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하는 날도 하지 않는 날도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마스다 미리가 삼십 대 후반부터 마흔을 맞이하는 시기에 쓴, 에세이를 묶은 산문집이다.
전체적으로 다양한 주제를 다루며 그녀의 일상에 대해 짧게 짧게 쓰인 일기 형식이라 그런지 읽기에 부담이 없었다. 무엇보다 글에 그대로 표현되는 그녀의 솔직함이 좋았다.
얼굴도 모르고 나라도 다른 그녀의 이야기건만 왠지 모르게 친근함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때때로 위트와 유머까지 등장하는데 그런 글을 읽는 때는 유쾌한 기분에 얼굴 근육이 자연스레 풀어지는 기분이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
늙는다는 것,
어른이 된다는 것.
마스다 미리는 마흔이 되었지만 내가 원하는 대로 나를 움직이지 못한다며 사춘기 시절과 마찬가지로 흔들리고 있음을 털어놓는다.


내가 없는 곳에서 다들 칭찬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렇지만 "네가 변하겠냐, 변할 줄 아냐"라고 생각하는 내가 사라지지 않는다. 이상적인 '자신'에 반항하고 싶어진다. ...(중략)...
그렇지만 너그럽게 변하는 것도 억울하다. 이런 격렬한 자신의 감정 역시 놓고 싶지 않다.
40세이지만, 어른이지만, 나는 여전히 사춘기인 채로다. 앞으로도 철없는 어른인 채 나이만 먹어갈지도 모르겠다. (p.133)


마스다 미리의 글을 읽으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쩐지 어른이 된다는 건 나이와 상관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흔들리는 마음은 늘 사람 곁을 맴돌며 사라지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러니 나이, 어른이라는 단어와 연관시켜 너무 자신을 몰아가지 말자는 생각.
그럴 때는 그냥 괜찮아, 잘하고 있어, 애쓰는 거 다 알아, 라고 스스로에게 다정한 말을 해줘도 좋을 것 같다.


솔직히 나는 마스다 미리의 소녀 감성과 도전하는 마음이 좋다.
남에게 강요하지 않고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야 무언가를 할 때 그깟 나이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자신의 인생인 것을!
오사카에 사는 친구와 리틀월드에 가서 각국 민속 의상을 실컷 입어보는 일, 여자들만의 신년회, 어른의 수학여행에 관한 일화는 정말이지 읽으면서도 너무 즐거웠다. 거기서 느껴지는 마스다 미리의 기분이 그대로 전해지며 함께 두근두근 설렜을 정도다.
반면 외출한 길에 들렀던 커피숍에서는 큰 소리로 떠드는 사람들의 대화가 궁금해 일부러 근처에 앉을 정도라니 아, 이런 엉뚱한 매력의 소유자라니.
그래서 나는 그녀에게 부탁하고 싶다.
이미 어른이지만, 그래도 가능한 어른이 되지 말아 달라고.
그녀의 소념 감성이 앞으로도 쭉 이어지기를 응원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