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려 깊은 수다 - 여성은 이야기를 통해 어떻게 성장하는가
박정은 지음 / 옐로브릭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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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은 영성학 교수의 '사려 깊은 수다'는 수녀로서 지혜의 원이라는 피정을 지도한 내용을 담은 책이다. 영성(spurituality)이란 숨을 뜻하는 라틴어 스피리투스(spiritus)에서 왔음을 지적하며 저자는 영성적이란 숨을 쉰다는 뜻이고 지혜의 원이란 숨을 쉬는 공간이라 덧붙인다.

책의 부제는 '여성은 이야기를 통해 어떻게 성장하는가'이다. 여성 영성에 초점을 두고 논의를 전개하는 저자는 인간학, 종교, 심리학, 정치, 경제 등 여러 영역을 두루 통합하여 삶의 의미를 담아내는 포괄적 개념으로 영성을 정의한다.

저자는 욕구를 생존을 위한 기본적 필요 이상의, 영혼 깊은 곳에서 뜨겁게 솟아오르는 열정이자 진정한 자기 자신이 되기 위해 끊임 없이 노력하게 하는 삶의 에너지로 정의한다.

저자가 말했듯 이 책은 매슬로의 욕구 발달 단계와 관련이 깊다. 물론 저자는 욕구가 단계적으로 발현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배고픈 사람도 참된 자아를 실현하고픈 욕망이 있고 사회적으로 명망 있는 사람도 안전의 욕구를 충실히 따르는 행동을 지속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완전하게 통합된 자아를 갖출 수는 없으며 그렇기에 성숙한 사람이란 자연스러운 사람이라 말한다.

결점이 많아도 유머 감각이 풍부하고 즐거운 사람이 거룩해지려고 애쓰다가 딱딱하게 굳어버린 사람보다 훨씬 성숙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악습을 고치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 자기 안의 부족한 부분들을 그대로 받아안는 것이 성숙한 삶이라는 사실이다.

저자는 여성은 관계중심적인 삶을 산다고 말한다. 혼자 씩씩하게 일을 처리해야 하는 순간도 많지만 여전히 우리성(we - ness)은 여성의 삶을 크게 지배하며 바로 그 우리성을 통해 여성은 함께 성숙해간다는 것이다.

저자에 의하면 여성의 관계성은 태생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성장해가면서 갖게 되는 것이다.

저자는 주변부에 있든 중심부에 있든 어디서나 편안할 수 있다면 즉 가난할 때도 견딜만하고 넉넉할 때는 따스하게 나누고 싶다면 그 사람은 성숙한 영성을 지닌 존재라 말한다.

저자에 의하면 자신의 의식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일상적으로 성찰하면서 부정적인 상황에서 내면에서 일어나는 즉각적인 반응을 살펴보는 것은 중요한 영성 훈련이다.

저자는 관계에서 알 필요가 없는 부분은 굳이 알려고 하지 말고 상대방이 나누고 싶어 하지 않는 부분은 존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세련된 공감을 주문한다. 남의 이야기를 듣고 판단하지 않는 것, 남의 말을 자르지 않는 태도를 포함하는 주문이다.

각자의 경험은 고유한 것임을 인정하며 그 경험 안에서 스스로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경청하는 자세는 다른 여성에게 제공할 수 있는 친절한 배려라고 저자는 말한다.

나이가 든 사람이 더 지혜로운 것도 아니고 나이가 어린 사람이 무조건 미숙한 것도 아님을 기억하면서 상대방이나 내 삶의 문제를 해결해 주리라는기대를 접고 상대의 이야기를 온전히 듣는 것이 본질적인 경청 원칙이다.(32 페이지)

저자는 스스로 상처받지 않는 영성 훈련의 중요성을 지적한다. 저자는 모든 여성은 내면에 여신을 담고 있다고 말한다. 저자에 의하면 삶은 그 내면의 여신을 실현하는 여정이다.(37 페이지)

저자는 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양육하는 것은 결코 쉽고 단순한 일이 아니며 다른 사람이 하니까 덩달아 할 수 있는 일은 더더욱 아니며 독신의 경우도 자신이 결혼을 못 해서 그저 독신이 되었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라 말한다.

저자는 여성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타자란 개념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라캉의 거울 이야기를 언급하며 우리는 타자가 기대한 것을 자아상으로 형성한다고 말한다.(56 페이지)

중요한 것은 우리는 타자의 욕망을 욕망한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공부를 하기 위해 한국 수녀원에서 강제 제명되는 수치를 선택했는데 가장 힘들었던 것은 쫓겨난 수녀라는 꼬리표였고, 물의를 빚고 나갔는데 공부로 마치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불안감이었다고 한다.

