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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읽는 신약성서
한국신학연구소성서교재위원회 / 한국신학연구소 / 1999년 8월
평점 :
구약성서가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구전의 분위기를 강하게 풍긴다면 신약성서는 식자에 의해 잘 다듬어진 역사같다. 고대의 무자비함으로 흘려진 사람들의 피와 각종 제물, 신과 미신을 향한 절대적인 숭배가 혼재된 구약이 원초적인 인간조건과 심리를 대변한다면 신약은 인문학적 문화위에 있던 사람들의 바램과 구원의 메세지에 대한 묘사다. 바빌론, 아시리아, 페르시아같은 고대제국의 흥망성쇠에 같이 요동쳤던 구약의 히브리인들과는 달리 지중해 일대를 10세기 이상 안정적이고 강력하게 지배했던 로마 판도하에서는 히브리인들의 상황자체도 달라졌다. 상황도 닥친 문제도 광범위한 제국안에서 일어났고 전 제국으로 유포됐던 헬레니즘 문화 또한 예전의 평등공동체를 지향한다고 해서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 때 나타난 사람이 메시아, 예수 그리스도다. 신약성서의 제일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복음서는 예수의 제자, 혹은 그 계보에 있는 사람들의 기록이다. 그 외 바울서신이나 다른 제자들의 이름으로 남겨진 문헌 또한 예수라는 구심점으로 이루어져 있다. 불과 3년의 활동 끝에 33세의 젊은 나이로 십자가 처형을 당하고 죽었지만 그의 영향력은 무한했다. 그는 누구보다도 기층민들의 삶을 이해했고 당시 사회에서 버림받았던 모든 사람에게 평등의 가치를 부여했다. 모든 경직되고 권위적인 전통에 도전했지만 생명의 영속성과 신에 의한 구원의 가능성을 믿고 있었다. 신전의 상인들을 채찍질로 몰아낼 때의 확고한 논리와 들에 핀 꽃을 강조할 때의 감성은 예수가 억압받는 괴로움만으로 폭발하듯 봉기했던 많은 민중운동과는 그 궤도를 달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예수의 활동과 제자들, 사도 바울로 이어진 광범위한 운동은 그들의 선조들로부터 내려온 헤브라이즘과 당시 일대를 풍미했던 헬레니즘을 만나게 했고 구약의 저항정신과 현실주의, 평등을 추구하는 가치와 헬레니즘의 인문주의로 신약을 탄생시킨다. 그런 의미에서 신약은 지금도 진행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억압받는 인간을 위한 메시아의 출현, 새로운 세계와의 만남, 그로 인한 혼란과 사상, 문화의 융합, 부와 권력을 독점하고 힘없는 자를 억누르는 기득권을 향한 반항이야말로 '보편적'인 것일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