울하다. 이런 격렬한 자신의 감정 역시 놓고 싶지 않다.
40세이지만, 어른이지만, 나는 여전히 사춘기인 채로다. 앞으로도 철없는 어른인 채 나이만 먹어갈지도 모르겠다. (p.133)


마스다 미리의 글을 읽으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쩐지 어른이 된다는 건 나이와 상관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흔들리는 마음은 늘 사람 곁을 맴돌며 사라지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러니 나이, 어른이라는 단어와 연관시켜 너무 자신을 몰아가지 말자는 생각.
그럴 때는 그냥 괜찮아, 잘하고 있어, 애쓰는 거 다 알아, 라고 스스로에게 다정한 말을 해줘도 좋을 것 같다.


솔직히 나는 마스다 미리의 소녀 감성과 도전하는 마음이 좋다.
남에게 강요하지 않고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야 무언가를 할 때 그깟 나이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자신의 인생인 것을!
오사카에 사는 친구와 리틀월드에 가서 각국 민속 의상을 실컷 입어보는 일, 여자들만의 신년회, 어른의 수학여행에 관한 일화는 정말이지 읽으면서도 너무 즐거웠다. 거기서 느껴지는 마스다 미리의 기분이 그대로 전해지며 함께 두근두근 설렜을 정도다.
반면 외출한 길에 들렀던 커피숍에서는 큰 소리로 떠드는 사람들의 대화가 궁금해 일부러 근처에 앉을 정도라니 아, 이런 엉뚱한 매력의 소유자라니.
그래서 나는 그녀에게 부탁하고 싶다.
이미 어른이지만, 그래도 가능한 어른이 되지 말아 달라고.
그녀의 소념 감성이 앞으로도 쭉 이어지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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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엔 숲으로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신선한 공기와 상쾌한 바람, 사락거리는 나뭇잎과 푹신한 흙길이 펼쳐진 숲.
숨을 크게 들이마시면 소란스러운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으며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조급함이 희미하게 옅어지는 기분이다.
이처럼 자연은 묘하게도 아주 잠깐 있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편안하게 만드는 신비한 힘을 가지고 있다.
『주말엔 숲으로』. 무채색의 단순한 그림체지만 페이지를 넘기다 보니 역시 마스다 미리라는 생각이 든다. 숲으로 들어갈수록 초록색이 점점 짙어지듯, 어느새 이야기의 매력에 푹 빠지며 ‘맞아, 맞아. 그렇지.’라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것이다. 왠지 모르게 하야카와의 목소리가 조곤조곤, 페이지 너머로 들려올 것만 같다.


이 책의 등장인물 하야카와는 자동차 주차 공간 때문에 시골로 이사하게 된 프리랜서 번역가다. 그리고 주말에 시간이 되면 그녀를 찾아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두 명의 친한 친구가 있었으니 바로 출판사에서 경리로 일하는 마유미와 여행사에서 근무하는 세스코다.
나무와 꽃, 계절에 따라 먹을 수 있는 열매와 산나물, 저마다 다른 새의 울음소리 등등. 이렇게 하야카와는 친구들에게 숲이 가진 얼굴들을 하나하나 보여주고 들려준다. 어쩐지 나 자신도 덩달아 그곳에 같이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즐거워진다.
한편 마유미와 세스코는 도시의 사회생활과 인간관계 때문에 힘들어한다. 그럴 때마다 숲에서 했던 하야카와의 대화를 떠올리며 고민을 유연하게 대처하는데 그 모습이 정말 인상 깊게 남았다.


“똑바로 나갈 것인지
작게 회전하며 빠져나갈 것인지
상황에 맞는 것을 선택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호수에서 카약을 타며 마유미에게 했던 말)


“우리들은 달의 뒷면을 모르는 거지.
그건 또 그대로 좋을지도.
달은 달이니까.”
(가을날, 달을 바라보며 세스코에게 했던 말)


마유미는 회사가 바다보다 좁고 작은 곳이니 직진용의 긴 배로 가려고 하지 말고 작게 회전하면서 빠져나가자며 자신의 마음을 다독인다. 그리고 세스코는 달의 뒷면처럼 자신을 지키기 위한 작은 비밀 하나쯤은 있어도 괜찮다고 생각하며 싫었던 상황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완화시킨다.


숲은 사람을 치유하는 힘이 있다. 그리고 자연의 섭리는 인간의 삶에 작은 지혜가 되어 어려움을 버틸 수 있고 이겨내는 힘을 주는 것 같다. 하야카와는 나뭇가지 끝에 연두색 싹이 돋는 걸 보며 “성장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보기 좋아”라고 말한다. 이 대목에서 나도 그녀와 같은 생각을 한 적이 있어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어느덧 갈색 나무에 여린 연두색 잎이 고개를 내밀었을 때, 그리고 점점 자라나고 단단해져 가는 것을 지켜볼 때면 새삼 참 신기하고 경이로운 기분에 휩싸이게 된다. 더불어 씩씩하게 자라는 그 모습에 응원하게 되고 반대로 위로와 위안을 얻기도 한다. 그래 나도 한번 힘내봐야지. 이렇게 말이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저마다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애쓰고 있다. 사람의 기운을 북돋아주는 숲. 말하다 보니 숲이 몹시 그리운 느낌이다. 나도 조만간 숲으로 걸음을 향해봐야겠다. 몸도 마음도 청량함으로 가득 채우리라 다짐하며 그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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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 - 위화, 열 개의 단어로 중국을 말하다
위화 지음, 김태성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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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대륙과 엄청난 인구수, 그리고 눈부신 경제 성장. ‘중국’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들이다.
또한 오랜 역사라든가 다양한 소수민족들, 그들의 독특한 문화도 자연스레 연상된다. 이처럼 중국은 국가라는 사회집단인 동시에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중국을 어떻게 들여다보고 이해하면 좋을까.

