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 친구 신청을 받아 수용한 뒤 인사를 기다린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내가, 신청한 분께 고마움을 표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페북은 유유상종의 공간이 아니라 이문회우 이우보인(以文會友 以友輔仁)의 공간이라는 생각도 든다. 글로써 친구를 만나고 어짊으로써 친구를 돕는다는 의미이다.


군주남면(君主南面)이란 말이 있다. 조선시대에 주로 쓰인 말로 임금은 남쪽을 향한다는 의미를 가졌다. 처음 좌청룡 우백호 등을 배울 때 방향이 헷갈렸었다. 왼쪽에 청룡이, 오른쪽에 백호가 배치되는데 이는 우리 기준이 아닌 임금의 기준에 따른 것이다.


그러니 청룡은 우리 기준으로는 오른쪽에, 백호는 왼쪽에 있게 되는 것이다. 종묘는 왼쪽에, 사직단은 오른쪽에 두는 좌묘우사(左廟右社)도 궁궐이 중심이기에 우리 입장에서 종묘는 동쪽(오른쪽), 사직단은 서쪽(왼쪽)에 있게 되는 것이다. 좌청룡 우백호 이야기도, 좌묘우사 이야기도 모두 타자에게 기준을 둘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게 된 말이다.


지금 페북은 그 어느 때보다 아고라 같다는 생각이 든다. 미케네 문명이 무너지면서 동란(動亂)의 시대를 맞은 그리스는 기원전 8세기 경 중심부에 아크로폴리스라는 성채와 아고라라는 광장이 자리한 폴리스(도시국가)에 정주(定住)하며 “공공의 광장인 아고라에 모여 민회(民會)를 열고서 폴리스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한 시민들의 나라를 만들었다.


촛불 집회가 실제 공간의 모임이라면, 페북은 가상 공간의 모임이다. 가상(假想)이란 현실성을 갖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자연적인 시공간을 벗어났다는 의미에서 비물질적이라는 의미이다.(이현재 지음 ‘여성 혐오, 그 후 - 우리가 만난 비체들’ 62 페이지) 이 가상의 공간을 아름다운 곳으로 만드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이리라...모든 것은 정치적이라는 명제를 실감하는 날들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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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출간된 강규(1964년생)의 장편 ‘마당에 봄꽃이 서른 번째 피어날 때‘는 많은 차원의 생각을 하도록 만들어 주는 작품이다. 제목마저 서정적인 이 작품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저자 강규는 은순과 철수라는 두 의대생이 보낸 스물 두살에서 서른 두살까지의 시간을 정교하게 그려낸다.

 

진혼곡과 미사곡들을 매개로 펼쳐보이는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 밀란 쿤데라의 ‘불멸‘에서 건져낸 ˝자아의 토대는 사유가 아니라 고통이며 그것은 모든 감정들 중 가장 기초적인 것이며 고통이야말로 자기중심주의의 위대한 학교이다˝ 같은 지적인 성찰,

 

군의관 대신 공중보건의가 되어 한촌(閑村)에서 일을 한 후 복귀하기 위해 책들과 음반들을 싸며 자신이 요양이라도 온 것 같다고 생각하는 철수,

 

교내 어디쯤에서 매일 사회주의, 자본주의, 노동가, 지주 하면서 논쟁이 벌어지고 그것을 위해 그 의식의 개혁과 각성을 위해 젊은이들이 화염병을 던지고 기성체제에 대들어도 자신에게 자본주의란 돈을 가져오면 자유를 주는 명백한 어떤 것이라 생각하는 은순...

 

처음 이 책을 읽은 20여년 전 나는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 속에는 늘 불가능한 꿈을 간직하자.˝는 게바라의 말을 떠올렸을지도 모른다. 본문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너 정외과 여자애들 나와서 말하는 거 봤니? 원수에다가 괴뢰도당에다가 와, 겁난다. 꼭 광신도들 같지 않냐? 무조건 동참하래, 아니, 정당성을 갖고 동참하라나?˝(63 페이지)

우석훈은 ‘너와 나의 사회과학‘에서 사회과학의 언어가 엘리트 남성들의 전투 용어에서 여성을 포함한 생활인들의 일상용어로 바뀌는 게 바람직하다는 말을 했다. 생각해 볼 여지가 충분하다.