물론 그것조차 에스 파르테 라 비타(Es parte la vita) 즉 삶의 일부라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아픔을 좋아할 사람은 없지만 아픔을 경험하는 것은 자유로 나아가는 첫 걸음이라 말한다.(63 페이지) 저자는 완벽한 보호 안에서 아무런 아쉬움도 부족함도 없는 여성도 있겠지만 그런 사람과는 친구가 되고 싶은 마음도 별로 없다고 말한다.(64 페이지)

저자는 결핍의 의미를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결코 충만의 의미를 알지 못한다고 말한다.(68 페이지)

저자는 여성들이 모여 각자의 고유한 경험, 수치심과 두려움까지 포함한 삶 전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공간은 그 자체로 구원적이라 말한다.

저자는 우월감으로 부자유한 사람이 있다면 그 우월감은 열등감의 다른 이름이라 말한다.(73 페이지)

저자는 원(圓)을 모두가 평등한 대안적 구조로 정의한다.

원은 한 중심으로부터 같은 거리에 있는 점들의 모임이다. 동등한 자매로서 한 인생을 살아가며 잠깐 만나는 길동무로서 서로 배우고 서로 안에 계시는 신을 경배하기 위해 모이는 자리가 바로 지혜의 원(이란 모임)이다.(82 페이지)

자신의 체험을 개인적 고통으로만 이해하면 상처 너머 또는 상처 깊이 자리 잡은 의미를 찾기 어렵다. 하지만 이 체험을 구체적인 정황 속에 넣고 보면 자기 상처가 객관적으로 보이기 시작하고 더 나아가 사회적 구조 안에 놓으면 체험과 체험 사이에 거리가 생겨 그 의미를 세밀히 바라볼 수 있는 힘이 생긴다.(86 페이지)

아픔을 바라보는 가장 원초적이고 강력한 방법은 이야기를 하는 것 즉 수다이다. 저자는 수다에도 영성이 있다고 말한다.(97 페이지)

물론 의미 있는 대화를 하려면 떠오르는대로 마구잡이로 쏟아내서는 안 된다. 정신분석에서는 자유연상이 도움이 되겠지만 말이다.

스토리텔링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막연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이 있어야 한다.

스토리텔링에는 설명과 지문, 대화가 적절히 섞여 있어야 한다.

중요한 부분은 대화체로 목소리를 바꾸어가며 이야기할 수도 있다. 스토리텔링에는 사건에 대한 화자의 감정과 평가, 해석이 개입한다.

사건 전개를 중심으로 이아기할 수도 있고 감정의 흐름을 중심으로 이야기할 수도 있다.

저자는 자기 삶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주인공이 된다고, 스토리텔링을 하면 자기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고, 스토리텔링을 지속적으로 하다 보면 이야기 자체가 변하게 된다고 말한다.

스토리텔링이 제대로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화자의 이야기를 듣는 좋은 청자가 필요하다. 스토리텔링에서 청자가 된다는 것은 타인에게 내 시간과 공간을 내어주는 일이라 말한다.(107 페이지)

이를 위해서는 먼저 이야기에 있는 그대로 공감해주어야 한다. 좋은 청자는 적극적으로 듣는 사람이다.

상대방이 이야기를 마쳤을 때 "들어 보니 이번 일로 마음이 많이 아팠던 것 같은데 그 아픔은 실망에서 오는 것인가요, 앞으로 올 일에 대한 두려움에서 오는 것인가요?"처럼 물으면 화자가 더 깊은 마음의 영역으로 들어갈 수 있다.(109 페이지)

스토리텔링이 옛날에로 시작하는 일반적인 이야기와 다른 점이 있다. 스토리텔링 작업에서는 감정이나 내면의 흐름에 초점을 맞춘다.(113 페이지)

저자는 영성은 육체적인 것과 관계없다는 생각은 오해라고 말한다. 저자는 플라톤이 제안한 이데아 - 현상계 이분법은 편리하고 유용하지만 모든 실체에 상하의 지위를 부여하기에 심각한 문제를 지닌다고 전제한다.

