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 심리학자의 책들을 많이 찾아 읽게 될 것 같다. 최근 ‘심리학자, 정조의 마음을 분석하다‘(이 책은 내가 읽은 김태형 님의 첫 책이다.)를 읽고서 하게 된 생각이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은 ‘거장에게 배우는 심리학‘이다.

‘심리학자, 정조의 마음을 분석하다‘는 사도세자의 정상성을 재확인하게 해준 책이기에 의미가 크다.
이 책이 주목되는 것은 산(蒜: 후에 왕위에 등극해 사후 정조라는 ‘묘호; 廟號‘를 얻는)의 정상성을 입증한 뒤 아이가 아버지(또는 어머니)와 갖는 관계가 어른이 되어서도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이론에 근거해 아버지 사도세자의 정상성을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물론 한가람 역사문화연구소 이덕일 소장 등이 조선왕조실록 등에 근거를 두고 사도세자의 정상성을 증거한 바 있지만 ‘아버지 - 아들‘ 관계에 초점을 두고 아들은 물론 아버지의 정상성을 한꺼번에 입증한 방식은 전례 없는 일이다.

이덕일 소장의 경우 역사의 음지(陰地)에 묻힌 인물들을 발굴해내 사실관계를 바로잡고 정당성을 부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덕일 소장이 역사적 인물들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기준은 그들이 묻힌 이유이다. 이덕일 소장이 정당성을 부여하는 사람들의 면면은 이렇다.

왕권까지 위협하는 거대 정당에 맞서 싸우다가 비참한 최후를 맞은 김일경, 증오의 시대에 사랑의 정치를 역설한 윤증, 폐쇄된 사회에서 개방된 사회를 지향하다가 사형당한 이가환 등등...

김태형 님은 사람들이 정조를 다혈질이라 말하지만 정조는 감정기복이 크지 않았고 분노도 매우 잘 통제했기에 다혈질이 아니라 설명한다.

김태형 님의 책은 다른 독자에게도 인상적으로 느껴지기에 충분한 것 같다.

오늘 아침 누군가 내가 쓴 ‘심리학자, 정조의 마음을 분석하다‘ 리뷰를 보고 책을 구매해 리뷰 작성자인 내게 판매가의 1%인 140원이 적립되도록 했다.

그러니 발간 8년이 지난 책을 일부러 찾아 읽고 리뷰를 써 관심있는 학인으로 하여금 책을 구매하게 한 나도 진실을 알리는데 일조한 셈이 된다. 하지만 나는 저자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바흐 사후 200년이나 묻혀 있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악보를 고서점에서 발견하고 오랜 세월 연습을 하고 또 한 뒤 완벽하게 연주해 세상에 알린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 생각을 하게 된다.

바흐 사후 잊혀진 마태수난곡 악보를 발견, 재조명해 무대에 다시 올린 멘델스존도 카잘스와 함께 음악의 지층을 탐험한 고고학자라 할 수 있다.
이덕일 소장과 김태형 심리학자는 역사의 지층을 탐험하는 고고학자이다.

녹음 기술 발달 이전의 음악은 작곡가가 생존했을 경우 여러 차례 연주되지만 세상을 떠나면 잊혀졌다.

이는 카잘스나 멘델스존의 일화를 이해하는데 유용한 사전 지식이다. 물론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은 왜곡, 조작의 대상이 되곤 한다.

국문학을 전공한 뒤 시를 쓰다가 낯선 고대 근동 고고학을 전공하기 위해 전격적으로 독일로 간 허수경 시인이 이런 말을 했다.

말 그대로의 고고학자와 비유적 의미의 고고학자가 어떻게 다른지를 알게 해주는 말이다.
˝내가 무덤을 건드리는 것을 저어하는 까닭은 다만 죽은 자의 휴식을 정말 방해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마을이 있는 곳에는 무덤도 있다. 꽃이나 음식이나 술을 들고 무덤을 방문하는 일은 죽은 자와 인연이 있던 사람들이 살아 있을 때 하는

일이지만 세월이 흐르고 나면 무덤을 방문하는 이는 도굴꾼이거나 고고학자들이다.˝(‘모래도시를 찾아서‘ 106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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