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임현정은 스무 살 무렵 다짐했다고 한다. 10년간 피아니스트에게 기본이 되는 레퍼토리를 모두 공부하자고.
당시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곡, 자신과 어울리는 곡을 뽑아 연주하는 건 사치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런 그가 이제 자신에게 맞는 곡을 연주할 시간이 왔다고 자신있게 밝혔다.
슈만의 사육제, 브람스의 8개의 피아노 소품, 라벨의 거울, 프랑크의 ‘프렐류드, 코랄과 푸가‘ 등이다.
4일 치러진 그의 연주회에 호불호가 엇갈리고 있다. 경이로운 속주(速奏), 비교의 대상이 없는 파격적인 곡 해석 등에 초점을 둔 결과이다.
그의 페이스북에서 잠시 모차르트의 ‘터키 행진곡‘을 들어봤는데 휘몰아치는 속도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번 연주회에 대해 ‘음악의 본질적인 아름다움을 깨트리는 무리수‘, ‘다르게 연주하는 이유를 찾을 수 없다‘ 등의 비판들이 답지한 가운데 음악 감상의 로드맵 같은 말이 마음을 움직인다.
˝한 아티스트가 자기만의 방식으로 작곡가와 대화하고 그것을 음악소리로 내놓을 때 우리는 우리 스스로의 방식으로 그 아티스트와 마주대하면 된다.˝는 말이다.
물론 내 관심은 어린 나이(열두살)에 홀로 프랑스 유학 길에 오른 뒤 성공가도를 걸어 마침내 자신이 좋아하는 레퍼토리들만으로 구성한 연주회를 하게 된 그의 준비와 노력, 자신감에,
그리고 ˝동양의 영적인 면과 서양의 철학, 둘 사이의 균형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그의 정신세계에 닿아 있다. 한 가지 궁금한 점은 ‘둘 사이의 균형‘이 속주와 관계가 있는가, 있다면 어떤 것인가, 하는 것이다.
나는 세상의 다양성을 긍정한다. 음악의 다양성도 당연히 긍정의 대상에 속한다. 내가 즐기는 것은 개별 연주자들이 빚어내는 다양성과 개성보다 음악이라는 큰 틀이다.
그래서 임현정의 연주는 감상의 대상 이상으로 공부의 대상이다. 물론 그의 세계관을 연관지어 하는 공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