저자에 의하면 신/ 인간, 영/ 육을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여성의 몸은 이중적으로 열등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

저자는 가부장제도가 여성, 특히 여성의 몸(그리고 성)을 단죄하고 억압하는 경향을 갖게 된 것은 재산 사유화가 이루어지며 가부장이 취득한 토지와 재산을 후손에게 대물림하려다 보니 여성의 성을 통제할 필요가 생겨났기 때문이라 말한다.(127 페이지)

저자는 르네상스 시대가 문예부흥기이고 인간중심의 사고를 회복한 때라고 말해지지만 여성들에게는 결코 부흥기라 할 수 없다고 말한다.(128 페이지)

이 시기에 제정된 상속법에 따르면 여성이 친정에서 가지고 온 모든 재산은 남편의 소유가 되지만 남편이 죽으면 여자는 유산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이렇게 전통사회는 가부장적 질서를 고수하기 위해 성행위는 오직 아이를 생산하기 위해 허용되는 수단이라는 관념을 정착시켰고 여성의 몸은 생산을 위한 도구로 전락했다.(128, 129 페이지)

저자는 몸을 나라는 주체를 대표하는 상징이라 말한다. 저자에 의하면 몸이란 자신의 인격과 자신이 걸어온 역사, 마음과 감성, 욕구와 생각을 담고 있는 동시에 이를 가시적으로 표현하는 전체, 한 인격의 총체를 말한다.

저자에 의하면 몸에 대한 시각이 역사적으로 조금씩 변화되어 왔지만 현대에 와서도 여전히 몸과 성의 왜곡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131 페이지)

저자가 문제시하는 것은 몸(특히 여성 몸)의 상품화, 몸에 대한 차별, 몸의 소외 등이다.

프로이트가 히스테리를 성적 억압이란 심리 문제가 몸으로 표현된 것으로 보았다면 저자는 오늘날에는 몸에 대한 부정적 경험이 많은 심리적 문제를 일으킨다고 본다.

저자가 말한 바 지혜의 원에서 하는 몸 작업의 핵심은 춤을 추면서 자기 경험을 표현하는 것이다. 저자는 영성을 자신에 대한 깊은 지식을 추구하는 것, 있는 그대로의 자기를 알아가는 과정이라 설명한다.

저자에 의하면 감정은 이성보다 자신을 이해하는 데 훨씬 많은 단서를 제공한다. 감정도 상황을 왜곡하거나 과장하는 위험이 있다.

하지만 그런 경우 감정은 대개 분열된 방식으로 표현되는 반면 정당화된 이성과 논리는 훨씬 더 강력하고 일관성 있게 방어막을 형성한다.(150 페이지)

그래서 진정한 자기 이해를 위해서는 감정을 아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물론 감정 역시 질곡에 빠져 있다. 분노나 질투 같은 감정이 죄의 뿌리로 여겨지는 것은 그 한 예이다.

감정을 부차적인 것으로 인식하고 억압하게 된 것 역시 플라톤의 영향에 의한 것이다.

저자는 감성의 발달은 성차와 관계없고 개인차에 의한 것이라는 이론을 지지하는 연구결과들도 있다고 지적한다.(152 페이지)

저자는 감정이란 결코 비하해서는 안 될 중요한 인간적 자질임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감정이 발달한 사람들은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이 뛰어나다.

저자는 여성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감정은 사랑과 두려움, 그리고 분노라고 말한다.(162 페이지)

저자는 여성이 사랑받는 감정에 집착하게 된 것은 남성중심 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163 페이지)

저자는 창세기에서 요한묵시록까지 통틀어 성경에서 자주 언급되는 말이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임을 지적하며 여성은 특히 두려움이 많은 것 같다고 말한다.(165 페이지)

여성 영성에서 분노는 가장 중요한 감정이다.(168 페이지) 여성들에게 분노가 중심 감정이 되는 이유는 자신을 배제한 채 돌아가는 남성 중심 사회 구조 속에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저자는 어떤 사람과 가까이할 때 화가 많이 난다면 그것은 나를 그 사람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거리를 두라는 신호라고 말한다.(169 페이지)

저자는 화는 중립적인 에너지이기 때문에 그것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중립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고 말한다.(170 페이지)

분노는 자신이 가치 있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 강하게 지시한다. 거짓된 모습이나 허영을 보고 화를 내면 그것은 그가 진실과 겸허 등을 중시한다는 의미이다.

강한 미움이나 화를 초래하는 다른 사람의 모습에는 내가 보고 싶어하지 않는 나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다.

저자는 지혜의 원은 단 한 번으로 끝나는 모임이 아니라 지속되는 여성들의 공간이라 설명한다. 지혜의 원은 살아있는 유기체이다.

유기체는 자연스러운 만큼 지저분함과 혼동을 포함한다. 결과물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과정 그 자체에 의미가 있다. 혼란과 복잡함의 감정을 그대로 존중하고 기꺼이 보듬는 것이 지혜의 원의 중요한 특성이다.

유기체적 공간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은 최소한 갖추어야 할 조건이 있다. 규칙이나 도덕률이 아니라 모임에 임하는 자세를 말한다.

열린 마음, 나눔을 통해 상처를 받거나 화가 나더라도 비난하지 않는 것, 지혜의 원이 각자 영성으로 성장하기 위한 모임이라는 점을 기억하는 것 등이다.

