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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의 노랫소리 - 제6회 일본추리서스펜스대상 수상작
텐도 아라타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고독'은 이 시대의 대표적인 불치병으로 자리잡았다. 백년 후 쯤 씌여질 역사책에는 21세기 초의 불치병으로 '에이즈, 감기, 고독'을 꼽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누구나 질색하는 고독이지만 그것이 묘한 중독성을 발휘할 때이다. '고독하지만 나만의 세계는 포기하지 않겠어' '고독하지만 자유로운 게 좋아' 라는 기분. 묘한 자부심? 어쨌든.
인간이란 한꺼풀 속에 무한한 색의 스팩트럼을 숨긴 흰 종이와 같아서 밖의 자극에 따라 다양한 색깔을 산란하는 존재인 거 같다. 그래서 고독한 세 명의 등장인물들은 내면의 스팩트럼에 따라 한 명은 범죄자가 됐고 두 명은 그 범죄자를 쫓는 사람이 됐다.
다카시. 일본어는 젬병이지만 왠지 이 이름은 순박한 사람한테 어울릴 거 같다. 평범하지만 상냥하고, 신입사원이나 고등학생한테 어울릴 만한 이름. 하지만 여기서는 연쇄 살인마의 이름이기도 하다. 그 또한 요즘 뉴스에 나오는 것처럼 낮에는 모범적인 회사원이었다. 비록 얌전히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치고 있는 입 속에는 납치한 여자의 이빨을 굴리고 있었지만.
이 다카시를 쫓는 두 사람 중 한 명은 여형사이고, 한 명은 편의점에서 알바로 생계를 이어가는 소년이다. 형사는 어린 시절에 죽은 친구에게 깊은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 그녀의 아주 조그마한 비겁함이 친구가 납치되어 살해당하는 것을 막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죄책감은 그녀를 혼자 도쿄에 올라와 형사가 되게 했으며 마음껏 젊음을 즐길수도 없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또 한 명인 소년은 음악을 하고자 하는 소년의 고집과 그 고집을 꺽으려 했던 부모와의 갈등 때문에 집을 나왔다. 소년의 반항심은 용납되지 않았고 그 역시 혼자가 되었다.
평범하고 안락하게 살아도 고독이란 어쩔 수 없이 스며드는 습기와 같은 것인데, 이들은 모두 가족과 세상으로부터 내쳐졌다. 하지만 그들은 자기가 지니고 있는 단 하나의 소중한 것은 포기할 수 없었고, 그것이 상관없었던 하나의 사건에 얽히게 했을 것이다. 형사의 경우에는 옆집에 살던 젊은 여자의 실종이, 소년의 경우에는 편의점 동료가 당한 린치가 원인이지만 진짜 이유는 아마도 고독한 사람에 대한 상호간의 의무감 아니었을까? 고독하지만 자신의 세계를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다른 사람이 당하는 외로운 고통이나 죽음에 더 분노하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실종된 지 몇달이나 지난 후에 피해자가 시체로 발견되는 연쇄 살인사건에 관여하게 되고 '다카시'를 ?는 것이다.
다카시. 그는 어린시절에는 피해자였다가 성인이 되었을 때는 가해자로 돌변한 남자이다. 많은 범죄자가 그렇듯이. 그의 끔찍한 환경을 동정하고 그의 범행에 분노할 수는 있겠지만 다카시와는 어떠한 교집합도 느낄 수 없다. 다카시는 자기의 세계를 포기한 사람이기 때문에, 나의 의욕과는 상관없이 그와는 공감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는 너무나 깊이 들어가 버렸다. 그 자신은 어쩔 수 없었겠지만.
한밤중의 편의점에 쳐들어 온 복면 강도의 린치와 젊은 여자의 실종으로 시작되는 이 소설, 이 사건은 끝까지 숨가쁘게 달려간다. 하지만 사건의 키워드는 단 하나, '고독'이다. 그리고 결말은 생각보다 암울하지 않다. 지하 터널에 비치는 한 순간의 맑은 바깥바람을 쐰 기분이랄까? 마지막에 뒤로 내민 손에서 '인간의 조건'을 받아들인 사람의 당당함과 여유가 느껴져서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