 

이제 세번째 독서에서 나는 소통의 문제와 본문에 나온 프로이트의 정신성 발달 이론(oral dependency, anal phase, genital stage, incubation period...)을 운운하는 의대생들의 어법을 주의깊게 볼 생각이다. 빛을 잃어 에릭 에릭슨의 정신사회적 발달이론으로 대체될지도 모를 정신성 발달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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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과학을 그 자체가 아닌 정치 논리로 보는 데 익숙하다는 것이 내 지론(持論) 가운데 하나이다. 최근작인 이종호 박사의 ‘한국의 과학 천재들’에 소개된 이휘소(李輝昭) 박사에 대한 시선이 대표적 경우가 아닐까 싶다. 42세에 교통사고로 숨을 거둔 그를 많은 사람들이 원자폭탄 개발을 둘러싸고 빚어진 미국과의 갈등 차원으로 보는 듯 하다. 나는 물론 소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의 주인공으로도 그려졌던 이휘소 박사가 원자폭탄 개발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는 데에 동의하며, 그가 숭고한 뜻을 가졌다는 말에 공감한다.

 

이휘소 박사는 “핵무기는 언젠가 반드시 없어져야 하며 특히 독재가 행해지고 있는 개발도상국에서의 핵무기 개발은 결코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했다. 정치적 이슈만을 다룰 수 없기에 어렵고 생소하지만 하지 않을 수 없는 말은 그가 전약(電弱: 전자기력과 약한 핵력 통합)이론의 발전판인 게이지 이론의 실험치와 이론치가 일치하지 않는 것을 해결했다는 말이다.(재규격화)

 

여기서 그치고 한 마디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문학인들이 쓴 이휘소 박사의 전기 또는 소설에 비해 과학자들이 쓴 본격 해설서는 드물다는 사실이다. 강주상 박사의 ‘이휘소 평전’은 드물게 만날 수 있는 본격 이휘소 평전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스토니브룩 물리학과에서 이휘소 박사에게 박사 논문을 지도받은 것을 계기로 사제의 연을 맺은 분이다. 이 분은 공석하 시인/ 교수의 '핵물리학자 이휘소'란 책에 대해 강력 항의한 분이기도 하다.

 

'핵물리학자 이휘소'는 박정희가 수차례 이휘소 박사에게 친서를 보내 핵무기 개발을 도와달라고 부탁하자 이휘소 박사가 이를 받아들여 77년 5월 일본에 들렀을 때 자신의 다리뼈 속에 마이크로 필름을 숨겨와 한국정부측에 전달했다는 주장이 담긴 책이다. 이 책에서 이휘소 박사의 죽음은 사고사가 아니라 미국측이 사고를 위장해 주도면밀하게 살해한 것으로 소개되었다.(1991년 6월호 과학 동아 ‘비운의 물리학자 이휘소의 삶과 죽음’ 참고) 문학적 상상력도 지나쳐서는 안 될 것이란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에 입각한 상상력을 지닐 수는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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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과학 천재들 -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과학자들의 이야기 한국의 천재들 시리즈
이종호 지음 / 북스타(Bookstar)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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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의 '한국의 과학 천재들'은 20세기를 살았던 우리나라의 뛰어난 과학자 여덟 명을 본격 분석한 책이다. 저자는 '세계최고의 우리 문화유산', '한국 7대 불가사의' 등을 쓴 이종호 박사이다. 다룬 과학자들은 우리나라 최초의 이학박사 이원철, 한국인으로 노벨상에 가장 근접했던 육종학자 우장춘 등이다. 저자가 의미하는 과학이란 새로운 것을 찾아내거나 발견한 것을 토대로 이론을 만들거나 입증해 그간 알지 못했던 영역을 알려주는 것이다.


특정 과학자의 면면에 관계없이 알려진 사실은 흥미롭다. 가령 완벽하다는 의미에서 우주를 코스모스라 불렀었다는 사실을 생각할 수 있다. 주기적으로 밝기가 변하는 별인 변광성은 하늘의 세계도 완전하지 않음을 알게 한다. 또한 음력이 오히려 과학적이라는 사실도 진기하다. 이는 박성래 박사의 주장이다. 양력은 아무 의미가 없는 1월 1일을 새해의 시작으로 본다. 양력, 음력 공히 장단점이 있다. 현재 쓰는 달력에 음력이 삽입되어 있는 것을 보라.


