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출간된 강규(1964년생)의 장편 ‘마당에 봄꽃이 서른 번째 피어날 때‘는 많은 차원의 생각을 하도록 만들어 주는 작품이다. 제목마저 서정적인 이 작품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저자 강규는 은순과 철수라는 두 의대생이 보낸 스물 두살에서 서른 두살까지의 시간을 정교하게 그려낸다.

 

진혼곡과 미사곡들을 매개로 펼쳐보이는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 밀란 쿤데라의 ‘불멸‘에서 건져낸 ˝자아의 토대는 사유가 아니라 고통이며 그것은 모든 감정들 중 가장 기초적인 것이며 고통이야말로 자기중심주의의 위대한 학교이다˝ 같은 지적인 성찰,

 

군의관 대신 공중보건의가 되어 한촌(閑村)에서 일을 한 후 복귀하기 위해 책들과 음반들을 싸며 자신이 요양이라도 온 것 같다고 생각하는 철수,

 

교내 어디쯤에서 매일 사회주의, 자본주의, 노동가, 지주 하면서 논쟁이 벌어지고 그것을 위해 그 의식의 개혁과 각성을 위해 젊은이들이 화염병을 던지고 기성체제에 대들어도 자신에게 자본주의란 돈을 가져오면 자유를 주는 명백한 어떤 것이라 생각하는 은순...

 

처음 이 책을 읽은 20여년 전 나는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 속에는 늘 불가능한 꿈을 간직하자.˝는 게바라의 말을 떠올렸을지도 모른다. 본문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너 정외과 여자애들 나와서 말하는 거 봤니? 원수에다가 괴뢰도당에다가 와, 겁난다. 꼭 광신도들 같지 않냐? 무조건 동참하래, 아니, 정당성을 갖고 동참하라나?˝(63 페이지)

우석훈은 ‘너와 나의 사회과학‘에서 사회과학의 언어가 엘리트 남성들의 전투 용어에서 여성을 포함한 생활인들의 일상용어로 바뀌는 게 바람직하다는 말을 했다. 생각해 볼 여지가 충분하다.

 

이제 세번째 독서에서 나는 소통의 문제와 본문에 나온 프로이트의 정신성 발달 이론(oral dependency, anal phase, genital stage, incubation period...)을 운운하는 의대생들의 어법을 주의깊게 볼 생각이다. 빛을 잃어 에릭 에릭슨의 정신사회적 발달이론으로 대체될지도 모를 정신성 발달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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