중요한 것은 누구도 상처를 주거나 화를 돋우려는 의도가 없다는 점을 늘 기억해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사람이 한 이야기에 상처를 받았다면 왜 상처를 받았는지, 자신

안의 어떤 부분이 자유롭지 못한 것인지를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 다른 사람이 자기 마음을 다 알아서 상처가 되는 말을 결코 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영성이 인간학, 심리학, 종교, 정치,경제 등 여러 영역을 두루 통합하여 삶의 의미를 담아내는 포괄적 개념이라는 저자의 정의는 인상적이다.

그리고 여성의 몸과 성이 통제의 대상이 된 것을 사유재산제도가 실시된 후 토지나 재산을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한 차원으로 설명한 대목은 주목할 만하다.

영성과 사회성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여성이 사랑에 집착하는 것이 가부장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는 말 역시 심성과 사회성이 연결됨을 알게 한다.

영성과 사회성을 두루 고려해 통합하는 상상력과 삶의 자세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 구체적 대안은 다른 책에서 찾아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려 깊은 수다'가 의도한 바는 그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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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때문에 한국 수녀원에서 제명되기도 했던 박정은 수녀/ 영성학 교수의 ‘사려 깊은 수다‘를 읽었습니다. ‘여성은 어떻게 이야기를 통해 성장하는가‘란 부제를 가진, 영성(spurituality) 특히 여성의 영성을 주제로 한 책이지요.

스토리텔링에 대한 관심, 그리고 인간학, 심리학, 종교, 정치,경제 등 여러 영역을 두루 통합하여 삶의 의미를 담아내는 포괄적 개념이라는 영성에 대한 관심 때문에 책을 읽은 셈인데요 저자의 그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영성과 사회성 또는 사회학적 상상력이 만나는 지점이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아 아쉬움이 듭니다.

여성의 몸과 성이 통제의 대상이 된 것을 사유재산제도가 실시된 후 토지나 재산을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한 차원으로 설명한 대목은 주목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영성과 사회성을 두루 고려해 통합하는 상상력과 삶의 자세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 구체적 대안은 다른 책에서 찾아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려 깊은 수다‘가 의도한 바는 그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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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에게 묻는 심리학
김태형 지음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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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심리학자의'거장에게 묻는 심리학'은 프로이트(정신분석학), 융(분석심리학), 프롬(사회심리학), 매슬로(인본주의심리학) 등 심리학의 네 거장을 대표하는 저서들을 쉽게 풀어낸 책이다.

선정된 책들은 대표작이기보다 개념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들이다. '세계관에 대하여'(프로이트), '무의식에 대한 접근'(융), '인간의 마음'(프롬), '존재의 심리학을 향하여'(매슬로) 등이 해당 책들이다.

정신분석은 주류 심리학의 비판을 받지만 옳건 틀리건 간에 사람의 정신과 행동 모두를 포괄하는 이론을 구축하고 있다. 프로이트는 보수 세력의 비과학적 세계관이 지적 무지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님을 잘 알았다. 프로이트는 세계관을 과학적 세계관, 종교적 세계관, 철학적 세계관으로 나누었다.

중요한 점은 프로이트가 정신분석학은 오직 과학적 세계관만을 받아들여아 한다고 강조했다는 사실이다. 프로이트는 과학적 세계관의 가장 큰 적을 종교적 세계관으로 보았다.

프로이트에 의하면 종교는 어린 시절 부모와의 관계가 투사된 것이다. 저자는 천국에 대한 영상은 개인들의 아버지 관계가 아니라 지배와 착취가 없는 이상사회에 대한 인류의 사회적 요구를 반영한다고 말한다.

프로이트는 긴 세월 동안 서구인들의 정신을 지배해온 종교가 그들이 과학적 세겨관을 가질 수 없도록 방해하며 유아기의 심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을 크게 우려했다.(27 페이지)

저자는 상대적이라 해서 진리가 아니라고 할 수 없다고 말한다.(33 페이지) 프로이트는 무정부주의 철학을 우선 문제삼았다. 저자는 철학적 상대주의가 불가지론에 잇닿아 있다고 말하며 물자체를 인식할 수 없다고 본 칸트도 불가지론자로 분류한다.(37 페이지)

프로이트는 마르크스주의에 전적으로 신뢰하지는 않았다. 마르크스가 인간의 본성을 과소평가했기 때문이다.(43 페이지)

프로이트는 인간의 심리와 행동은 경제적인 동기 하나만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보았다. 프로이트가 문제삼은 것은 서유럽에서 동일한 경제 발전 단계에서 어떤 나라에서는 혁명이 일어났고 어떤 나라에서는 그렇지 않은 사실이다. 이 부분에서 연산군과 정조의 차이를 생각할 수 있다.