씨없는 수박으로 유명한 우장춘 박사의 주된 이론은 종(種)의 합성이다. 우장춘이 거론한 유전자 연구가 노벨상 수상에 가깝다는 말이 회자된 것은 그의 이론을 기초로 바바라 맥클린톡(Barbara McClintock; 1902 - 1992)이 도약이론으로 1983년 우여곡절 끝에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기 때문이다.(46 폐이지) 창조론자들이 진화론을 집요하게 추궁하는 것은 진화론에 두 가지 설명하기 어려운 결정적인 문제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나는 생명이 원초적으로 탄생하는 과정을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획득된 형질이 자손에게 전달되는 결정적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획득된 형질이 변경되는데 100만년이 걸린다면 일반 동물의 생명을 20년으로 볼 때 50,000세대를 지나야 한다. 50,000세대를 지나 어떤 변화가 일어났다고 했을 때 그것을 100만년 전에 일어났던 환경의 변화로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47 페이지) 라마르크는 진화의 요인을 획득형질의 유전으로 보았고 다윈은 생존경쟁으로 꼽았다.


큰 틀에서 라마르크의 이론은 다윈의 진화론에 흡수된다. 다윈이든 라마르크든 형질 변경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동일하지만 라마르크는 단시간에 형질변경이 가능하다는 것이기에 많은 학자들이 선호했다.(48, 49 페이지) 바바라 맥클린톡은 단시간에 형질변경이 가능하다는 것을 주제로 삼았다.(54 페이지) 종교적 근본주의에 뿌리를 둔 창조론자들이 진화론자에 대항할 수 있었던 것은 획득 형질은 쉽게 유전되지 않는다는 이론에 기초를 둔 것인데 창조론자들이 적시적소에 사용하던 절대적인 이론이 맥클린톡의 이론에 의해 근본부터 부정되자 다윈이 태어난 이래 계속적으로 논쟁을 벌여온 진화론과 창조론의 논쟁은 드디어 종지부를 찍는다.(62, 63 페이지)


화학자 이태규 박사는 한국인 최초로 노벨상 후보에 오른 사람이다.(1969년) 세상 사람들 모두 눈에 보이는 현상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다면 과학이라는 학문은 결코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다.(79 페이지) 이태규 박사의 평생 신념은 끊임없는 노력과 예리한 관찰이다. 네번째 과학자로 소개된 리승기는 세계에서 두번째로 합성섬유인 비날론을 발명한 사람이다. 리승기는 1905년 전남 담양에서 개화 사상가 이송의 아들로 태어났다. 리승기는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곧바로 월북했다. 박성래 교수는 리승기의 월북을 사상 때문이 아닌 연구 여건 때문으로 설명한다.(115 페이지)


다섯번째로 소개된 이임학은 세계적인 수학자이다. 수학은 수학이라고 표현되지만 일반적으로 수학은 방정식으로 표현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135 페이지) 4차까지의 방정식은 대수적으로 풀 수 있지만 5차 이상의 방정식은 불가능하다. 이를 처음으로 증명한 사람이 갈루아이다. 갈루아는 군론(群論)을 도입했다. 군론이 각광받는 것은 갈루아의 이론 자체가 현대 수학의 기초가 되었으며 양자역학 등 물리학에도 응용되기 때문이다.(136 페이지) 이임학 박사는 새로운 수학인 단순군(simple group)을 발견했다. 이 업적으로 이임학은 한국 최고의 수학자로 꼽힌다. 어떤 조건을 만족시키는 결합법과 원소들의 집합을 군(群)이라 한다.


여섯번째 과학자는 조 - 울렌백 이론을 발견한 세계적인 물리학자 조순탁(1925 - 1996)이다. 조순탁은 한국 1호 이론물리학자이다. (조지) 울렌벡은 조순탁의 지도 교수이다. 일곱 번째로 소개된 이호왕 교수는 세계 최초로 유행성출혈열(한탄 바이러스, 서울 바이러스)을 발견한 미생물학자이다.(유행성출혈열 예방백신과 진단법을 개발했다.) 소개된 여덟 과학자들 중 유일하게 생존해 있는 분이다. 1928년생이다. 서울 바이러스는 한탄 바이러스를 발견했지만 의문이 있었던 데 착안해 발견한 바이러스이다. 유행성 출혈열이 농촌 뿐 아니라 도시에서도 발병하기 때문이다. 이호왕 박사로 인해 들쥐 뿐 아니라 집쥐도 발병의 매개체로 밝혀졌다. 이호왕 박사는 여러 번 노벨상 후보로 추천되었다. 아직 생존해 있기에 수상 가능성이 있다.


