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마리아 유디나의 유산 11집 - 모차르트 : 피아노 협주곡 20 & 23번 외
Vista Vera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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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유디나의 모차르트는 정말 충격적이다. 특히 20번을 듣고는 과장 조금 보태서 경악을 하고 말았다.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을 이렇게도 칠 수 있다니! 

마리아 유디나는 음악의 빠르기나 강약을 매우 자유자재로 조절한다. 아마 악보의 지시는 별로 따르지 않는 것 같다. 그런데 그게 거슬리기는커녕 원곡에 충실할 때와는 다른 감명을 준다. 그리고 예측할 수 없다 보니 감상자의 긴장감은 배가 된다. 고전 음악을 들으면서 기분 좋은 긴장감으로 팽팽하게 조여질 때가 얼마나 있을까. 슈베르트나 모차르트와 같이 부드럽고 아름답다고 여기지는 곡도 마리아 유디나에게 걸리면 다이나믹하고 예측할 수 없는 음악으로 변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마냥 강렬하게만 연주하는 피아니스트는 아니다. 사실 마리아 유디나의 가장 큰 장기는 아다지오 연주에 있다. 워낙 조용하고 감미로워서 왠만한 피아니스트가 치면 흘려듣기 쉬운 아다지오 부분을 마리아 유디나는 가슴이 저릴 정도로 연주한다. 아다지오의 아름다움을 살리면서도 특유의 긴장감을 놓지 않기 때문이다.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5번의 아다지오와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3번의 아다지오는 정말이지 소름끼치는 연주이다. 

구소련에서 살았기 때문에 마리아 유디나의 녹음이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은 것은 정말 애석하다. 서방의 유명 피아니스트들의 음반이 적어도 수십장에 이르는 것에 비하면 정말 부당하다고나 할까. 유명한 클래식 해설서를 봐도 그녀의 이름은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나에게는 최고의 피아니스트, 넘버원 중의 넘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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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리스트 : 피아노 협주곡 1,2번 외
리스트 (Franz Liszt) (1811-1886) 작곡,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테르 (Sv / PHILIPS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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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트의 피아노 협주곡은 다른 피아노 협주곡에 비해 짧다. 게다가 리스트의 음악이 그렇듯 많은 기교가 담겨 있다 보니 언뜻 정신 없게 들리기가 쉬워서 피아니스트의 역량이 많이 요구되는 곡이다. 음악에 아마추어인 귀족 자제들을 위해서도 작곡했던 모차르트와 달리 리스트 시대에는 프로 연주가를 위한 곡을 만들었다. 프로만이 칠 수 있는 곡이라기보다는 프로가 아니면 맛이 살지 않는 곡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마추어가 연주하는 리스트는 듣기 괴로울 것이다. 못쳐도 나름 귀여운 모차르트와는 성격이 다른 것이다.  

그런 리스트의 곡을 프로 중의 프로인 리히터가 쳤다. 리스트의 피아노 협주곡은 기교가 강조되다보니 음악의 아름다움이 묻히는 경우가 있는데 리히터의 연주는 리스트의 아름다움을 오롯이 살려내고 있다. 콩쿨용으로 키워진 요즘 피아니스트들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든 미덕이다. (20세기 초중반의 피아니스트들이 정말 그립다) 

이 음반의 가장 큰 장점은, 리히터의 영롱한 피아노가 화려한 리스트의 음악에 더할 나위 없는 테크닉으로 발맞추면서도 일면 단정함이랄까 명확함을 잃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돈된 화려함. 다른 말로 하면 귀족적이라고도 할 수 있을 듯한데, 리히터의 리스트 피아노 협주곡은 진정 '귀족'이다.  

Sir Piano concer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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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마리아 유디나의 유산 7집 - 베토벤 : 피아노 협주곡 4 & 5번'황제'
Vista Vera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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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유디나는 20세기 초에 러시아에서 태어나 공산주의 소련에서 젊은 시절부터 평생을 산 피아니스트이다. 호로비츠를 비롯한 많은 예술가들이 망명을 해 자신의 예술을 세계에 알린 것에 비해 폐쇄적인 사회의 예술가로 평생을 살았다. 하지만 그녀의 음악은 서방의 어느 예술가에도 절대 뒤지지 않는다. 스탈린이 사랑한 피아니스트라는 닉네임도 그녀에게는 별 관심이 없었던 듯 스탈린의 총애를 '신을 믿고 회개하라'는 답장으로 화답한 강철의 여인이기도 하다. 공산주의 하에서 끝까지 신앙을 지켰고 가난과 탄압에도 불구하고 동료들을 돕는데 주저하지 않았다고 한다. 마리아 유디나는 망명을 한 예술가들 못지 않게 굳건히 자기 세계를 지켰던 사람이고, 공산주의 하에서는 진정한 예술가가 있을 수 없다는 편견을 명쾌하게 깨버리는 예술가이기도 하다. 

마리아 유디나의 피아노 연주는 선명하고 힘차다. 여성 피아니스트에게 선명한 음색을 가졌다고 하면 힘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것 같지만 선명한 음색을 내는데 힘이 없으면 불가능할 것이다. 음 하나가 또렷또렷하게 들리기로 유명한 굴다의 연주도 마리아 유디나에 비하면 탁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굴다에게는 실례지만. 개인적으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5번만 비교하자면 굴다보다 마리아 유디나의 연주가 훨씬 좋다. 5번 '황제' 2악장의 아다지오 부분의 연주는 너무 아름다워서 가슴이 저릿저릿할 정도이다. 임팩트가 강한 베토벤 음악중에서 너무나 조용한 부분이라 연주자에 따라서는 밋밋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마리아 유디나의 연주로 인해 가장 아름다운 선율이 됐다. 베토벤 음악의 백미는 꽈꽝꽝꽝 하는 터프한 부분보다 서정적인 부분의 아름다움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써 유디나의 연주는 그 자체로 최고의 선물이다.  

오케스트라와의 호흡도 더 바랄 수 없을 정도이다. 협주란 이런 것이로구나 하는 환상의 호흡을 들려준다. 1948년 실황 녹음이라 요즘 음질에 비할 수는 없지만 나름대로 고졸한 느낌이 드는 것을 즐길 수도 있겠다. 좀 더 선명한 녹음 버젼으로 들으면 감동도 배가 되겠지 하고 굴다의 연주를 샀는데 한번 듣고는 다시 마리아 유디나의 베토벤으로 돌아왔다. 역시 녹음기술보다는 연주자의 기량, 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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