연산군과 정조 모두 비극적으로 부모(연산군은 어머니인 폐비 윤씨, 정조는 아버지인 사도세자)를 잃었지만 임금이 되어 너무 다른 길을 걸었다.

프로이트는 경제적 요인들의 힘보다 본능의 힘이 더 크다고 믿었다.(43 페이지) 저자는 프로이트가 자신의 이론에 경제적 동기의 중요성을 조금도 반영하지 못한 것을 가장 뼈아픈 대목이라 설명한다.

프로이트는 마르크스주의가 원래는 과학과 기술의 토대 위에 세워졌던 학문이었으나 러시아혁명에 적용되면서부터 종교처럼 변질되었다고 주장했다.(47 페이지) 분명한 것은 사회경제적 조건만으로 인간심리를 올바로 설명할 수 없으며 환경이 바뀐다고 해서 개인심리나 집단심리가 그에 비례해 변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48 페이지)

러시아 사회주의자들은 사회주의제도가 확립되면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사회주의적인 심리를 가지게 될 거라 암묵적으로 믿었다.(47, 48 페이지)

러시아 사회주의는 사람들의 사회적 동기를 원만하게 충족시켜주지 못했고 사람들을 건강한 사회적 동기를 가진 존재로 바꾸지 못했다.(49 페이지) 프로이트는 세계관 그 자체의 무용성을 주장한 것이 아니라 오직 비과학적인 세계관을 배격하려 했다.(51 페이지)

융이 프로이트와 결별한 것은 프로이트의 성욕설을 정면 부정했기 때문이다.(55 페이지) 융은 프로이트와 결별한 후 분석심리학을 정립했다.(55 페이지)

융은 꿈은 검열 때문에 왜곡되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의 솔직한 표현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사람은 무의식의 원시 심성을 이용해 꿈을 꾼다고 보았다. 또한 원시 심성은 현대인의 언어나 의식과는 다르기 때문에 난해하다고 주장했다.

융은 일상생활에서 종종 마주치는 용어나 이름이나 한 장의 그림 따위가 통상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명백한 의미 외에도 특정 함의를 지니고 있을 경우 우리는 그것을 상징이라 부른다고 설명했다.(63 페이지)

융은 상징은 자연스럽게 발생한다고 보았는데 이는 무의식이 별다른 조작이나 변형을 가하지 않고 솔직하게 자기 이야기를 하더라도 해석자에게는 (해석해야 할) 상징이 된다는 의미이다.(64 페이지)

융은 집단 표상 또는 집단 무의식이 존재할 뿐만 아니라 그것이 사람에게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보았다.(67 페이지) 융의 중요한 개념 가운데 원형이 있다. 이는 개인적 상징과 대비되는 집단적 상징이다.(70 페이지)

저자는 집단적 상징에 불과한 원형 그 자체가 어떤 집단적 모티프나 본능적 경향을 담고 있다고 볼 근거는 없다고 말한다.(71 페이지)

저자에 의하면 집단적 상징이나 심상에 불과한 원형은 자체 내에 모티프나 본능적 경향성을 담을 수는 없으며 단지 어떤 모티프나 본능적 충동을 유발하는 방아쇠 역할을 한다.(71 페이지)

"가장 문명화된 사회라고 자부하던 서구유럽에서 어떻게 히틀러나 무솔리니 같은 파시스트들이 정권을 잡을 수 있었을까?",

"왜 수많은 대중이 파시스트에게 열광하고 그들이 내리는 부도덕한 명령에 복종했던 것일까?","사람에게는 악마적 본성이 있는 것이 아닐까?"...프롬은 이런 문제들과 씨름했다.(107 페이지) 프롬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과 마르크시즘을 접목시켜 사회현상을 설명하려 한 특이한 심리학자이다.(108 페이지)

프롬은 인간은 늑대인가, 양인가란 질문을 던진다. 프롬은 성악설을 주장한 사상가들이야말로 인간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확산시키는 주범이라 비판했다.(111 페이지) 프롬은 사람은 일상생활에서 악하게 행동하지 않고, 악한 행위임이 분명할 때 동조하지 않고 사람들이 악한 행위를 하면 정신건강이 나빠진다는 점 등을 들어 성악설은 오류라고 보았다.