마지막 순서인 여덟 번째에 ‘죽음이 가로막는 노벨상’이란 제목으로 소개된 과학자는 물리학자 이휘소(李輝昭; 1935 - 1977: 미국 이름 벤자민 리) 박사이다. 40대 초반에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그의 연구에 관련된 많은 사람이 노벨상을 수상했다. 자연계의 네 가지 힘은 전자기력, 강한 핵력, 약한 핵력, 중력이다. 이를 통합해 통일장 이론을 만들기 위해 학자들이 매진하고 있다. 전자기력과 약한 핵력을 하나로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이 전약이론이고 이 이론을 발전시킨 것이 게이지 이론이다.


이 이론에는 결정적 문제가 있다. 계산의 기본 틀은 맞는데도 계산 결과가 실험값과 다른 것이다. 과학에서 실험치와 이론치가 일치하지 않으면 아무리 정교하고 아름다운 형태를 가지고 있어도 이론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이휘소가 도전하여 성공한 것이 이론과 실험값이 같아지는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이를 재규격화라 하는데 이는 오늘날 가장 중요한 소립자 이론이다.(206 페이지) 이휘소는 “핵무기는 언젠가 반드시 없어져야 하며 특히 독재가 행해지고 있는 개발도상국에서의 핵무기 개발은 결코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휘소는 생전에 원자폭탄을 개발하는 데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특히 인간이 개발한 무기가 인간을 죽이는 데 사용되는 것을 반대했다.(220 페이지) 나는 이휘소 박사가 원자폭탄 개발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는 데에 동의하며 그가 숭고한 뜻을 가졌다는 말에 공감한다. 이종호 박사의 책을 계기로 다시 과학에, 그리고 한국 과학자들의 노벨상 수상 가능성에, 특히 이휘소 박사의 삶과 학문 세계에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국의 과학 천재들’을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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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쓸 시간이 부족해 (글을) 길게 썼다는 파스칼의 말. 이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가르치는 지침이다. 반면 필요 없는 말이나 글을 지워버리는 것을 뜻하는 산삭(刪削)이란 말은 따라야 할 지침이다.

 

이런 내 문제의식에 이정우 교수는 “주희(朱熹)의 세계는 음표 하나만 빠져도 전체가 무너질 듯한 조화로운 교향악의 세계“(‘인간의 얼굴’ 124 페이지)라는 말을 더했다.

 

최근 읽은 ‘궁극의 인문학’에서 글이란 보태는 것이 아니라 줄이는 것이라는 한문학자 정민 교수의 가르침을 접했다. 정민 교수는 한 글자만 빼도 와르르 무너지는 글을 써야 한다는 옛글 이론을 전했다.

 

 형용사와 부사를 적게 쓰라는 것이고 군더더기를 빼야 한다는 것이다.(”처음에는 긴 문장을 쓰다가 『칼의 노래』를 쓸 때는 짧은 문장으로 썼“다는, ”주어와 동사만으로 문장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김훈 작가가 생각난다.)

 

최근 내가 알게 된 사실 중 의미 있는 것은 ‘어린 왕자’의 작가 생텍쥐페리가 완벽한 순간이란 더 이상 추가할 것이 없을 때가 아니라 더 이상 버릴 것이 없을 때라는 말을 했다는 사실을 안 것이다.

 

문제는 더 이상 버릴 것이 없는 글을 어떻게 쉽게 쓸 것인가, 이다. 마종기 시인의 ‘물빛’이란 시가 생각난다. “내가 죽어서 물이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가끔 쓸쓸해 집니다/ 산골짝 도랑물에 섞여 흘러 내릴 때/ 그 작은 물소리를 들으면서/ 누가 내 목소리를 알아 들을까요/

 

냇물에 섞인 나는/ 흐르면서 또 흐르면서,/ 생전에 지은 죄를 조금씩 씻어내고,/ 외로웠던 저녁, 슬펐던 영혼들을/ 한 개씩 씻어 내다보면,/

 

결국에는 욕심 다 벗은 깨끗한 물이 될까요/ 정말로 깨끗한 물이 될 수 있다면/ 그때는 내가 당신을 부르겠습니다/ 당신은 그 물 속에/ 당신을 비춰 보여 주세요/ 내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주세요...”

 

‘조금씩 씻어내고’, ‘한 개씩 씻어내다보면‘ 등의 표현이 인상적이다. 이 구절들이 내게는 글을 다듬고 가려내라는 말로 들리기까지 한다. ’물빛‘이 전해주는 것은 욕심을 다 벗지는 못할지라도 그에 근접하는 깨끗하고 맑은 글을 써야 한다는 깨우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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