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실제로든 온라인 접속으로든 창경궁을 잘 찾지 않는다. 그러니 어떤 관람 후기가 올라오는지 잘 알지 못한다. 그러다가 오늘 오랜만에 홈 페이지에 들어가 이런 관람 후기(5월 22일 작성)를 보았다.
땡볕에 관람자들을 배려하는 해설사의 배려는 좋았지만 통로에 서서 설명을 해 죄송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 정도는 문제가 아니다. 후기 작성자에 의하면 해설사가 역사 지식이 거의 없다고 한다.
설명할 때 단어가 입에서만 맴돌고 얼른 나오지 않는 데다가 ~ 한다더라, ~인 것 같다 식의 말을 했다고 한다. 또한 그 해설사는 숙종과 숙빈 최씨(영조의 어머니)의 사랑을 영조와 숙빈 최씨의 사랑으로 혼동했으니 의도하지 않게 패륜(悖倫)을 만든 셈이다.
너무 실망했다며 프라이드를 가지고 제대로 된 전문가를 배치하라고 한 그 후기 작성자는 “자격증만 있고 경험이 없는 분을 이 프로그램을 통해 경험을 쌓으려는 건가요?”란 말을 덧붙였다.
이 프로그램이란 4월 1일(토)부터 10월 29일(일) 까지 매주 토, 일요일 14시 30분에서 16시까지 진행하는 ‘역사와 함께 하는 창경궁 왕의 숲 이야기’ 프로그램이다.
몇 가지를 지적하고 싶다. 1) “관람자들을 배려하는 해설사의 배려는 좋았지만”이란 구절은 “관람자들을 배려하는 해설사의 매너는 좋았지만” 정도로 고쳐야 한다. 배려하는 배려란 말은 중언부언이다.
2) “자격증만 있고 경험이 없는 분을 이 프로그램을 통해 경험을 쌓으려는 건가요?”란 말은 기본도 되지 않은 문장이다. “자격증만 있고 경험이 없는 분을 이 프로그램을 통해 경험을 쌓게 하려는 건가요?”로 고쳐야 한다.
3) 후기 작성자가 지목한 해설사는 경험이 없는 것이 아니라 해설사가 되기 전에 역사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다. 그 해설사가 경험이 없어 그런 사실을 몰랐다고 말하려면 역사 상식은 해설사만 배우고 익히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그런 지식은 해설사와 무관하게 또는 해설사 이전에 기본적으로 학교나 개인 독서를 통해 배우고 익히는 것들이다.
그 해설사는 해설사 경험이 없어서(또는 짧아서) 엉뚱한 말을 한 것이 아니라 역사 시간을 허투루 보냈거나 학교를 마치고 기본적으로 역사 책 한 권 제대로 읽지 않아 이상한 말을 한 것이다.
지나친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무료 프로그램인데 그렇게 실망스러워 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어제 내가 들은 궁궐 해설 이야기를 하고 싶다. 다행히 그 창경궁 숲 해설가와 달리 기본적인 문제도 없었고 말도 매끄러웠다.
그런데 죄송한 이야기이지만 궁궐 해설은 아주 기본적인 레퍼토리 정도에 그친다. 기본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공부는 혼자 하는 것이다. 해설 내용을 미리 준비해 가서 들으면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할 수 있다.
어제 내가 들은 궁궐 해설도 참여한 사람이 10여명인데 거의 나 혼자 답하고 물었다. 기본은 본인이 챙기고 그 이상을 묻거나 얻으려 하고 해설사이거나 해설사 공부를 하는 사람이라면 해설 기법을 눈여겨 보면 좋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면 궁궐의 분위기를 즐기거나 사람과 어울리는 것에 초점을 두는 것이 좋다. 어떻든 그 창경궁 숲 해설사처럼 되지 않으려면 부단히 공부하고 연습해야 한다. 남의 일 같지 않다.