성악설이 맞다면 즉 인간의 본성이 악하다면 악행을 할 경우 정신건강이 좋아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니 성악설은 오류라는 것이다. 프롬은 그럼에도 서양의 도덕적 파산과 심리적 무력감 때문에 성악설이 끈질기게 살아남아 대중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보았다.(113 페이지)

프롬은 전쟁은 사람이 악해서가 아니라 경제적 이익, 방어 목적, 집단의 명성과 영광 등 다양한 사회적 원인들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데 심리주의는 이런 주요 원인들을 무시하고 공격성 또는 폭력 행위의 원인을 모두 인간심리로 환원시키므로 오류라고 보았다.(113 페이지)

물론 프롬은 성선설도 수용하지 않았다. 프롬은 성악설과 성선설을 모두 반대하며 인간은 늑대이기도 하고 양이기도 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프롬에게 선은 삶을 사랑하는 것, 악은 죽음을 사랑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프롬은 순수하게 죽음을 사랑하는 사람은 미친 사람이고 순수하게 삶을 사랑하는 사람은 성인(聖人)이라 보았다.

프롬은 삶에 대한 사랑과 죽음에 대한 사랑이 프로이트의 삶의 본능과 죽음 본능을 살짝 바꾼 것이 아니라 말했다. 관련이 있지만 명백히 다르다는 것이다.(116 페이지) 프롬은 프로이트의 죽음 본능 이론을 비판했다.

프롬은 인생이 삶의 본능과 죽음 본능이 싸우는 전쟁터라는 프로이트의 견해에 반대해 인생은 삶의 본능이 지배하는 과정인데 다만 삶의 본능이 다하면 죽게 되는 것으로 보았다. 프롬은 죽음 본능은 사람의 근본 본능이 아니라 삶의 본능이 좌절된 결과로 보았다.

프롬은 프로이트의 죽음 본능을 죽음에 대한 사랑으로 대치했다. 죽음에 대한 사랑은 본능이 아닌 경향성이다. 프롬은 나르시시즘을 부정적으로 보았다. "나르시시즘의 모든 형태에 공통된 점은 외부 세계에 대한 관심이 없다는 것"이라는 프롬의 말은 유명하다.

프로이트가 나르시시즘을 성욕이 자신을 향하는 것이라 본 반면 프롬은 심리적 에너지가 자신을 향햐는 것이라 보았다. 프롬의 견해가 타당해 보인다. 나르시시스트들은 사랑과 인정에 대한 과도한 욕구, 비판에 대한 비정상적 과민반응, 자아도취와 부풀려진 자기상, 자기중심성과 합리적 판단의 왜곡 등을 특징으로 한다.

나르시시즘은 명백한 반사회적 인격장애이다. 프롬은 나르시시즘은 저주이며 그 극단적인 형태는 자기파멸이란 말을 했다. 프롬은 나르시시즘적 동기나 감정이 성 본능이나 생존 본능에 비견될 만큼 강력하다고 주장했다.(129 페이지)

저자는 병적인 집단을 형성하는 데 작용하는 집단심리 가운데 가장 심각한 것은 대중의 나르시시즘적 경향이 아니라 프롬이 근친상간적 고착과 관련해 질타한 의존심인 것 같다고 말한다.(133, 134 페이지)

저자는 프롬이 나르시시즘을 정상적인 자기애와 혼동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저자는 프롬이 나르시시즘을 성욕에 비견될 만큼 중요하고 강력한 것으로 본 것은 그가 프로이트의 이론적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라 말한다.

저자는 심리적 에너지의 방향이 자기를 향하기 때문에 사랑과 인정에 대한 과도한 욕구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사랑과 인정에 대한 과도한 욕구 때문에 에너지가 밖으로 향하지 못하고 자신을 향하는 것이라 말한다.(135 페이지)

모든 사람이 주체할 수 없는 나르시시즘적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는 가정은 오류이다. 프롬은 어머니에 대한 성적 욕구가 어머니에 대한 고착을 낳는 것(프로이트의 주장)이 아니라 어머니에 대한 고착이 어머니에 대한 성적 욕구를 낳는다고 지적했다.(137 페이지)

저자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인간의 보편적 동기가 아니라 부모관계에 문제가 있는 일부 사람들이 갖는 어머니에 대한 비정상적 욕망이라 설명한다. 유아는 성을 모르므로 어머니에 대한 성욕을 가질 수 없다. 다만 생애 초기에 가졌던 어머니에 대한 집착에 후에 눈뜨게 된 성욕을 덧씌울 경우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되는 것이다.(137 페이지)

무력감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어머니 또는 어머니를 대신하는 대상에 의존하려 한다. 그런데 그 집단의 규모가 점점 커짐에 따라 인종과 민족, 종파와 정당이 사랑을 보증해주는 어머니들이 된다.(139 페이지)

프롬에 의하면 전 성기적 의미에서의 근친상간적 충동은 남성과 여성의 기본적 격정 가운데 하나이다.(138 페이지)

근친상간적 욕망은 타인 또는 다른 사회집단을 사랑하는능력을 손상시킨다. 저자는 생애 초기의 어머니에 대한 애착과 성인의 근친상간적 소망은 같은 것이라는 프롬의 이론은 오류라고 말한다.