[인민, 영수, 독서, 글쓰기, 루쉰, 차이, 혁명, 풀뿌리, 산채, 홀유]
이 책을 쓴 작가, 위화는 열 개의 단어를 통해 중국의 다양한 모습을 풀어내고 있다.

 


인민이라든가 영수, 혁명, 풀뿌리 같은 단어로 인해 대충 짐작은 되겠지만 이 책은 마오쩌둥의 문화대혁명과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시기, 그리고 30여 년이 지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중국 사회의 모습을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보여준다.
처음에는 한국 독자들이 읽기에 어렵고 낯설지 않을까 싶었는데 읽다 보니 전혀 그렇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이것은 작가 자신의 이야기였고, 친구에 관한 이야기였으며 주변 일반 서민의 일상생활 즉, 민중의 삶을 잘 녹여냈다고 보면 된다.
그때 그 시절, 그러니까 문화대혁명 시기에는 그랬다. 항상 부족하고 물질적으로 결핍되었고 억압된 사회의 분위기상 반혁명으로 간주되지 않기 위해 조심해야 할 말도 많았지만 적어도 사람들의 삶은 소박하고 단순하고 대체로 평안했다.

 


그러나 오늘날의 중국은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졌을지 모르나 모든 것에 차이가 존재하게 되었고 그 차이는 점점 더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물론 중국의 빠른 변화와 발전은 정말 대단하고 놀라울 따름이다. 그러나 그 화려함 이면에는 그에 못지않은 문제점도 함께 커가고 있었다. 사회적 불균형과 빈부 격차, 사회와 개인의 갈등, 개인과 개인의 갈등은 혼란함과 복잡함으로 뒤엉켜 시간이 축적될수록 점점 더 큰 격차를 벌리는 듯 보인다. 특히 개인의 도덕의식 약화와 경쟁과 압박 속에서 다른 사람을 속이는 일, 밟고 올라서는 걸 당연시하는 논리는 큰 문제가 되고 있는데 이것은 비단 중국만의 모습은 아닐 터다.
    

 

개인적으로는 10개의 주제 중에서 <독서>와 <인민>에 관한 이야기가 인상 깊게 남았다.
<독서>는 작가의 기발한 발상 때문에 유쾌하고 즐겁게 읽을 수 있었던 일화다.
위화는 책이 없는 시대에 성장했다. 독서에 대한 흥미와 열정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만나는 아이마다 너희 집에는 책이 있냐며 묻고는 했다. 그러다 발견한 것이 『마오쩌둥 선집』인데 어른들은 선집을 읽는 작가를 보며 아직 어린아이임에도 마오쩌둥 사상을 공부한다며 칭찬을 했다. 그러나 그가 읽은 것은 사실 『마오쩌둥 선집』의 주석이었다. 주석에는 역사적 사건과 역사적 인물에 관한 이야기가 실려 있었던 것이다. 마을 도서관에서 빌려 보던 소설보다 이 주석이 더 재밌었다고 하니 이렇게도 독서를 할 수 있구나 싶어 위화의 기발한 발상에 얼마나 감탄했는지 모른다.
한편 중학생이 되어서는 당시 독초라 불리는 소설(읽지 못하게 금지된 문학작품들)을 읽기 시작했는데 책이 여러 사람을 거치다 보니 온전치 않아 시작과 끝을 알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작가는 스스로 이야기의 결말을 상상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훈련은 그의 창작 열정에 불을 붙여주었고, 훗날 그가 작가가 될 수 있게 도와주었다고 한다. 어떻게든 자신만의 방법으로 노력하고 소화해내는 위화의 모습에 어쩐지 자극받는 기분이다.

 


<인민>에서는 1989년의 톈안문 사건이 등장한다. 위화는 스물아홉 살 되던 해 어느 날 밤, 학생과 시민들이 손에 아무 무기도 들고 있지 않은 채, 가슴 가득 격정을 품은 채 밤하늘 아래서 소리 높여 국가를 부르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여기서 작가는 ‘그들의 목소리는 빛보다 더 멀리 전달되고 그들 몸의 에너지가 그들의 목소리보다 더 멀리 전달되는 것(39p)을 느끼며 '인민'이라는 단어를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나 역시도 고개를 끄덕여 본다. 작가처럼 그 단어를 진정 이해했다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단합하여 한 가지만을 바라고 염원하는 그 마음을 알겠다는 이 말이다. 총 앞에 사람은 쓰러질지언정 그들의 신념만은 쓰러뜨릴 수 없다는 굳은 결의, 단단함, 강건함 같은 게 느껴졌다. 더불어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는 이 책의 의미를 알게 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위화는 그들의 목소리를 통해서, 그리고 나는 위화의 문장을 통해서 사람이 뿜어내는 에너지가 얼마나 대단한지 다시 한 번 깨닫는 바다.

 


만일 문학에 정말로 신비한 힘이 존재한다면 나는 아마도 이런 것이 그 힘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독자로 하여금 다른 시대, 다른 나라, 다른 민족, 다른 언어, 다른 문화에 속한 작가의 작품 속에서 자신의 느낌을 읽을 수 있게 하는 힘 말이다.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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