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 친구 신청을 받아 수용한 뒤 인사를 기다린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내가, 신청한 분께 고마움을 표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페북은 유유상종의 공간이 아니라 이문회우 이우보인(以文會友 以友輔仁)의 공간이라는 생각도 든다. 글로써 친구를 만나고 어짊으로써 친구를 돕는다는 의미이다.


군주남면(君主南面)이란 말이 있다. 조선시대에 주로 쓰인 말로 임금은 남쪽을 향한다는 의미를 가졌다. 처음 좌청룡 우백호 등을 배울 때 방향이 헷갈렸었다. 왼쪽에 청룡이, 오른쪽에 백호가 배치되는데 이는 우리 기준이 아닌 임금의 기준에 따른 것이다.


그러니 청룡은 우리 기준으로는 오른쪽에, 백호는 왼쪽에 있게 되는 것이다. 종묘는 왼쪽에, 사직단은 오른쪽에 두는 좌묘우사(左廟右社)도 궁궐이 중심이기에 우리 입장에서 종묘는 동쪽(오른쪽), 사직단은 서쪽(왼쪽)에 있게 되는 것이다. 좌청룡 우백호 이야기도, 좌묘우사 이야기도 모두 타자에게 기준을 둘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게 된 말이다.


지금 페북은 그 어느 때보다 아고라 같다는 생각이 든다. 미케네 문명이 무너지면서 동란(動亂)의 시대를 맞은 그리스는 기원전 8세기 경 중심부에 아크로폴리스라는 성채와 아고라라는 광장이 자리한 폴리스(도시국가)에 정주(定住)하며 “공공의 광장인 아고라에 모여 민회(民會)를 열고서 폴리스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한 시민들의 나라를 만들었다.


촛불 집회가 실제 공간의 모임이라면, 페북은 가상 공간의 모임이다. 가상(假想)이란 현실성을 갖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자연적인 시공간을 벗어났다는 의미에서 비물질적이라는 의미이다.(이현재 지음 ‘여성 혐오, 그 후 - 우리가 만난 비체들’ 62 페이지) 이 가상의 공간을 아름다운 곳으로 만드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이리라...모든 것은 정치적이라는 명제를 실감하는 날들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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