저자는 근친상간적 경향은 모든 사람의 기본 경향이 아니며 설령 아이 시절에 그런 소망이 있다 해도 그것은 어른의 근친상간적 욕망과 질적으로 다르다고 말한다.(143 페이지)

매슬로가 심리학 연구에 발을 들여 놓을 무렵 심리학계는 정신분석학과 행동주의로 나뉘어 대립하고 있었다.(169 페이지)

매슬로는 정신분석학이 기본적으로 신경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에 기초해 만들어진 심리학이어서 사람의 어두운 면, 병리적인 면을 지나치게 과장하는 폐단이 있다고 생각했다.(169 페이지)

매슬로는 정신분석학의 우울하고 비괸적인 인생관을 거부했다. 행동주의 심리학은 행동을 외적 자극에 대한 반응으로 보고 사람은 이러한 일련의 자극 - 반응들의 연합을 학습하는 존재라고 보는 학습이론을 주장했다.(170 페이지)

매슬로는 사악한 인간보다 선한 인간, 병자보다 건강한 인간, 소극적인 사람보다 적극적인 사람을 연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171 페이지) 매슬로가 사망하기 2년 전 출간된 '존재의 심리학을 향하여'는 제3의 심리학 이론이 갖는 성과만이 아니라 한계까지도 고스란히 집약되어 있다.

정신분석학은 정신병을 서로 반대되는 동기나 감정 사이의 심리적 갈등의 결과로 보고 행동주의는 부적절한 학습 결과로 본다. 반면 매슬로의 인본주의 심리학은 욕구 결핍 또는 좌절의 결과로 본다.(172 페이지)

매슬로는 사람의 기본 동기를 성 본능과 즉음 본능이 아니라 사회적 욕구를 포함하는 5가지 욕구로 보았다.(173 페이지) 매슬로는 식욕과 성욕과 같은 생물학적 동기 외에 사회적 동기도 가지고 있다고 보고 사회적 동기를 더 중요한 것으로 보았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175 페이지)

매슬로의 5가지 욕구는 다음과 같다. 생리적 욕구, 안정 및 안전 욕구(이상 생물학적 욕구), 사랑과 소속의 욕구, 존경의 욕구, 자아실현 욕구/ 심미적 욕구/ 인식 욕구(이상 사회적 욕구) 저자는 기존 심리학은 사람이 결핍 동기만이 아니라 성장 동기를 가지고 있는 존재라는 점을 간과해왔다.

결핍 동기는 한 번 충족되면 더 이상 동기로 작용하지 않는다. 반면 자아실현 욕구 같은 성장 동기는 욕구가 충족될수록 더욱 증대된다. 동물과는 달리 사람의 삶을 지배하는 것은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작동하는 성장동기이다.(181 페이지)

매슬로는 각각의 욕구들은 독립적이어서 따로 또는 동시병행적으로 추구될 수 있다고 보았다.(183 페이지) 결론적으로 하위 욕구를 원만하게 충족시킨 사람일수록 상위 욕구로 나아가기가 훨씬 쉽다고 할 수 있다.(184 페이지)

저자는 생물학적 동기는 결핍동기, 사회적 동기는 성장동기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한다.(185 페이지) 매슬로는 사람이 성장 동기 뿐 아니라 방어 및 퇴행 경향도 가지고 있음도 인정했다. 매슬로는 사람은 안전한 상황에서는 성장을 추구하지만 위험과 위협, 실패와 좌절 또는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후퇴하거나 정착하는 경향이 있다고 보았다.(188 페이지)

매슬로는 사람에게는 앎을 추구하는 경향뿐 아니라 두려워하는 경항도 있다고 보았다. 주의할 것은 앎을 두려워하는 경향은 자기 자신보다 타인에 대한 것이라는 점이다. 즉 부모가 자식의 성적 호기심을 불편해 하는 것, 착취자나 폭군이 피지배자들이 지식을 쌓는 것을 바라지 않는 것, 무지나 거짓이 더 안전하다고 느끼는 것 등이다.

물론 세번째는 자신에 대한 것이다. 매슬로는 자아실현 욕구를 최상의 욕구이자 유일한 성장 동기로 보았다.(220 페이지) 자아실현이란 자신의 모든 잠재력을 실현한다는 의미이다. 저자는 건강한 사람은 심리적 병에서 자유로운 사람, 사회와의 관계맺기에 성공한 사람, 세계를 변혁할 수 있는 사람 등으로 본다.

저자가 말했듯 자아실현은 함께 사는 데 필요한 것이다. 홀로 살면 자아실현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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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신문의 최** 기자가 새로 나온 ‘이효석 전집‘(서울대 출판문화원 발간, 2016년 11월)에 대해 교감(交感)은 있지만 교감(校勘)은 없다고 평했네요.(1월 26일)

원본과 이본을 함께 수록하고 이본 대조표를 제시하는 작업을 담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라네요.

교감(校勘)은 조선 시대 중국과 왕래하며 외교 문서를 만들거나 정리하던 승문원(承文院)의 종4품 벼슬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여기서는 같은 종류의 여러 책을 비교하여 차이나는 것들을 바로잡는 것을 뜻하네요.(勘: 헤아릴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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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심리학자의 책들을 많이 찾아 읽게 될 것 같다. 최근 ‘심리학자, 정조의 마음을 분석하다‘(이 책은 내가 읽은 김태형 님의 첫 책이다.)를 읽고서 하게 된 생각이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은 ‘거장에게 배우는 심리학‘이다.

‘심리학자, 정조의 마음을 분석하다‘는 사도세자의 정상성을 재확인하게 해준 책이기에 의미가 크다.
이 책이 주목되는 것은 산(蒜: 후에 왕위에 등극해 사후 정조라는 ‘묘호; 廟號‘를 얻는)의 정상성을 입증한 뒤 아이가 아버지(또는 어머니)와 갖는 관계가 어른이 되어서도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이론에 근거해 아버지 사도세자의 정상성을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물론 한가람 역사문화연구소 이덕일 소장 등이 조선왕조실록 등에 근거를 두고 사도세자의 정상성을 증거한 바 있지만 ‘아버지 - 아들‘ 관계에 초점을 두고 아들은 물론 아버지의 정상성을 한꺼번에 입증한 방식은 전례 없는 일이다.

이덕일 소장의 경우 역사의 음지(陰地)에 묻힌 인물들을 발굴해내 사실관계를 바로잡고 정당성을 부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덕일 소장이 역사적 인물들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기준은 그들이 묻힌 이유이다. 이덕일 소장이 정당성을 부여하는 사람들의 면면은 이렇다.

왕권까지 위협하는 거대 정당에 맞서 싸우다가 비참한 최후를 맞은 김일경, 증오의 시대에 사랑의 정치를 역설한 윤증, 폐쇄된 사회에서 개방된 사회를 지향하다가 사형당한 이가환 등등...

김태형 님은 사람들이 정조를 다혈질이라 말하지만 정조는 감정기복이 크지 않았고 분노도 매우 잘 통제했기에 다혈질이 아니라 설명한다.

김태형 님의 책은 다른 독자에게도 인상적으로 느껴지기에 충분한 것 같다.

오늘 아침 누군가 내가 쓴 ‘심리학자, 정조의 마음을 분석하다‘ 리뷰를 보고 책을 구매해 리뷰 작성자인 내게 판매가의 1%인 140원이 적립되도록 했다.

그러니 발간 8년이 지난 책을 일부러 찾아 읽고 리뷰를 써 관심있는 학인으로 하여금 책을 구매하게 한 나도 진실을 알리는데 일조한 셈이 된다. 하지만 나는 저자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바흐 사후 200년이나 묻혀 있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악보를 고서점에서 발견하고 오랜 세월 연습을 하고 또 한 뒤 완벽하게 연주해 세상에 알린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 생각을 하게 된다.

바흐 사후 잊혀진 마태수난곡 악보를 발견, 재조명해 무대에 다시 올린 멘델스존도 카잘스와 함께 음악의 지층을 탐험한 고고학자라 할 수 있다.
이덕일 소장과 김태형 심리학자는 역사의 지층을 탐험하는 고고학자이다.

녹음 기술 발달 이전의 음악은 작곡가가 생존했을 경우 여러 차례 연주되지만 세상을 떠나면 잊혀졌다.

이는 카잘스나 멘델스존의 일화를 이해하는데 유용한 사전 지식이다. 물론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은 왜곡, 조작의 대상이 되곤 한다.

국문학을 전공한 뒤 시를 쓰다가 낯선 고대 근동 고고학을 전공하기 위해 전격적으로 독일로 간 허수경 시인이 이런 말을 했다.

말 그대로의 고고학자와 비유적 의미의 고고학자가 어떻게 다른지를 알게 해주는 말이다.
˝내가 무덤을 건드리는 것을 저어하는 까닭은 다만 죽은 자의 휴식을 정말 방해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마을이 있는 곳에는 무덤도 있다. 꽃이나 음식이나 술을 들고 무덤을 방문하는 일은 죽은 자와 인연이 있던 사람들이 살아 있을 때 하는

일이지만 세월이 흐르고 나면 무덤을 방문하는 이는 도굴꾼이거나 고고학자들이다.˝(‘모래도시를 찾아서‘ 106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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